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입니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2.22 [Sophie' Story] '스스로 대상 주기'에 대한 궁금증들
  2. 2013.06.07 [Sophie' Story]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Story]2013. 12. 22. 21:30



'2013년이 열흘 남았다. 눈도 오고 이곳저곳 크리스마스 장식도 되었고, 회사 공식/비공식 송년회와 지인들과의 송년식사도 종종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송년 준비를 올해도 하고 있다. 




(@Park Hyatt Seoul, Galaxy3S) 



친구가 작년말에 본인이 시행한 이후에 뜻깊었다고 추천한, 지인 대상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설문 조사를 12월에 시행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5월에 그룹 교육을 받으면서 이미 시행하여 이 프로젝트는 면제되었다. (click ☞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리고, 어젯밤 KBS 연예대상을 시작으로 연말 내내 방송 3사에서 OO대상들을 진행하는 것처럼, 나도 '스스로 대상'을 할 시간이 왔다. '스스로 대상 주기'를 하게 된 연유와 '2012년의 시상 항목에 대해서는 일년여전에 작성하였고, (click ☞ "스스로 대상 주기") 오늘의 주제는 지인들이 궁금해하는 것이다. 


개인 시상에 대해서 의외로 지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포상이다.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포상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써는 왜 개인 시상이 포상과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는 없으므로, 개인 시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포상은 없다. 


하지만, 연말이면 몇 가지 선물을 스스로에게 주게 된다. 꾸준하게 한 해를 살아왔다는 차원으로 선물을 준비하고 만끽한다.


우선 연주회를 간다. 나를 위한 연말 연주회의 기본은 말 그대로 연주회이다. 가수들의 콘서트나 뮤지컬 등에도 기회가 있으면 가지만, 기본적으로 연주회는 꼭 간다. 왠지 모르게 연주회에 가서 악기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한 해의 피로가 노곤히 풀리는 느낌이다. 사실 겨울에 가는 음악회가 대부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연주회장에 가서 따뜻한 공기와 어두운 공간,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에 몸에 맡기면 일순간 노곤해지면서 다소 졸립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면서 음악에 젖어들어가는 묘미가 있고, 나는 그런 느낌을 즐긴다. 그래서 올해는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실내악 연주회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은 나는 처음 들어본 작곡가인 Reinecke의 곡들로 꾸며진 Reinecke Special 이었는데, 듣고 있노라니 어깨가 으쓱으쓱 기분이 좋았다.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2중주부터 8중주까지 즐거운 시간이었다.


둘째로 서울의 평일의 여유를 즐기는 즐거움을 허락한다. 평일 휴가를 내면 '에너지 충전'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것과 달리, 그냥 그 때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래서 달콤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오후 늦게 걸어나가 커피 한잔 마시고는 저녁 약속에 참석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그런다. 한 해 바삐 살았으니 12월에는 그런 여유를 즐겨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실제로 해보면 12월의 널널한 평일이 약이 된다. 12월에 송년회니 뭐니 정신 없이 보내고 나면 12월이 가는지도 1월이 오는지도 모르고 시간은 흐르니까, 그저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


셋째는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상품'인데, 우선은 당연히 책이다. 아주 고심해서 두어권 책을 고른다. 이번 주말에도 책장 정리를 했지만, 사실은 책장에 자리가 없어서 책장을 늘리지 않는 한 책을 자주 많이 살 수도 없고, 딱 두어권만 연말 선물로 책을 고른다. 대출해서 읽은 후에 재독서가 가능한 소장용 책을 사는 목적이 강하므로, 신중 또 신중 모드가 되곤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옷도 물론 산다. 12월에는 가계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뭔가 옷을 사게 되기는 한다. 물론 올해도 이미 샀다.


지인들이 개인 대상에 대해서 두번째로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을 시상하느냐는 것이다. 링크된 글에서 어떤 항목에 시상을 하는지는 적어두었지만, 말하자면 대부분 나의 꾸준함에 대한 시상이 이루어진다. 사실 꾸준함이 중요하다. 솔직히 나는 연말연시의 요란한 분위기가 싫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분위기상 연말에는 반성을 하고 연초에는 계획을 세워야 했는데, 나는 그것이 그렇게 싫었다. 심각한 척, 중요한 척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그저 연말연시에 보여주기식 행사이지, 시간이 12월31일 23시 59분 59초와 1월1일 0시0분0초를 딱 구분지어 우리에게 명백히 다른 그 무엇인가를 보여주지 않는데, 달력을 새로 건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뭔가 중요한 일이 새로 시작되는 냥 그런 분위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자기 반성의 시간보다는 그저 꾸준하게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집안에서 안 해 주길래 스스로 격려하고 스스로 응원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을 시작한 것 뿐이다. 그러려다 보니, 요행으로 이루게 된 것들 보다는 나의 꾸준한 시간에 대한 격려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것이다. 


사실 2013년 개인 시상 항목은 거의 다 뽑아두었다. 수기로 일기장에 적어둘 예정이다. KBS 연예 대상에서 유재석이 먹방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의 시상 항목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저 시간을 축내지 않고 시간을 살아냈다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하게 살아냈다고, 스스로 다독이는 것 뿐이니까. 





돌 하나, 꽃 한송이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그풍경을나는이제사랑하려하네

저자
안도현 지음
출판사
이가서(주) | 2006-06-1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때소월시문학상,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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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
[Story]2013. 6. 7. 22:51



작년말에 친구가 개인적인 설문을 진행했었다. 본인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의 질문으로 그녀와 친한 사람들에게 설문을 진행하였는데 생각못했던 결과에 놀랐다고 한다. 친구가 생각했던 '본인을 좋아하리라고 생각했던 이유'와 친구들이 말한 '좋아하는 이유'가 달랐다고 한다. 본인의 예상답변이 아닌, 친구들끼리의 대답이 비슷했고 인상적이였다고, 내게도 한번쯤 진행해볼 것을 권유받았었다.


나도 올해말쯤 한번 해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고, 그 집합교육의 과제가 평소 잘 알고 자주 접촉하는 지인에게 본인의 강점이나 잠재력, 또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기여한 점을 두 가지만 구체적으로 써달라고 한 후에 정리하여 오는 것이었다. 과제를 핑계 삼아 나도 설문을 진행하였다.


이 과제를 부탁하는 것부터가 하나의 미션이었다. 누구에게 어떻게 부탁할 것인가. 나는 관계에서 어떤 기여를 하고는있는가 하는 고민도 당연히 들었다. 부탁하고 난 이후에 답을 기다리는 시간도 떨림의 시간이었다. 칭찬이 인색한 나라에서 자란 내게, 타인에게 듣는 나의 장점이란 무엇일까. 대부분 업무적인 답변들을 기대했고, 또 그렇게 오기도 왔다. 


일단은 이런 답변이 나와서 놀랐다. 나는 숨긴다고 숨기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몇몇 놀라운 문구들도 있었다. 


· 논리적/분석적 사고 방식과 감성적 공감능력이 Balance있게 뛰어남


· "broad & in-depth한 지적 탐구에 대한 열정 ^^ : 호기심을 갖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그럴 경우, 어느 수준까지 그 분야에 대해 알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편임(듯함..ㅋㅋ)"


그래야 하는 성격이긴 하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건 내가 좀 아는데"하면서 지어낸듯한 이상한 이야기 하는 문화를 싫어한다. 그리고 계속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그것이 와인이든, 서양문화사든, 스페인어든, 나는 모르는 것이 많고, 새로운 것을 알아갈 때 무척이나 즐겁다.


그런데,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에게 이 설문을 권유해주었던 친구가 보내온 답변, 나는 생각도 못 했던 답변, 그 답변을 읽다가, 어느 순간 문득, 내 삶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Sophie03)의 가장 큰 강점은 정확한 판단력과 디테일 그리고 따듯한 마음씨이다. 같이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상황 설명을 듣거나 같이 여행을 가보면 상황을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와인 스터디 하면서 느낀 건데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열심히 준비를 해서 감동받았다. 친구는 관심분야가 있으면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어서 디테일에도 강한 것 같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좀 냉정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이 많은데 친구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다. 그래서 자기 일을 똑바로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도 배려할 줄 안다.

 

친구는 나에게 나침반 같은 사람이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그리고 불합리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친구처럼 똑바로 생각하고 마음씨도 따듯한 사람이 있다는 건 마음속으로 큰 위안이 된다.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문제가 있을 때 막 하소연 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녀를 찾아간다면, 그녀는 정확한 판단력과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나침반처럼 올바른 길을 보여줄 것 같다. 


나침반이라니... 그 단어만으로도 사무실에서 나는 눈물이 핑 돌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내 방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나침반이라고 생각해주는 친구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친구가 내게 이 설문을 권유해 준 이유는 아마도,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내가 더 사랑받는 존재이며, 귀히 여김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주변사람들을 통해 깨달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친구의 설문의 답을 보내며,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했던 것 같다. 어느 사이엔가 친구와 나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트였나보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이 나의 친구이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풀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저자
마종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4-03-0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1959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한 마종기는 등단한지 45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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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추천한다. 설문을 진행해 볼 것을. 스스로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기 어려울 때에, 주변인들의 힘을 빌어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사랑할 용기를 가져볼 수 있도록 설문을 진행해 볼 것을 추천한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