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5. 1. 1. 15:25

2014년에는 New Year's Resolutions 중 매년 지켜오던 매주 1권 독후감 쓰기를 지키지 못했다. 사실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밤잠 줄이고 써볼까하고 생각도 했지만 그냥 두었다. 그럴 수도 있는 법이지 하고 혼자 인정해 주기로 했다. 2014년은 평소와 다른 한 해였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라고 인정해 주기로 했다.


평소와 달랐던 점들,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도 가지 않았다. 다만 업무로 인해서 급히 일본 출장을 6번 다녀왔다. 비행 시간은 짧지만, 짐을 싸고 공항으로 가서 수속을 진행하는 일, 돌아오는 길 등은 2시간 일본행이든 11시간 유럽행이든 같아서, 다녀올 때마다 지쳐서 공항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회사가 판교로 이사간 탓에 일주일에 두 번 요가 가는 일도 수월치 않았다. 그러다가 8월 요가 TTC를 수강하게 되어, 8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11시부터 6시까지 요가 철학과 수련과 명상을 공부했다. 인간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고 늘 변화하는데, 사실 그 변화가 늘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살다 보면 멈춰 서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고찰해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아마도 지금 그랬어야 했나 보다라고, 요가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다. 많은 생각들을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홀로서기를 했고, 그러다가 감정의 numbness에 직면하게 된 순간이 왔다. 몇년 전부터인가, 판에 박힌 시간들을 살아 오면서 나는 나의 감정을 무뎌진 채로 살아가기로 했나보다 하고 스스로 반쯤은 포기한 채로 인정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계속 그렇게 나를 방치한 채로 살아온 것을 직면하게 되었었다. 나의 감정을, 좋은 상자에 봉인이라도 해 둔 듯, 세상으로부터 분리해내서, 보존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서른 다섯에 관한 길고 긴 글을 쓰면서 한 번 깨달았고, 가을에 또 한 번 깨달아야 했다. 나는 내 감정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구나, 흔들려 버리면 다시 제대로 두기 까지 그 과정이 힘드니까, 감정을 잘 보존해 두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반성했다. 나열한 일들이 모두, 판에 박힌 듯, 무디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깨우쳐줘서, 나는 사실 하반기 내내 반성하고 살았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책을 70권쯤 읽어 독후감을 쓰고, 일주일에 네번씩 운동을 하고, 그런 인생을 살아오고 있음에 반성했다. 보다 즐겁게 보다 재미나게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그 즐거움과 재미남이 놀러 나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해주기로 반성했다. 올해 무작정 저지른 일들이 결국은 나를 이렇게 깨우쳐 주는 구나,하고 그렇게 2014년을 마감했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