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se]2013. 6. 28. 00:00



태양이 그리운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희뿌연 비닐하우스에 들어온 것처럼 하늘은 잿빛이고, 공기는 육중한 그런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인지 장마철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태양이 쨍한 하늘이 보고 싶어서 나는 내내 이 사진을 마음으로 떠올렸다.



(2006년 8월, 나파밸리, IXUS400)



2006년 캘리포니아 친구네 집으로 휴가를 갔었다. 캘리포니아의 태양은 물리적으로는 뜨거웠지만 정서적으로는 따뜻했다. 하늘이 너무 감동적이라서 이상하게도 나는 캘리포니아를 사랑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캘리포니아의 하늘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아무도 물어보지 못해서 말하지 못했지만 꿈꿔도 됩니다 ③의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3가지는 무엇입니까?"에 대한 나의 대답 중 하나는 "하늘"이다. 나는 사실 태양이 있는 하늘도 구름이 가득한 하늘도 비를 내리는 하늘도 다 좋아한다.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순간순간 본연의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하늘을 만난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그렇다"고 바로 대답할 수 없을 때 나는 캘리포니아의 이 하늘을 떠올린다. 정서적으로 따뜻하게 나를 보듬어주는 듯한 그 하늘. 이 사진 한 장으로 문득 포근해지는 밤이다. 


# 태양빛에 한올한올 보이는 해바라기의 꽃잎을 보자 이상하게도 to be continued 상태로 두고 있는 꿈꿔도 됩니다. 시리즈를 다시 재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글은 그저 나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므로. 


Posted by Sophie03
[꿈이야기]2013. 1. 23. 00:55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3가지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마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허를 찔린 듯한 이 질문을 받으면 대개 말을 멈추면 생각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럴 때 꼭 30초 이내로 생각나는 대로 3가지를 대라고 재촉한다. 그러면 더 당황해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A씨의 답변은 박사학위를 땄을 때, 승진이 결정났을 때, 그리고... 세번째는 아직 없다고 했다.

B씨의 답변은 숲, 사람(이웃), 하느님이었다.


나는 사실 B씨의 답변을 듣고 놀랐었다. B씨를 15년 정도 알아왔는데,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스피드퀴즈를 풀듯이 답변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A씨와 같은 유형의 답변을 하며, 대부분은 30여분 동안 띄엄띄엄 답을 이야기 한다, 적어도 내 주변사람들은 성취적인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틀린 것이 아니고,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므로 다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나도 그랬었다. 나의 고등학교 때 꿈은 S대 진학이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읽는 것을 좋아해서 눈에 보이는 것은 가리지 않고 많은 것을 읽었기 때문에, 현상황의 내가 고등학교 때 꿈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인문학공부라고 말하겠지만, 그 때는 당연히 S대 진학이 나의 꿈이었다. 꿈이란 누구든지 쉽게 듣고 이해하며 성취가 분명한 무엇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수능 열흘 전쯤 고3이 끝나갈 무렵 쓰러졌었다. 우습지만 무리해서 공부해서 그런 것이었고, 당해년도 수능은 어려운 편에 속했었지만 그런 핑계를 차치하더라도 당연히 수능은 평소 실력보다 더 못 봤다. 쓰러진 것과 S대 진학 실패 간에 꼭 상관관계가 있지 않고 나의 실력으로는 원래 못 가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 때 한 번 어른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하나는 재수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 과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학 진학 후의 새로운 꿈을 살아내는 과정이었다.


내가 재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나는 그 때, 지금 생각해보면 기특하게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나의 고3에 후회가 없고, 다시 일년을 산다 하여도 이렇게 살았을 것이다. 고로 나는 내내 S대를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의 꿈은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구나, 그러니 재수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라고.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나의 좌우명은 "죽을 때 돌이켜보아 후회하는 시간이 있지 않도록 현재를 살겠다" 였고, 그래서 "과거가 나의 현재를 만들고, 그런 나의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 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런 결정을 했겠지만, 어쨌든 내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었다. (물론 지금 다시 똑같은 결정의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본다면 또 고심할 것 같기는 하다, 우리집 3남매 중에 S대를 못간 유일한 사람은 나이니까.)


그래도 말만 멋지지 실제로 너무도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살다가 갑자기 목표도 사라지게 되고, 심지어 내가 원하던 그 목표를 성취한 경우도 아니라면 이후의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흐르기 쉽다. 특히나 학부제로 입학해서 주변의 모두가 학점에 목숨 거는 시간에 만 19세의 나는 "범생이적인 반항"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졸업할 때까지 4백권의 책 정도는 읽자 라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고 모으고, 도서관에서도 꽤 많은 책을 대출해서 읽었다. 학교 안에는 내가 책을 읽기 위해 가는 나만의 숲 속 벤치가 있었고, 도서관에도 책 읽는 나의 좌석이 있었다. 부모님의 '책좀그만읽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었고, 시험을 보기 위해 시를 읽지 않아도 되었다. (전공이 인문학이라 시과목을 시험 볼 때는 예외였지만) 몇권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졸업할 때 확인해 보니 4년동안 대출해서 읽은 책이 4백권이 넘었고 그무렵 시작된 collecting이 1~2백권은 충분히 넘었으니 나는 다짐대로 나의 시간을 살아낸 셈이다. 중요한 것은 4백권이 아니라, 그 시간이었고, 그 때 읽은 인문학(소설/시/철학/역사 등), 사회학 책들이 지금의 나를 구축했다.


나는 지금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은 "꿈꿔도 됩니다 "인데, 첫 문장은 "당신을 행복하는 하는 3가지는 무엇입니까?"이면서 나의 고등학교/대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흔히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본인의 단/중/장기 목표를 성취한 순간을 이야기 하고 이 목표를 대부분의 사람은 꿈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기에 꿈을 이루는 순간을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A씨의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모두 과거형이며, 아직은 2가지 뿐이며, 나머지 한 가지 순간은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내게도 S대를 간다는 것이 고3때의 꿈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그것을 성취하지 못했고 그것은 목표 달성을 못한 것인지 꿈이 실패한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결론적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은 S대가 아니라 그 과정을 살아낸 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은 또 질문으로 마무리 할 것이고, 역시 to be continued가 될 것인데, 그 질문을 하기 전에 충분히 이야기 하자면, 상기 A씨와 B씨 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A씨이지만 훌륭한 사람은 B씨라는 판단을 하고자 A씨와 B씨의 대답을 비교해 둔 것이 아니다. 물론 신앙의 차이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더 큰 결핍을 지니고 있었다 라는 것도 아니다. 말하고 싶은 A씨와 B씨의 차이점은 A씨보다는 B씨가 본인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세 가지를 안다는 것은 본인을 안다는 것이고, 본인의 중요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혹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를 옹호해 주자면,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힘든 시간을 거쳐 박사학위를 땄고, 물론 승진도 했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도통 본인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지 못했다, 사실은 그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누구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고, 왜 그런 것을 대답해야 하는지도 난감해 했다. 그리고 사실은, 박사학위를 따는 과정이 힘겨웠고, 승진을 위한 시간도 쉽지는 않았기에,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이 더 행복했던 것은 맞다. 안타까운 것은 성취적 목표를 꿈으로 삼았기에 행복한 순간이 짧고 또다른 성취적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까지는 그냥 그런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에게 저런 질문을 당했고 그래서 황당해 했다. 사실 그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질문을 내게 왜 하는 것이지'라고 생각하며 황당해 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그 질문이 왜 황당했냐 하면, 본인의 다음 목표에 대한 생각이 아직 없는 시점이었고, 그렇다면 행복한 세 번째 시점을 위한 새로운 목표를 확보해야 하는데, 본인이 원하는 다음 목표를 찾기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이룬 것들이 있으니, 이런 상황에 본인이 원하는 다음 목표란 것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 조차 없었던 상태였던 것이다. 결국 저 질문은 나는 무엇을 원하지?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하니,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이다.


A씨와 B씨의 두번째 차이점은 milestone적인 행복을 꿈꾸는가와 routine한 행복을 꿈꾸는가의 차이점이다. milestone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늘 새로운 성취적 목표를 확보해야 하고, 많은 경우 이 목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기에는 힘겨울 수 밖에 없다, 반면 언제나 이룰 수 있는 routine한 행복은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기 어렵지 않다, 동시에 행복하더라도 새로운 목표를 찾을 이유도 없다. B씨와 같이 routine한 행복을 꿈꾼다 해서 반드시 성취적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중기적으로 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또한 성실하게 인생을 살지만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의 기간동안 행복을 유예하지 않는 것이 차이점인 셈이다.


그럼 이쯤에서 질문을 하고 이번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쉬운 질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milestone적인 목표는 무엇이었으며, 달성하는 과정/결과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습니까?"


to be continued...






Posted by Sophie03
[꿈이야기]2013. 1. 1. 18:12



1편에 등장한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꿈은 나의 꿈 중에 하나이다. 

그냥 두면 쉽게 잊을 그런 꿈이라 나는 오로라 사진을 자주 본다.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는 내가 내 눈으로 이런 오로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꿈꾼다. 언젠가는 내가 내 카메라로 이런 오로라 사진을 찍게 될 것이라고 꿈꾼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중에 내가 꼭 직접 보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의 꿈 중에 하나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꿈들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나는 기도할 때면, 꽤 오랫동안 이렇게 기도해 왔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주님, 저를 위해 예비하신 좋은 것들을 좋은 때에 제게 허락하여 주소서"

뭐랄까, 무언가를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오랫동안 있었다.


그러다가 이 구절에서 머리를 징으로 맞은 듯 온 몸이 울렸었다.


하루는 무릎을 꿇고 사원 바닥에 이마를 댄 뒤, 창조주에게 이렇게 중얼거린 적도 있다.
"아,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아시죠? 그러니까 당신 생각대로 해주세요, 네?"
가끔 미장원에서 미용사에게 하는 말과 비슷하다.
미안하지만 이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태도다. 이런 기도라면 신께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이런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네가 진지해질 결심이 섰으면 그때 다시 찾아오너라." (p267)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출판사
솟을북 | 2007-11-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좌절과 절망의 길에서 평온을 위해 떠난 여행기『먹고 기도하고 사...
가격비교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혹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 것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동시대인들에게, 좋은 학교/직장, 돈, 집 같은 보편타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욕망 이외에 무엇을 꿈꾸는가를 물으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 보편타당하다는 표현을 붙인다고 해서 으레 모두에게 저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것들을 부정하는 순간에 가져오게 될 부정적인 감정-예를 들어, 잘난척하기는, 혹은 다갖추었으니이렇게이야기하는 것이지 류-이 소중한 이 시간에 무엇을 꿈꾸는가에 대한 이야기에 덧입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보편타당한 욕망들 이야기는 기본으로 깔고 지나간다. 


사실 내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크게 동의하는 부분의 이야기를 좀더 적어보자면...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나 자신에게 파격적인 새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넌 뭘 하고 싶니, 리즈?"
대부분의 시간에는 이 질문에 대답할 엄두도 못 내지만, 그 질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남몰래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은 아주 초보적인 바람만 털어놓도록 했다.
요가 수업을 듣고 싶어.
이 파티를 빨리 빠져나가 집에 가서 소설을 읽고 싶어.
나에게 새로운 필통을 사주고 싶어.
그런데 매번 이 이상한 대답이 꼭 끼어들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어.
지난 몇 년간 계속 이탈리아어-내게는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정당화할 만한 실질적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예전에 배웠던 프랑스어나 러시아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그래? 아니면 스페인어를 배우든가. 그편이 미국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우리 라틴계 이웃과 의사소통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어?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어디다 쓰려고? 내가 이탈리아로 이사갈 것도 아닌데. 차라리 아코디언 연주를 배우는 게 더 실용적이겠다.
하지만 왜 모든 일에 꼭 실용적 가치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난 수년간 근면한 일개미로 살았다. 일하고, 생산하고, 마감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잇몸, 신용카드 기록, 투표 등등을 관리하면서. 인생에는 오로지 의무밖에 없단 말인가? 슬픔의 암흑기에 처한 내게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만이 지금 당장 즐거움을 가져다 줄 유일한 활동이라는 이유 외에 달리 무슨 이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pp41-42)

리즈는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서만 "이상한" 대답이라고 했지만, 사실, 저기에 적혀 있는 모든 바람은 좀 초보적이고 이상한 바람들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내가 저런 꿈을 이야기하면 사실 사람들은 웃는다. "꿈"이라는 것이 저렇게 사소하고 이루기 쉬운 것이라면, "꿈"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순간 내가 시시한 사람이 된다. 내가 나의 꿈을 "임원이 되는 것, 박사가 되는 것, 좋은 집에 사는 것, 좋아하는 그림을 가지는 것" 등의 "이루어내는 성취적 꿈"으로 이야기 했다면 웃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나의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니 진지할 수 밖에 없다- 오로라를 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사막에 가서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 눈내리는 바다를 보는 것, 살아있는 생태계가 지속되는 것, 꿈을 꿔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 등을 말하면 웃는다. 사실 더 있지만, 일단은 이쯤에서 꿈을 늘어놓는 것은 접고.

이런 것이 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나는 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꿈은 정형화되지 않는,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리고 비실용적이어도 상관없다. 아무도 꿈검사를 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꿈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 어떤 것을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은 본인을 알아야 꿈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스스로 멈춰서 있고 싶은 때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스스로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가지고 싶은 것이 있는가, 스스로가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이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의 꿈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쉬워진다. 보는 김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에피소드 하나 더.

"아시다시피 전 기도에 대해 잘 몰라요. 하지만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 전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해답이 필요해요.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중략)
그건 단지 내 안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였다. 하지만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 내 목소리였지만, 완벽하게 현명하고, 차분하며, 인정이 넘쳤다. 내가 평생을 사랑과 확신 속에서만 살았다면 내 목소리도 그러했을 것이다. 신에 대한 내 믿음을 영원히 확인시켜줄 해답을 준 그 목소리에 깃들이 따뜻한 사랑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 목소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침대로 돌아가, 리즈.
나는 숨을 내쉬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라는 사실이 돌연 분명해졌다. 그 외의 다른 어떤 대답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넌 네 남편과 이혼해야만 해! 라든가, 네 남편과 절대 이혼해선 안 돼! 라고 말하는 목소리였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진정한 지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혜란 바로 그 순간에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만을 주며 그날 밤,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은 침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pp31-32)

종교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인간 내면의 목소리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다. 일단은 질문을 해야 한다, 침대로 돌아가라는 어이없는 답변이 나오더라도, 요구하고 질문해야 한다. 자아에게 혹은 신에게, 혹은 자아 안에 머무는 신에게. 그러면 본연의 자아가 원하는 꿈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기도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가장 쉽게 본인의 꿈을 찾기 위한 첫단계 질문이 무엇인지 사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기나긴 구절들을 인용하는 이유는, 꿈이란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여야 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꿈은 늘 변화하고 구체화된다. 리즈는 이탈리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결국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나의 지인은 이 책의 청원서 이야기를 내게 들은 다음에, 청원서를 몇 번을 고쳐쓴 다음에 정말로 청원서에 기술된 것과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스스로에게 꿈을 허락해주기를, 그리고 어떤 사소한 꿈이라도 "꿈꿔도 됩니다"

가장 쉽게 본인의 꿈을 찾기 위한 첫단계의 질문을 하면서 이번글은 마무리 하고자 한다. 원래는 이 질문은 듣자마자 3초 내에 대답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3분이 흘러도, 30분이 흘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음을 미리 알려드리니 좌절하지 마시고, 일단 찾으시길. 그래야, 1편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의 대답을 하기 쉬워지니.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3가지(사물/시간/사건 뭐든 상관없음)는 무엇입니까?"



to be continued...





Posted by Sophie03
[꿈이야기]2012. 12. 23. 23:04





과외학생 중 한 명. 

고3 1학기에 맡게 되었는데, 첫날 나는 그 남학생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고3인데 be-is-was가 같은 가족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런데 첫 수업이 끝날 무렵 내게 물었다 "다음시간에 단어시험 어디 봐요?" 솔직히 말해 이 아이는 나보다 더 많은 단어를 알고 있었다. 영어단어를 외우지 않는 내가 생각하기에 저런 단어는 죽을 때까지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싶은 그런 단어까지 알고 있었다. 문제는 단어만 알고 있었다. 독해를 할 때는 모든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아이의 방식이었다. 현재완료형을 이해할 수는 없으므로, 조건문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단어의 힘으로 한 문단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3학생을 붙잡고 기초영문법에 나옴직한 문법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단어 시험은  보지 않았다. 그저, 그 모든 단어를 알지 못해도, 짐작으로 한 문단을 다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아이의 기준으로는, 나는 자기가 아는 단어도 모르는, 그냥그런 과외선생님이었으리라. 어쨌든 내게는 곧 다가올 수능 준비보다는, 이런 단어 따위 몰라도 된다, 이 문장이 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러므로 이 단어는 이 뜻일 것이야 라고 말하며, 나의 단어 추정 실력을 그 아이에게 검증 받으며 문법과 독해를 가르쳤다. 

대학에 붙었다는 훈훈한 결말은 말 할 수 없다, 그 아이는 재수 했다. 훈훈한 결말은 이것이다. 나는 곧 유학을 떠난다는 그 아이에게 편지를 받았었다. 언제나처럼 상세한 문구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런 맥락이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공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멋진 사람이 될께요."



과외학생 중 또 한 명.

이 아이는 똘똘했다. 그리고 당돌했다. 그리고 공부하기 싫어했다. 이 아이는 문제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과외의 시작은 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대학에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였다. 우리는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 했다. 이 아이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mentor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오랫동안 나의 mentee였고, 그리고 나는 이 아이의 mentor였다.



꿈꿔도 된다. 

그 꿈이 무엇이든, 그 꿈을 살기 위해, 설득하기 위해, 증명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공부의 이유나 목적이 있을 수 없다. 이 사회는 공부를 삶의 이유이자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니까, 나의 과외학생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내 주변에 꿈꾸지 못하는 자들은 과외학생들 만은 아니다. 나의 친구들, 나의 지인들. 이 이야기는 또 언젠가 할 때가 있으니 상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동시대인들은 꿈꾸는 법을 상실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의 꿈에 새로운 꿈을 추가했다. 꿈꿔도 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어쩌면 이 꿈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꿈리스트 중에 가장 큰 꿈인지도 모른다.



각박한 세상에 "꿈"이라니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배부른 자의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맞다, 꿈은 꿈이니까, 꿈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두면 그냥 사라질 한낱 꿈이다.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꿈은, '오로라를 보겠다'는 꿈은, 어찌보면 너무도 하찮고, 어찌보면 엄두도 못 내며, 어찌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힘 빼지 말고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자는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꿈이란 것은.



그렇기 때문에,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꿈꿔도 된다고 말해주어야 본인의 꿈이 하찮은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오랜 꿈인 유럽여행을 부추겼으며, 또 나는 망설이고 있던 누군가에게 "내 생각에 지금의 삶은 네가 꿈꾸는 그런 삶이 아닌 것 같아, 잘 생각해봐"라고 이야기 했다가 결국 그 누군가가 결단하게 만들기도 했다.



누군가는 옆에서 끊임없이 꿈꿔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우리의 사회는 꿈꾸는 것 따위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아, 라며 각박한 시간을 강조하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옆에서 끊임없이 네 꿈을 살아내라고 이야기 해 주어야 한다.



영광스럽게도 내게 mentor를 부탁하는 지인을 만나면, 그런 까닭에 꿈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질문 후에 인용하는 문구는 (내가 처음에 선물받고는 이런 유치찬란한 책을 읽으라고 하다니! 하고 생각했던) 보물지도의 한 구절이다.



회사 업무라면 상사나 동료가 체크해 주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 인생에 있어서의 중요항목까지 일일이 체크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막상 나중에 자기 인생을 뒤돌아보았을 때 '나 자신의 일은 전혀 우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pp110-111)




보물지도

저자
모치즈키 도시타카 지음
출판사
나라원 | 2009-09-1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꿈의 시각화! 당신만의 보물지도를 만들어라!보다 쉽고 즐겁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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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묻고 싶다.

꿈꿔도 됩니다. 그런데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to be continued....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