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2014. 1. 15. 00:06
제목 : 괜찮다, 다 괜찮다.
부제 : 신년계획에 관한 변명



1월을 맞이하고 내가 꽤 힘들어하는 대화는 늘 "신년계획에 관한 질문"이었다. 물론 "올해는 결혼해야지" 대화도 있는데, 그건 싫어한다.
신년계획에 대한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본인의 신년계획을 말하고 내게 물어보거나, 본인의 신년계획을 말하지 않고 곧바로 내게 물어본다. 어떤 종류의 유형의 질문이든,  나는 신년계획을 대답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1월의 나는 신년계획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신년계획을 세우는데, 그것은 12월에 여행을 떠나 시차적응에 실패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길 때 뿐이다. 얼마전의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와 1월 1일 0시 0분 1초는 단지 2초 차이일 뿐, 특별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월1일 새로운 태양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 하고, 1월이면 남들 다 세운다는 신년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나의 핑계는 단순하다. 나의 현재의 계획은 겨울에 적응하는 것이다. 나는 추위에 약하고, 자칫하면 감기에 걸리는데, 감기에 걸리면 한달이상 앓기 때문에, 나는 그저 겨울에 적응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나의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결심을 하고 스스로를 혹사하다가 감기에 걸려서 1,2월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해서 12월 25일과 1월 1일은 딱 7일차이이기 때문에 연달아 두번의 주의 같은 요일에 연휴로 쉬게 되고, 12월중하순에는 조직개편 이슈로 업무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데, 그리고 나면 1월부터는 회사에서 새로운 조직과 새로운 목표를 두고 바로 업무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때문에, 나로써는 그 기간동안 회사에 새롭게 적응하며 회사의 방향성과 속도에 나를 맞춘다. 1월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겨울과 회사에 대한 새로운 적응.
그런데 나도 New Year's Resolutions을 작성한다. 다만 3월에! 3월에는 늘 신학기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교과서를 받았고, 새로운 공책을 시작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닌 18년동안 늘 3월에 "시작"이 있었고 그 때 적응된 생체리듬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학교에 다닐 때도 나의 시작은 3월2일이 아니었고, 3월17일 이후이다. 내 생일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생일파티를 하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한 3월생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성장했지만, 나의 생일은 굉장히 좋은 날짜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3월부터 12월까지 딱 10개월동안만 New Year's Resolutions을 실천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New Year's Resolutions을 늘어놓을 수는 물론 있다. 나의 계획들은 한번 세우면 대부분 지속되며 새해를 맞이한다고 특별히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한권의 독후감 작성하기, 꾸준히 운동하기(주중 1~2회, 주말 2회), 물 많이 마시기(하루에 1리터이상), 밀가루 단식, 가계부 쓰기,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행복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이 되기, 한글로 완결된 한 문장을 쓰기, 등등. 이 모든 계획이 한번도 1월1일을 기점으로 시작한 적도, 사실 3월을 기점으로 시작한 적도 없다. 어느날 마음을 먹으면 당장 그 계획을 시행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냥 그것을 꾸준히 지속한다. 특별히 무엇을 이루겠다거나 milestone에 해당하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나는 내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그런 목표를 세웠다가는 자아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내가 그래왔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에게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그저 말해줄 따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하기 그지 없는 나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인정해 줘야 했고, 일등에 특별한 욕심이 없는 나 자신을 용서해 주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훌륭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성취에 목적을 둔 사람보다는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한 것은 나의 "꾸준한" 장점을 스스로 칭찬해 주고, 조바심 내는 스스로에게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말해준 것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 바로 제목이다.



1월에 신년계획 따위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다 괜찮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에 끌려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를 맞이할 것이냐, 나의 인생을 내가 주도하여 1월 1일 0시 0분 1초를 맞이할 것이냐의 문제일 따름이니까.





괜찮다 다 괜찮다

저자
공지영, 지승호 지음
출판사
알마 | 2008-08-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선생님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졌어요. 선생님, 꼭 한 번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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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