[Story]2015. 1. 1. 15:25

2014년에는 New Year's Resolutions 중 매년 지켜오던 매주 1권 독후감 쓰기를 지키지 못했다. 사실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밤잠 줄이고 써볼까하고 생각도 했지만 그냥 두었다. 그럴 수도 있는 법이지 하고 혼자 인정해 주기로 했다. 2014년은 평소와 다른 한 해였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라고 인정해 주기로 했다.


평소와 달랐던 점들,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도 가지 않았다. 다만 업무로 인해서 급히 일본 출장을 6번 다녀왔다. 비행 시간은 짧지만, 짐을 싸고 공항으로 가서 수속을 진행하는 일, 돌아오는 길 등은 2시간 일본행이든 11시간 유럽행이든 같아서, 다녀올 때마다 지쳐서 공항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회사가 판교로 이사간 탓에 일주일에 두 번 요가 가는 일도 수월치 않았다. 그러다가 8월 요가 TTC를 수강하게 되어, 8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11시부터 6시까지 요가 철학과 수련과 명상을 공부했다. 인간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고 늘 변화하는데, 사실 그 변화가 늘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살다 보면 멈춰 서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고찰해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아마도 지금 그랬어야 했나 보다라고, 요가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다. 많은 생각들을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홀로서기를 했고, 그러다가 감정의 numbness에 직면하게 된 순간이 왔다. 몇년 전부터인가, 판에 박힌 시간들을 살아 오면서 나는 나의 감정을 무뎌진 채로 살아가기로 했나보다 하고 스스로 반쯤은 포기한 채로 인정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계속 그렇게 나를 방치한 채로 살아온 것을 직면하게 되었었다. 나의 감정을, 좋은 상자에 봉인이라도 해 둔 듯, 세상으로부터 분리해내서, 보존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서른 다섯에 관한 길고 긴 글을 쓰면서 한 번 깨달았고, 가을에 또 한 번 깨달아야 했다. 나는 내 감정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구나, 흔들려 버리면 다시 제대로 두기 까지 그 과정이 힘드니까, 감정을 잘 보존해 두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반성했다. 나열한 일들이 모두, 판에 박힌 듯, 무디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깨우쳐줘서, 나는 사실 하반기 내내 반성하고 살았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책을 70권쯤 읽어 독후감을 쓰고, 일주일에 네번씩 운동을 하고, 그런 인생을 살아오고 있음에 반성했다. 보다 즐겁게 보다 재미나게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그 즐거움과 재미남이 놀러 나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해주기로 반성했다. 올해 무작정 저지른 일들이 결국은 나를 이렇게 깨우쳐 주는 구나,하고 그렇게 2014년을 마감했다.  

Posted by Sophie03
[Quotation]2014. 1. 15. 00:06
제목 : 괜찮다, 다 괜찮다.
부제 : 신년계획에 관한 변명



1월을 맞이하고 내가 꽤 힘들어하는 대화는 늘 "신년계획에 관한 질문"이었다. 물론 "올해는 결혼해야지" 대화도 있는데, 그건 싫어한다.
신년계획에 대한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본인의 신년계획을 말하고 내게 물어보거나, 본인의 신년계획을 말하지 않고 곧바로 내게 물어본다. 어떤 종류의 유형의 질문이든,  나는 신년계획을 대답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1월의 나는 신년계획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신년계획을 세우는데, 그것은 12월에 여행을 떠나 시차적응에 실패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길 때 뿐이다. 얼마전의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와 1월 1일 0시 0분 1초는 단지 2초 차이일 뿐, 특별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월1일 새로운 태양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 하고, 1월이면 남들 다 세운다는 신년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나의 핑계는 단순하다. 나의 현재의 계획은 겨울에 적응하는 것이다. 나는 추위에 약하고, 자칫하면 감기에 걸리는데, 감기에 걸리면 한달이상 앓기 때문에, 나는 그저 겨울에 적응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나의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결심을 하고 스스로를 혹사하다가 감기에 걸려서 1,2월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해서 12월 25일과 1월 1일은 딱 7일차이이기 때문에 연달아 두번의 주의 같은 요일에 연휴로 쉬게 되고, 12월중하순에는 조직개편 이슈로 업무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데, 그리고 나면 1월부터는 회사에서 새로운 조직과 새로운 목표를 두고 바로 업무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때문에, 나로써는 그 기간동안 회사에 새롭게 적응하며 회사의 방향성과 속도에 나를 맞춘다. 1월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겨울과 회사에 대한 새로운 적응.
그런데 나도 New Year's Resolutions을 작성한다. 다만 3월에! 3월에는 늘 신학기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교과서를 받았고, 새로운 공책을 시작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닌 18년동안 늘 3월에 "시작"이 있었고 그 때 적응된 생체리듬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학교에 다닐 때도 나의 시작은 3월2일이 아니었고, 3월17일 이후이다. 내 생일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생일파티를 하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한 3월생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성장했지만, 나의 생일은 굉장히 좋은 날짜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3월부터 12월까지 딱 10개월동안만 New Year's Resolutions을 실천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New Year's Resolutions을 늘어놓을 수는 물론 있다. 나의 계획들은 한번 세우면 대부분 지속되며 새해를 맞이한다고 특별히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한권의 독후감 작성하기, 꾸준히 운동하기(주중 1~2회, 주말 2회), 물 많이 마시기(하루에 1리터이상), 밀가루 단식, 가계부 쓰기,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행복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이 되기, 한글로 완결된 한 문장을 쓰기, 등등. 이 모든 계획이 한번도 1월1일을 기점으로 시작한 적도, 사실 3월을 기점으로 시작한 적도 없다. 어느날 마음을 먹으면 당장 그 계획을 시행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냥 그것을 꾸준히 지속한다. 특별히 무엇을 이루겠다거나 milestone에 해당하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나는 내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그런 목표를 세웠다가는 자아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내가 그래왔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에게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그저 말해줄 따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하기 그지 없는 나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인정해 줘야 했고, 일등에 특별한 욕심이 없는 나 자신을 용서해 주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훌륭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성취에 목적을 둔 사람보다는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한 것은 나의 "꾸준한" 장점을 스스로 칭찬해 주고, 조바심 내는 스스로에게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말해준 것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 바로 제목이다.



1월에 신년계획 따위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다 괜찮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에 끌려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를 맞이할 것이냐, 나의 인생을 내가 주도하여 1월 1일 0시 0분 1초를 맞이할 것이냐의 문제일 따름이니까.





괜찮다 다 괜찮다

저자
공지영, 지승호 지음
출판사
알마 | 2008-08-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선생님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졌어요. 선생님, 꼭 한 번만 만...
가격비교


Posted by Sophie03
[Story]2013. 4. 27. 00:58



책을 읽고 나니 독후감 대신 나의 책 이야기를 적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빌미를 제공한 책은 바로 책에 관한 책이다.




책인시공(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저자
정수복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구)포도원(도) | 2013-03-0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책과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관계!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
가격비교



언제, 어디서 책을 읽을까에 대한 글로, 작가가 최선을 다해 쉽게 글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지 않고, 책이 이렇게 좋다고 하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작가가 언제나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쓴 책이고, 나는 책을 좋아하니까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책이 좋은 것은 다 안다. 그런데 책은 산과 같다. 그리고 독서는 등산과 같아서, 누구나 등산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등산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읽기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책읽기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이 책은 그저 웅웅 울리는 냉장고 소리처럼 표지만 보는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보면 보이는 산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산도 책도 좋아하고, 등산도 독서도 좋아하니, 내 스타일로 책을 위한 변명을 써두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이 글 역시 책을 좋아한다면 끝까지 읽어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예 안 읽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글일 따름이니까. 이런 블로그의 글보다는 인쇄되어 나오는 책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산처럼 책은 쉽게 변하지 않고 대체로 그 자리에 있다. 산불이나 공사에 의해 산이 변하기도 하고, 좋은 책은 늘 절판되곤 하니, 반드시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그 자체로 존재한다. 또, 사람에 따라 산과 책을 싫어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의 시간에 따라 산과 책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게 된다. 언젠가의 산은 위로가 되고 언젠가의 산은 무덤덤하다. 어느 날의 산은 바람이 좋았지만, 어느 날의 산은 새소리가 좋다. 어렸을 때 읽었던 『어린 왕자』와 청소년기에 읽었던 『어린 왕자』와 이십대 어른이 되어/삼십대 어른이 되어 읽은 『어린 왕자』는 다르다. 인상깊은 구절도, 읽은 후의 소감도 당연히 다르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같은 산을 오르면서 다른 느낌의 산을 등산한 기분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끊임없이 같은 책을 읽으면서 다른 독후감을 쓰게 된다. 여행지에서 읽었던 『브리다』와 일상에서 읽었던 『브리다』가 서로 다른 감상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실 산을 좋아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책을 좋아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산을 좋아하는 것도 책을 좋아하는 것도,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종종 책을 왜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는다. (솔직히 질문자들은, 자기 자녀가 당신처럼 책을 많이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과 함께 던지기 때문에 약간 실망스럽다.) 


아무튼 대답해 본다. 우선, 나는 일년에 책을 90~100여권 읽는다. 그리고 독후감을 70여권 쓴다. New year's Resolutions에 늘 독후감 주 1회 이상 쓰기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늘 더 많이 읽고 싶고, 더 많이 독후감을 쓰고 싶기는 하지만, 숫자를 채우기 위한 독서는 사절이다. 나는 그냥 책이 좋다. 어렸을 때 디즈니의 동화책의 점보코끼리가 귀를 팔락이며 날라가는 그림이 있던 페이지에 있는 글을 처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삼남매가 모두 글을 알아서 깨우쳤다고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늘 점보코끼리가 모자쓰고 날아가며 새와 대화하던 그림책의 글씨를 처음으로 읽은 것만 기억한다. 이사를 많이 다녔고, 집은 넉넉하지 않았기에, 집에 책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집에 새 책이 생기면 너무나 기뻐서 자꾸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도 있다. 친구네 집의 백과사전이 너무나도 부러워서, 친구집에 가면 백과사전을 한 권 뽑아서 계속 읽기도 했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유난히 신문을 싫어한다. 금세 폐기되어 버리는 신문의 존재를 생각할 때, 회색 종이의 잉크냄새가 나는 까칠까칠한 신문은 내게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도 일종의 텍스트 중독처럼 나는 사실 글을 보면 우선 읽고 보는 버릇을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어서, 신문이 펼쳐져 있으면 어느 순간 눈을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 대한 의존도와 욕망이 극대화 되었던 때는 역시 존재한다. 의존도가 높아졌을 때는 처음으로 서울로 이사왔던 초등학생 시절인데 그 때 나는 외로웠다. 또래 집단에서 분리되어 있었고, 나의 존재감도 증명해야만 했다. 그래서 해질 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던 말괄량이가 어느 순간 독서가가 되었다. 그리고 욕망이 극대화 되었던 때는 아무래도 중고등학생 때였다. 청소년기에는 부모들이 의례히 그렇듯 책을 읽는 일이 금기시 되었었다. 대학교를 가기 위한 교과서/참고서 외에 다른 책들은 쉽게 금지되곤 했었다. 금지는 욕망의 극대화를 초래하니까, 당연히 나는 그 때 너무나도 책이 읽고 싶었고, 그 때 읽었던 『데미안』은 두고두고 나에게 감동이었다. 


어린 날의 책은 한 인생의 결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독일인의 사랑 』 때문에 고등학생 때 나는 독일어를 전공했고, 『좀머씨 이야기』덕분에 독문학을 전공하고, 밀란쿤데라를 좋아하게 되고, 스위스 독일어권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인해 일상이 버거울 때 시간을 살아낼 수 있었고, 단순한 열정』 덕분에 힘겹고 어두운 터널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 『불안』을 읽으며 가장 불안한 시간에 유머를 찾을 수 있었고, 친밀한 지인의 죽음 이후 책을 계속 못 읽다가 『웃음』을 읽으며 다시 허무한 웃음이라도 지으며 삶의 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늘어 놓으면 끝이 없다. 나의 삶의 시간 동안, 결정의 순간마다 책은 늘 애정의 대상이며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


생각해 보면, 비디오플레이어도 없고, 만화책방에 갈 돈도 내 수중에는 없었고, 오로지 책만 있었기 때문에, 책이 익숙해져서 책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언제나 내 곁에는 책이 있었다. 산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책이 늘 있었다. 같은 책을 다시 읽는 즐거움, 새로운 책을 읽는 즐거움, 책이 알려준 또다른 책을 읽어나가는 즐거움, 서점에 서서 책을 뒤적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 도서관 서고에 기대에 읽는 책의 즐거움, 좋아하는 작가의 전 작품을 다 읽는 즐거움. 그 모든 즐거움으로 인해, 비디오플레이어가 없던 시절에도 나는 즐거워했다. 그래서 책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그저 즐겁기 떄문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결국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이, 어쩌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다 외에는 따로 할 말이 없다. 


결국 그런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이유를 분명히 말할 수 없다. 그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어린왕자

저자
생텍쥐페리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7-05-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가격비교



브리다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10-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에겐 꼭 만나야 할 단 하나의 '운명'이 있다 ‘마법의 이야...
가격비교


데미안(엘리트문고 2)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출판사
신원문화사 | 1983-06-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독일인의 사랑

저자
막스 뮐러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 | 2005-02-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독일 언어학자의 소설. 어린 주인공에게 별 하늘을 보여주는 어머...
가격비교


좀머 씨 이야기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1992-1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원색 삽화와 함께 엮은 독일작가의 중편소설. 배낭을 짊어지고 이...
가격비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최고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을 만나다!민음사 세계...
가격비교



단순한 열정

저자
아니 에르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1-06-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
가격비교



불안

저자
알랭 드 보통 지음
출판사
이레 | 2005-10-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영국의 젊은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신작으로 지난 2천년간의 철...
가격비교



웃음. 1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1-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웃음의 성배는 어디에 있는가?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
가격비교


# 되도록이면 실제로 내가 읽었던 버전의 책을 골라 넣으려고 하는데, 데미안 출판 일자가 83년라니 놀랍다. 그리고 어린왕자/독일인의 사랑은 내가 읽은 버전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오빠의 책을 빌려 읽은 거라 내가 지금 가지고 있고 최근에 읽는 버전으로 등록하였지만, 처음으로 읽은 버전은 아래의 버전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펴냄 | 1999-0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Posted by Sophie03
[밀가루끊기]2013. 3. 30. 01:50



개인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대책없이 지르는 편인데다가, 다소 엉뚱한 편인 나는 설날당일 저녁에 이런 생각을 했다.


드디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중에, 스위스의 각 도시들은 카니발을 했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카니발은 "재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사순절"동안의 금욕적인 삶 이전에, 즐겁게 먹고 마시는 축제이고, 그래서 카니발 시즌에는 매우 기름진 카니발용 과자/빵을 판매한다, 고 했었다. 운좋게도, 내가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에 카니발 기간이 있었고, 우리들은 각 도시들의 카니발 날짜를 알게 되어, 우리도시 카니발뿐 아니라 옆동네 카니발에 기차타고 놀러도 갔었다. 그 조용하던 스위스 거리에 모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와 살아있는 사람들의 도시를 밤새 만들었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한껏 분장한 스위스의 청년들이  겨울의 정령이 물러가고 봄의 정령이 오는 것을 반가워하기 위해 카니발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만은 목적이 무엇이 중요한가, 모두가 살아 숨쉬는 도시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관광지가 아닌 도시에 동양여자가 돌아다니면 '쟤는 뭔가' 하고 말도 걸고 카니발 설명도 해주고 함께 사진도 찍고, punctual한 스위스 사람들이 일탈하는 그런 날이였다.












(깨끗하게 조용한 St.Gallen이 단 하루 시끄러워지는 날! 

밤새도록 행진무리가 돌아다녀서 잠들지 않는 토요일이었다. 

그래도 역시 축제의 중심은 아이들! 

2004년 2월 @ St.Gallen by IXUS400)



그런 토요일밤을 지내고 일요일에 거리에 나가면, 마치 꿈을 꾼 듯 깔끔해지고, 다시 punctual한 스위스 사람들이 조용히 걸어다니고 있었다. 기름진 디저트류를 먹던 카니발 기간이 지나면 다시 담백한 일상의 맛으로 돌아온다던 "글로 배웠던" 그들의 문화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설날아침과 점심식사를 거하게 하고 저녁을 굶다가, 나도 카니발 같은 폭풍흡입을 하였으니, 밀가루를 끊어야 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되었다. 곧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였고, 5주후에는 내 생일이 있었고, 7주를 꽉 채워보내면 8주째 일요일에는 부활절이니, 밀가루를 끊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든 순간부터 시행했다. 어차피 내가 안 먹으면 되니, 전략도 계획도 설득도 필요없이 시작하면 되었다. 카니발 다음날 아침의 거리처럼, 순식간에 그냥 그렇게 결정하였다. 


밀가루를 안 먹는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왜 끊었는가'와 '무슨 효과가 있냐'는 질문들이었다. 사실 이 질문을 너무 자주 받아서, 인터넷에서 밀가루 단식의 효능에 대해서 검색해서 알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단식의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하면 대개 '뭐 그런 이상한 이유가 있냐'는 반응을 보인다. 왜냐하면 저런 식으로 끊으면 기대효과가 무엇이었는지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행동에 기대효과와 교훈을 반드시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을 꽤 많이 한 요즘이었다. 


그래도 친절하게 기술하면, 2년여전부터 피부가 가끔 뒤집어진다. 문제는 원인을 모른다는 것인데, 스트레스받거나, 과로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환절기이거나, 장마철이거나 등등의 여러상황들에 여지없이 피부가 뒤집어진다. 약사친구는 내게 "환경을 바꾸지 않는 이상 완치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려서 나를 좌절케했고, 피부과 약도 먹으면 좀 가라앉지만, 위의 상황들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뒤집어진다. 그러다가 알러지성 비염이 심해서 밀가루를 끊었더니 요즘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내게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 것 뿐이다. 


그런데 사실 알러지성 비염 환자의 증언과 같은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여전히 피부는 조금씩은 가렵다. 하지만 상태가 많이 완화되었고, 그래서 나름 환절기를 무사하게 넘겼다. 생각지 못했던 효과는 손이 붓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먹을 쥘 때 부은 느낌이 없다. 그리고 환절기마다 기승을 부리던 여드름도 거의 없이 지나가고 있다. 몸도 가벼워지고, 자연스레 건강한 한식식사를 열심히 하게 되고 과일도 챙겨먹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효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먹으라고들 많이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실 밀가루를 끊으니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밀가루를 끊으면, 국수/라면/짜장면/과자/피자/햄버거/빵/파스타/전 등 흔히 생각하는 밀가루 음식을 못 먹을 뿐더러, 사실, 아이스크림"콘"/어묵/에너지바/튀김/딤섬/골뱅이"소면"/시리얼 등 의외의 것들도 못 먹게 된다. 수많은 밀가루에 그냥 얽메여 살았었다. 스스로 그것을 자각할 이유도 시간도 없이 그냥 먹고 싶을 때 먹는것이라고 생각햇지만, 실제로 밀가루에 삶이 지배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3주동안은 매일매일 먹고 싶은 밀가루 음식이 있었고, 때마침 윤후의 짜빠구리 먹방으로 평소 잘 안 먹는 라면도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먹고 싶더라도, 그냥 그건 내가 못 먹는 거다,라고 간단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밀가루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을 확보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냥 계속 밀가루를 안 먹는 음식으로 지정하고 살아볼까 한다. 한달에 두번정도 먹고 싶은 밀가루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말이다. 카니발 후의 그저 담백한 일상을 일년 내내 살아내듯이 나도 엉뚱하게 밀가루를 안 먹으면서 담백한 일상을 보내는 것, 깊은 생각없이 Lent Resolutions으로 시작된 밀가루 단식이 2013년 New Year's Resolutions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