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끊기]2014. 2. 11. 00:22

2014년 2월 10일로 밀가루를 끊은지 1년이 되었다. 오늘은 퇴근 후 요가를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런 낯간지러운 일주년 글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업무 때문에 퇴근을 제 때 못 했고, 덕분에 나의 책상에 앉아 오랜만에 하릴없이 글을 쓰기로 했다. 1년의 기록을 또 작성하기에는 그동안 "밀가루 끊기"라는 이야기로 주절주절 해 왔으므로, 최근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볼까 한다.

 

(1) 밀가루를 끊으면 좋은가?

 

밀가루를 끊으면 좋다.

육체적인 측면에서 몸이 가벼워진다. 소화가 안 되는 경우가 드물고, 나의 경우에는 요가와 운동과 금주가 맞물려 장기간 동안 조금씩 날씬해지고 있다. 삼십대 중·후반에 들어서니 몇 끼 굶는다고 살이 빠지지 않고 오히려 몸이 붓게 됨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밀가루를 끊으니 장기간에 거친 식이조절을 하게 된 셈이기 때문에, 살이 빠지게 된다.

미각적인 측면에서 기본에 충실하게 된다. 내가 정말 모든 밀가루를 끊고, 한 입도 안 먹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나와 식사를 해 보면, 버터가 먹고 싶어서 정방형 1cm 가량의 빵에 버터를 가득 발라서 먹는다던가, 7블레스에서 유기농피타브레드에 후무스를 얹어서 먹는다거나, 튀김옷을 벗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튀김옷을 먹는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먹어도 더 먹고 싶다거나, 즐겁다거나 하지 않고, 기름진 튀김옷 따위 먹고 싶지 않다며 은근 슬쩍 뱉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은 튀김옷 사이에 있는 새우이지, 튀김옷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튀김 자체에 대한 매력이 저하되어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길거리 불량식품인 수제핫도그를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별로 먹고 싶지 않아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소 충격에 휩싸였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의례히 내가 좋아해왔노라고 생각해온 것들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냥 섭취하는 습관이었지, 꼭 좋아한 것은 아니었었다. 그래서 최근에 새우깡도 두어개 먹었고, 바나나킥도 두어개 먹었는데, 한 개 먹을 때는 왠지 만족스러웠는데 두 개째는 그냥 그랬다. 그래서 한 봉지를 다 먹을 수 있었던 과거의 나는, "한봉지를 다 먹는다"는 생각을 좋아한 것인지 실제로 과자를 한 봉지 다 먹어야 했던 것은 아니었다. 삶이라는 것이 늘 내가 주체라고 생각해도, 한겹한겹 벗겨보면 습관에 의해 굴러가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나는 밀가루를 끊고야 눈치챘다.

 

(2) 밀가루를 먹고 싶지는 않은가?

 

일년쯤 지나니 딱히 먹고 싶지 않다. 짜파게티를 보거나 짜장면을 보면 조건반사처럼 코를 킁킁하게 되지만, 예를 들어, 몇달전 이태원 썬더버거에서 동생이 맛나게 버거를 먹는 것을 보고 한입 먹어볼까 생각해 봤지만, 실제로/정말로 먹을까 생각하면 별로 먹고 싶지 않다. 3월 내 생일이 다가오는데, 내 생일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생각해 보면 실제로 밀가루가 상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적다. 먹는다 해도 한 입쯤, 음, 그렇지 이런 맛이었구나! 생각할 정도만 먹을 것이다. 알고 보니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3) 밀가루를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

 

나는 그냥 딱 끊었다. 그 시간에 대해서는 일년 동안 종종 "밀가루 끊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왔으니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지만 밀가루를 뚝 끊어버리는 나를 보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밀가루를 끊기 시작했다. 아직 100퍼센트 끊은 사람은 없지만, 본인이 너무도 좋아하는 빵을 끊는다거나 면을 끊는다거나 한 가지만 끊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50퍼센트를 끊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고, 나는 그런 방법을 권해 주고 싶다. 나는 나의 unique함이 단식/중단의 상실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데서 나타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이럴 경우에 반작용에 의해서 더 많이, 더 빠르게 욕구를 채운다고 하니, 100퍼센트를 한 번에 끊는 방법은 반대한다. 다만,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고, 없이도 살 수 있음에 대해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게 커피가 그런 존재이다. 나는 심적으로 커피에 많이 의존하고 가끔 극적으로 커피를 중단하는 데 성공하긴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한다. 나는 대체로 금주하고 밀가루단식도 하는데 커피 정도는 마셔줘야 하지 않아? 그런 생각이 들면 다시 커피를 마신다. 세상 살면서 너무 억울한 일이 많으면 안 되고, 나의 경우에는 커피에서 그런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4) 밀가루 끊기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우선 끼니를 떼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빵을 먹을 수도, 초코파이를 먹을 수도, 칼로리 발란스를 먹을 수도 없다. 초콜렛 중에서도 트윅스는 먹을 수 없고, 어묵을 먹을 수도 없고, 밀가루 떡볶이도 먹을 수 없다. (밀가루 떡볶이의 대표주자 애플하우스는 1년 사이에 네번정도 갔고, 그 외에도 국대떡볶이 두번 등등 가끔 밀가루 떡볶이를 섭취하므로 예로 드는 것은 부적절하긴 하고, 어묵의 경우에는 맛이 없었다, 일년만에 한 입 먹었는데, 맛이 없어서 더 먹고 싶지가 않았다)

삶은 계란을 준비하거나, 고구마나 감자를 준비해야 하고 최근 한두달 사이에는 스니커즈 미니 사이즈 혹은 펀 사이즈를 한 두개 가지고 다니며 허기질 때 먹는다. 그도저도 아닐 때는 고구마 말랭이를 사 먹거나, 건조 야채나 과일을 사 먹는다. 스니커즈만 빼고 정성이 필요하거나 돈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스트레스 요소로 작용한다. 아직도 밀가루 안 먹어? 그럼 뭐 먹어? 이런 질문은 내 주변의 지인들에게 필수적 질문이다. 응, 여전히 안 먹지만, 파스타 집에 가도 난 샐러드를 먹으면 되니까 걱정하지마! 이런 말이 잘 안 통한다. 무언가 제대로된 밥을 안 먹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나 보다. 하지만 나는 정말 괜찮다.

 

일년동안 밀가루를 끊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나는 괜찮다. 무언가 어마어마하게 기특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누군가 건강을 위해 물을 1리터 이상씩 매일 마시거나, 야채를 많이 먹는 것처럼, 나도 밀가루를 안 먹고 사는 것 뿐이다.

 

그래도 1년이 되었다고 기념글을 남기는 걸 보면, 여전히 밀가루를 끊은 스스로를 대견하고 생각하고 있긴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먹고 싶은 밀가루음식은... 통호밀빵으로 내가 만든 프렌치 토스트!

Posted by Sophie03
[밀가루끊기]2013. 11. 13. 00:00


밀가루 끊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여행 때는 당연히 밀가루 끊기 잠시 중단했지만, 오가는 비행기에서도 밀가루는 먹지 않았고, 돌아와서도 지속 중이다. 아직도 하냐는 질문들도 여전히 받고 있지만,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건조하기도 했지만 밀가루를 먹었는데, 또다시 건선이 일어난 것을 보면, 내게 밀가루 끊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밀가루 끊기와는 다른 이야기인 듯 한 맥주이야기. (왠지 잘못한 것 같으니까 속삭이는 모드로 이야기하자면) 술 중에서도 맥주는 되도록 마시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가면 늘 그 나라 맥주를 열심히 마신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어서 별로 즐기게 되지도 않고 그래서 한국에서는 안 마셔도 아쉬울 것이 없으나, 여행지에서는 산지 맥주의 다양성에 놀라고, 그 다양한 종류를 맛보는 것은 여행자의 의무이니 당연히 마트에 가서 맥주코너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며, 늘 마시게 된다.


물론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마트에 가서 맥주 코너에서 구경하다가 "글루텐프리" 맥주를 접하게 되었다.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사실 맥주는 밀로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면 밀가루 단식 중인 나는 맥주도 마시면 안 되는 음식이었다는 것이다. 밀가루 단식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의외로 글루텐 알러지를 가진 자들이 많고, 나도 글루텐 알러지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맥주가 밀가루 단식의 대상임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탈리아 마트 맥주 코너에서 한숨을 쉬었었다.


그래도 여행 중에는 밀가루 단식 중단 상태이니, 글루텐프리가 붙지 않은 정통적인 이탈리아 맥주들을 마셨다. 사실 이탈리아는 워낙 와인산지로 유명하여 이탈리아의 술하면 TOM의 위치를 와인이 차지하지만, 이탈리아 맥주는 원래 맛있다. 특히 달콤함과 깊은 맛의 공존은 맛봐야 알 수 있고, 이탈리아 화덕 피자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물론 내게는 여행지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아이템이지만... 이번에는 Birra Moretti, Peroni 등등 한국에 수입된 브랜드이지만, 수입되어 있지 않은 라인을 마셨는데,역시 맛있었다. 


그런데, 이제 "여행 중에만 밀가루 단식을 일시 중단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한국에서는 맥주를 마시지 않아야 한다. 사실 이런 다짐은 안 했었는데, 지난 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맥주를 마셨고, 여행이후 한달만에 어렵게 가라앉힌 건선이 다시 일어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맥주도 밀가루였다... 


이런 충격적인 새로운 발견을 하고, 나는 고민 중이다. 소주도 안 마시기 때문에, 맥주는 회식 자리에서 피하기 어려운데... 식사 때 밀가루를 안 먹는 것은 은근 민폐지만, 맥주도 소주도 안 마시는 나는 완전 민폐인 듯 하다. 어떤 수단을 강구해야 할지 고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루텐프리 맥주가 수입되거나 생산되는 것이다. 요즘 식품 코너에 가면 글루텐프리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괜시리 바삭한 것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오늘 백화점에서 유아용 식품 코너를 기웃거렸다. 유아용 스낵은 대부분은 자연건조이거나 굽기 때문에 먹어도 될 것 같아 어슬렁 거리다가,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글루텐프리 아이템을 구매해왔다. MSG도 없고 소금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순수하게 바삭함만을 제공하는 쌀와플. 바삭함을 향유하기 위해 고지식한 독일인들을 믿어보는 수 밖에 :-)



(Ricewaffle without salt / gluten free 라는 의미임)



(업로드 하는 김에 하나 더. 좋아하는 진저츄인데, 이 아이도 gluten free. 

글루텐프리 식품과 맥주가 더 늘어나기를!!!)



Posted by Sophie03
[밀가루끊기]2013. 9. 16. 20:00


내게 있어 과자의 효용은 높은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 생각은 안 나도 과자 생각은 난다. 술은 기분이 좋을 때 마셔야 한다는 개인적인 원칙 때문이기도 하고, 또 대부분 집중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회사에 있는 시간들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밀가루 끊기를 7개월을 넘기면서, 그냥 과자 카테고리를 먹고 싶은 순간도 있고, 특정 과자를 먹고 싶은 위기도 있다. 특정 과자란 짭조름한 새우깡, 자갈치, 오징어집 등이나 영원한 진리인 바나나킥이나 맛동산 등등 때에 따라 갑자기 "바로 그 과자"가 먹고 싶어진다. 


고민 끝에 찾아낸 솔루션들. 바삭함이 필요하다면 감자칩 종류를 먹으면 된다. 편의점에 가서 감자 95% 정도의 과자들을 찾아내면 된다. 스윙칩이나 수미감자, 눈을 감자, 자가비 등을 먹으면 된다. 나는 수미감자를 제일 좋아하고, 자가비나 눈을 감자는 왠만하면 먹지 않는다, 너무 딱딱해...


그렇지만 사람의 욕구는 그렇게 쉽게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과자를 생각하면 "바삭함" 외에 "기름에 튀긴" 고소한 맛이 함께 떠오른다. 맛동산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튀긴 후에 시럽을 입혔기 때문에, 바삭함과 고소함과 달콤함을 한번에 충족시킨다는 점이다. 그런데 밀가루를 끊으면 맛동산을 먹을 수가 없다.


그런데 밀가루를 끊은지 반년만에 찾아낸 것! 쌀로 만든 쌀로별이 있었다. 사실 나는 불신의 아이콘이니, 당연히 밀가루를 믹스해서 사용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슈퍼에서 쌀로별 찹쌀유과의 원재료를 보고는 내가 먹어도 되는구나! 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한 봉지를 사다가 다 먹는데 3주 정도 걸리긴 했지만, 반년만에 바삭하고 고소하고 달콤한 과자를 먹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밀가루를 끊어도 과자를 먹을 수 있다!!!


여기서 단 한 가지, 다이어트 목적으로 밀가루를 끊는다면, 칼로리를 생각해서 먹으면 안 된다는 점. 나는 건선 등의 피부 알러지 때문에 밀가루를 끊고는 그 상태를 유지 중이지만, 기름에 튀기지 시럽을 발라서 칼로리가 높은 과자(120g에 620kcal)를 먹는 것은 다이어트-밀가루간의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니까. 사실 나는 요즘 내가 밀가루를 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요가를 계속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주말마다 산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저 괜찮을 것 같아서!가 아닌 명확한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그저 두루뭉실하게 이야기 하면서, 쉽게 주객을 전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밀가루를 끊은지 7달을 넘기고, 요가를 정기적으로 해온지 1년 9개월을 넘기고 나니, 그 두 가지 시너지 효과로 살이 빠졌다. 그 두 가지 외에는 먹는 양도 그대로, 산책/등산을 하는 양도 그대로인데, 살이 빠지고 있으니, 밀가루 단식과 요가의 효과인 셈이다.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고도 살이 빠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꽤 감사한다. 더군다나, 등/허리의 살이 빠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다. 예쁜 옷을 입기 좋아하는 여자이다 보니, 당연히 기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밀가루를 끊는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니었으므로, 스트레스의 순간에, 다른 방면으로 스트레스를 분출하기 전에 감자칩 한 봉지로 위안이 된다면 당연히 허락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나는, 스트레스의 순간에 편의점에 가서 혼자 방황한다. 나는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의 고민을 하면서. 사실상 나는 밀가루를 끊은 것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어도 되고, 초콜렛 하나를 먹어도 되고, 감자칩 한봉지를 먹어도 된다. 그런데 마치 내가 단식을 하는 사람 같은 강박관념에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추가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나는 밀가루 단식 중일 따름인데 말이다.


그러니, 업무의 스트레스라면 감자칩 한 봉지를 먹어 버리자, 밀가루 단식을 '모든 고칼로리 음식들의' 단식이라 착각하여 단식 스트레스를 더 받지 말고, 쉽게 생각하고 나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허락해 버리자. 그것이 밀가루 단식을 지속하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다. 사실 평소 "양"에 대한 욕심이 없으므로, 쌀로별 한 봉지를 먹든,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든, 그 섭취가 폭식의 계기(trigger)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으니, 먹어줘도 상관이 없다는 것은 내게 있어 행운이기는 하다. 


# 지금 먹고 싶은 밀가루 음식은 두둥.... 바로 "콘칩"이다.



 

Posted by Sophie03
[Story]2013. 9. 7. 00:19


벌써 가을바람이 부는 9월이다. 나는 곧 삼십대 중반이라고 더는 주장할 수 없는 영역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한살한살 나이 먹는 것을 세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학생일 때는 학년이 올라감으로 세월의 흐름을 측정했지만, 지금의 나는 세월의 흐름을 측정할 길이 없다. 부연하자면, 현재의 지인들은 아이들의 나이로 세월의 흐름을 측정하지만, 미혼의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내게도 시간이 흐른다. 불현듯 정신을 차려보면, 늦봄에 서 있거나, 한여름의 태양을 마주하고 있게 되다가, 기어이 가을이 오고야 만다. 찬 바람이 불게 되면, 나의 한 해는 무엇으로 세어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가을바람은 늘 우리를 사색에 젖게 만든다.


나도 세월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해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늘 시행한다. 그저 잠을 자고 일어나 회사를 다녀오고 일년에 한번 휴가를 다녀왔다는 1년의 흐름으로는, 가을날에 늘 마음이 공허해지는 것 같아, 그저 잠을 자고 일어나 회사를 다녀오는 것 외에 스스로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남기는 흔적들로 인해 나의 시간을 측정한다.


우선 나는 요가를 정기적으로 시작한지 이제 1년 9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의 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최소한 내가 무엇을 잘 못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윗등을 들어야 하는 순간에, "윗등"이 어디인지 몸으로 알게 되었고, 여름에 편두통이 올 때는 요가를 한 후에 찬물로 목을 차갑게 해 주면 진정된다는 것도 요가를 하며 알게 되었다. 편도선이 쉽게 붓는 나에게는 생각해보지 못한 사상의 전환이었다.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어쨌든 나의 요가 나이는 이제 1년 9개월.


그리고 작년 11월부터 올리브 오일을 아침마다 2숟가락씩 먹고 있다. 담백한 식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오일을 섭취할 기회가 적으니, 음식과 함께 올리브 오일을 먹으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나는 회사에 출근해서 아침에 올리브 오일을 그냥 10개월째 먹고 있다. 재미난 것은 컨디션에 따라 올리브 오일의 향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쓰거나 그냥 오일맛이거나가 구별이 된다. 내 회사 짝꿍은 그걸 어떻게 먹어요?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먹다 보면 그냥 먹을 수 있다. 올리브오일의 효능을 찾아보면, 보통 공복에 두스픈씩 먹으라고 되어 있는데(다이어트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는 아침을 먹고 회사에 출근해서 먹는다. 효능은 여러 지용성 비타민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좋고 노화방지 등이 좋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는 가장 큰 효과는 배변활동의 개선이다. 원래도 문제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놀라운 효과를 보고 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니까, 일단 나라도 꾸준히 한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화제가 된 것은 밀가루 끊기이다. 4일 후면 밀가루를 끊은지 7개월이 된다. 밀가루 끊기는 자주 글을 쓰기도 했으니까 더 언급할 것은 없지만, 재미난 것은 밀가루 끊기 때문에 내 블로그 방문객 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인본주의자를 지향하는 나는 "삶 속의 인문학"이란 목적을 가지고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밀가루 끊기 이야기도 다분히 "+가 아닌 -를 실천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블로그 유입 키워드에 "밀가루 끊기 효과"가 절대적으로 많다. 많은 분들이 밀가루 끊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보다 친절하게 효과와 방법을 설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내가 시간에 나를 맡기지 않고, 스스로 시간을 살아내기 위해 하고 있는 최고의 프로젝트는 책 읽기이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직장인이 되었을 때도, 늘 새로이 정한 것이 책읽기 이다. 읽은 책의 권수, 읽은 책의 종류, 다시 읽은 책 리스트를 보며, 나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소장하고 있는 책 컬렉션이 아닌,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내가 읽었던 책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나는 여러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버릇이 있어서 작년 1~2월 펼쳐놓은 책만 6~7권 정도였는데, 2월초 지인의 죽음이라는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서 그 모든 책을 접었다. 그리고 한달여 거의 책을 읽을 수가 없다가, 손에 잡힌 책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었다. 실소를 금치 못한 것이 아니라, 신랄함과 자조가 주를 이루는 계산된 웃음 코드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다시 책 읽기 시동을 걸 수도 있었고, 정상적인 삶으로도 돌아올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구절?



"그런데 내가 아까 물어본 것에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보기에 인간은 왜 웃는 것 같아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이따금 우리의 생각이 명철해질 때면 세상만사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그러면 갑자기 우리는 세상사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죠. 우리의 정신이 집착에서 벗어나 초연해지면 우리 자신까지 조롱할 수 있어요."

"그럴싸한데요. 그건 동물들이 웃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해요. 동물들도 고통을 겪지만 그런 방어 무기가 없죠."




웃음. 1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1-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웃음의 성배는 어디에 있는가?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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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계속 책을 읽고 있고 기본적으로 그 목표는 주1권의 책의 독후감 쓰기이다. 2013년 9월 6일 현재 나는 38권에 대한 독후감을 썼다. 사실 그 중 18권은 7,8월에 각각 9권씩 읽기는 했다. 어느 때는 책을 전혀 읽을 수가 없고 글을 많이 쓰거나, 많이 걷거나 하는 등의 부침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것 또한 나의 시간이니까. 


그리고 8월부터 새로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딱한문장" 프로젝트이다. 나는 보통 책을 읽고 나면, 인상적인 문구들을 적어두거나 표시해 주고, 살면서 그 구절이 다시 읽고 싶어지면 다시 보는 습관이 있는데, 정말 "딱한문장"만 고른다면!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8월엔 9권의 책을 읽었고, 그래서 아직 #009인데, 하다보면 언제나 내가 그 때 왜 이 문장을 골랐을까 하는 역사가 쌓이게 될 것 같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독후감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듯이 말이다.







나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간다. 캡쳐화면 중 #008 『여름거짓말』의 "딱한문장"에서처럼 행복의 양념을 위한 양념만을 모으지 않기 위해 나만의 시간을 측정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꾸준히 삶을 살아간다. 적다보니, 그저 살아가는 것 외에 또다른 시간측정법이란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 같기는 하다.




여름 거짓말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13-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올 여름 놓쳐서는 안 될 걸작 중의 걸작” _SWR(Sud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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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
[밀가루끊기]2013. 8. 11. 22:17
2013.2.10~2013.8.11 동안 밀가루 단식 중이다. 그래도 먹게 되긴 하고 그동안 대충 1리터 페트병 정도는 먹은 것 같다. 밀가루 떡볶이 3회, 튀김옷 등등. 통인 시장 기름 떡볶이, 탱크의 국물떡볶이, 애플하우스 떡볶이를 각1회 먹었으니 후회는 없다. 그래도 종종 너구리나 비빔면을 먹고 싶기도 한데, 여전히 안 먹고 있다.
그럼 이쯤에서 여전히 안 먹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사실 내가 여전히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아직도 안 먹느냐? 그냥 의지를 확인하고자 하면 반년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드니까. 하긴 고등학교 3학년때 13개월동안 극장에 안 간 적이 있긴 하다.
아무튼 내 맘인데, 내가 안 먹는 건데 무슨 문제인가 여전히 생각하지만 효과에 대해서 말하면 이런 것들이 있다. 사실 몇번 말해서 신선하지도 않다.
우선 소화가 잘 된다. 역으로 밀가루 떡볶이를 먹고 속이 꽤 안 좋았다. 또한 튀김류(히레까스, 프라이드치킨) 먹고 나면 껌뭉치를 먹은 냥 속이 갑갑해 옴을 바로 느낀다. 그래서 굳이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또한 피부건선이 나아졌다. 완쾌는 아니지만, 붉어지며 동시에 염증스러워지는 상황이 아니고, 살껍질이 벗겨진 듯한 상태로 유지 중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사실 증상이 심할 때는 그 부위에만 열이 더 올라 아주 괴로웠는데, 사실 요가를 하면 내부의 에너지가 차오르고 대신 외부의 체온이 낮아졌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것과도 조금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쨌든 지금은, 완쾌가 아니라도, 참 좋다.
그리고 오래되니 군살이 빠지는 느낌이다. 눈에 보이게, 파격적이지는 않아도, 등허리 등등 살이 다 빠져야 마지막에 빠지는 부위가, 단독으로 날씬해진다. 사실 몸무게의 변화도 없는데 말이다. 뽀로지가 적게 나는 것도 장점.
그러니 이제 내게 왜 아직도 하냐고 묻지 말기를. 해보면 좋은데, 쉽게 실천할 수는 없는 것도 알고 있어서, 당신도 해보시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관점에서 볼 때, 나도 왜 아직도 하냐는 질문을 받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생각한다. 생일날에만 라면을 먹을까, 통호밀빵을 먹어볼까... 그래, 사회생활하며 밀가루를 백퍼센트 끊는 것도 어렵고, 이미 맛을 다 아는데, 모르는 척 안 먹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밀가루 끊기는 내가 세상에서 하고 있는 최고의 수련 중 하나이다. 얽메이지 않겠다는, 언제든 자발적으로 끊어낼 수 있다는, 혼자하는 수련. 계속 성공하기를 혼자 기원해본다.


Posted by Sophie03
[밀가루끊기]2013. 6. 22. 23:15


밀가루 끊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흔히 예상하듯이 끔찍하거나 세상에 먹을 것이 없어 허기져 죽을 판도 아닌데, 주변사람들이 자꾸만 먹고 살 것이 없지 않냐는 질문을 계속 해 주고 계신 관계로, "혹여나 밀가루를 끊어볼까 결심해볼까 생각은 들지만 쉽게 마음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대체제에 대해 써볼까 한다. 


나도 밀가루를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종류를 다 좋아한다.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면 종류이다. 국수집을 차려도 될만큼 인상적인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끓이시는 엄마의 자녀라면 겨울에는 잔치국수를 먹고 싶다고 하고 여름에는 비빔국수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둘 다 해 주신다... 진짜 맛있기 때문에 일인분은 안 되는 양이긴 해도 두 그릇 다 먹을 수 밖에 없다. 파스타도 진짜 좋아한다. 다양한 종류의 면들을 다 좋아하는데 엔젤헤어도 좋아한다. 칼국수, 우동, 모밀, 냉면, 쫄면 모두 사랑한다. 하지만 요즘 내가 먹는 것은 쌀국수 뿐이다. 국물이 먹고 싶으면 쌀국수, 별미가 먹고 싶다면, 팟타이나 팟씨유 등의 대안이 있다. 물론 자장면을 대체하거나 라면을 대체하는 자극적인 맛은 기대할 수 없지만, 국수의 기본인 "후루룩" 면발을 빨아올리는 느낌만으로도 좀 행복해진다. 그리고 최근에 우래옥에서 순면냉면을 먹고 행복해서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아주 맛있었다! 자주 가지는 못 해도 밀가루를 안 먹어도 냉면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 나는 연속 3끼를 전부 냉면으로 먹을 수 있는데 여름이 오니 냉면을 못 먹어서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었는데 다행히 우래옥 냉면을 먹게 된 것이다. 


그 다음은 빵이다. 여러종류의 빵을 다 좋아한다. 누군가처럼 매일매일 빵을 먹지는 않아도 회사 다니고 외부 약속 있다보면 일이주에 한번은 꼬박꼬박 빵을 먹어왔다. 그런데 빵을 못 먹는다. 좀전에 책을 읽다가 도넛 이야기가 나와서 또 입맛을 다셨다. 밤앙금, 팥앙금이 들어간 빵도 먹고 싶고 프레츨도 먹고 싶고 보카디요도 먹고 싶고 프렌치 토스트도 먹고 싶고, 쓰다 보면 밤 샐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위스 독어권 지역의 특산물(사진)도 먹고 싶다. 계피향이 나는 이 빵은 차가운 날씨가 되면 따뜻한 차와 함께 한 모금 베어 물고 싶은 그런 빵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생갈렌 시장의 전통적인 빵집에서 따로 주문해서 가지고 왔었는데... 갑자기 생각난다.


(친구가 왔을 때 취리히로 놀러갈 때의 간식으로 사서 먹은 것, 벌써 9년전...)


문제는 빵은 대체제가 없다. 사실 "계란과 고구마로만 만드는 빵"이 존재하기는 한다. 폭신폭신한 식감이 어느 정도 밀가루와 닮아 있다. 하지만 만들기 위해서는 계란 흰자로 머랭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노력에 비하면 만들 수 있는 양도 한정적이고, 그리고 밀가루 빵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달콤한 향이 없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추천하지 않는다. 폭신폭신한 식감을 포기한다면, 그래도 달콤한 디저트가 먹고 싶다면 나는 머랭과 마카롱을 추천한다. 다만 다이어트를 위해 밀가루 단식을 한다면 칼로리를 보고 가슴 쓸어내릴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감기에 걸리면 먹는 음식이 다르던데, 나는 감기 초기에는 늘 어묵탕을 끓여먹는다. 무와 양파와 파,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국물을 우린 후 한번 데쳐서 기름기를 뺀 어묵을 넣고 끓여서 국물까지 마시고 나면 초기 감기는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어묵에 밀가루가 들어간다.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왜? 정말? 하는 눈빛을 보내는데, 그런 모양을 가지려면 당연히 밀가루가 들어가야 한다. 아무튼 어묵을 못 먹는 것은 언제나 큰 일이다. 아직도 대체제를 못 찾았다. 


그리고 만두와 딤섬. 혀가 데일 듯 뜨거운 딤섬에 간장에 절인 생각을 얹어서 먹는 즐거움의 대체제 역시 아직 못 찾았다. 만두소만 좀 먹으면 그건 만두가 아니고 동그랑땡 재료를 먹은 것 같아서... 왠지 불편하다. 감자만두가 판매 중이라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서 만두피를 만든 것이란다. 그래서 포기하고 만들어 볼까 고민하며 찾아보니 유아식 레시피로 찹쌀가루를 묻혀서 굽거나 찌면 된다는데, 아직까지는 도전해 보지 않았다. 곧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사무실에 있으면 과자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스트레스의 환경에 아삭아삭 매콤달콤한 자극적인 과자를 본능적으로 찾게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냥 찾다가 본능에 굴복하고 최근에 감자스낵을 몇번 사먹었다. 구성표를 잘 보면 밀가가 안 들어간 과자는 감자가 90퍼센트 이상 들어가 있다. 이 역시 다이어트 목적의 밀가루 단식이라면 추천하지는 않겠지만, 새우깡 때문에 밀가루 단식을 포기할 지경이라면 추천한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얼마전에 사무실에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새우깡을 먹어서 정말 죽을 뻔 했다. 결국에는 한 개 입에 넣었다가 뱉었다. 여전히 겨우 이 새우깡으로 밀가루 단식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마음과 함께, 입에 들어갔을 때 기대만큼 아주 맛있지는 않고 그냥 새우깡 맛이라는 것에 안도하고는 뱉어낼 수 있었다. 나의 미덕은 역시 꾸준함이다.


그런데 자극적인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다. 과자의 자극적인 향이 그리울 때면 나는 비첸향을 먹는다. 2월10일 이후로 한 3번 정도 사서 먹었다. 비첸향을 먹고 나면 늘 몸이 붓는 것이 나트륨의 섭취를 과다하게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비첸향 정도는 허가해 줘야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된다. 비첸향은 과자 뿐 아니라 너구리와 신라면, 비빔면의 대체제 역할까지도 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종종 먹어줘야 한다.


그런데 사실 밀가루를 못 먹으면 가장 불편한 것은 간편식을 해야 할 때이다. 샌드위치를 먹거나 빵을 먹거나 시리얼을 먹거나 혹은 에너지바나 초콜렛바 등등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밀가루 단식 중이라면 이 모든 것을 다 못 먹고 오직 고구마나 계란, 바나나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사실 늦은 오후 급한 허기에 편의점에 가서 매장을 둘러만 보고 돌아올 때의 기분은 좀 우울하다. 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바나나 뿐이다. 이 모든 맛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돌아올 때면, 늘 편의점에 건의하고 싶어진다. 떡을 판매하라고! 간편식을 해야 하는 것 때문에 밀가루 단식을 포기할 판이니 떡을 판매하라고. 


그렇지만 결국 나는 견과류를 집어들고 돌아오게 된다. 나는 밀가루 단식 중인 사람이니까. 나의 미덕은 꾸준함이니까.


※ 쓰고 보니 밀가루 단식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절망만 안겨 준 것 같다. 그래도 해 보면 할 만한데!


Posted by Sophie03
[Story]2013. 5. 21. 20:53



페이스북에 밀가루를 끊었다고 올리자 왜 그러는지 오랫동안 질문을 받다가, 최근에 재미삼아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고 올린 이후로는 왜 스페인어를 배우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언젠가의 글(☞click)에 쓴 것처럼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 뿐이다. 특별히 스페인어를 배워서 회사에서 인정받겠다는 실용적인 마음이 있지도 않고, 사실 스페인에 가거나 라틴아메리카에 가더라도 영어부터 말할 것이다. 그냥 나는 언젠가 다짐했다, 죽기 전까지 스페인어/이태리어/프랑스어를 말하고 시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세가지 언어를 배우리라고. 그냥 내가 즐거우려고. 


그런데 사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시작만 하면 꾸준히 한다. 나의 가장 범생이적인 특성은 꾸준함이다. 나의 꾸준함은 성실함과는 다르다. 요가를 정기적으로 '12년1월부터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회사일이 바빠서 한달, 감기가 심해서 한달 빼먹고는 꾸준히 다니고 있다. 어제 일과 후에는 요가를 가기 싫은 마음이 있었지만 요가를 다녀왔다. '일주일에 두 번 요가'가 스스로의 기본 계획이고, 월요일에 가지 않는다 해도 금주 언젠가 두 번은 가야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를 끊은지는 100일쯤 되었다. 지난번 글(☞click&click)에도 썼듯이 앞뒤 재지 않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그냥 계속 하고 있다. 스페인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죽기 전까지 시를 읽어야 하니까, 하는 커다란 사명감 보다는, 회사에서 스페인어 강좌가 개설되길래, 원래는 이태리어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스페인어 공부 부터 시작했다. 3월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전출을 했고, 첫번째 종강을 했다. 그리고 다음주에 두번째 학기가 시작한다. 그런데 사실 성실하게 예습/복습을 철저히 하지도 않았고, 그저 일과시간 이후에 교실로 쓰이는 회의실에 가서 수업을 들었고, 이제 단순한 현재형 문장을 말할 수 있다. 


나의 꾸준함에는 사명감이 없다. 그저, 어릴 때부터 써온 독후감을 어른이 되어서도 쓰고 있고, '일주일에 한권 책읽기'도 매년 하고 있다. 그냥, 그저,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중간에 중단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어 였다. 학부 때 한 번, 회사원일 때 한 번, 두 번을 포기했는데, 그 때 깨달았다, 나는 알파벳으로 된 언어를 배우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이후로 그냥 중국어는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나는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재미있다. 성실하게 외워야 하기 때문에 외우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 쉬고 있던 뇌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즐겁다. 그냥 즐겁다고 생각하면 꾸준하게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나는 독후감을 써두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읽은 책들이 비물리적으로 쌓여 하나의 서재를 이룬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고 언젠가 어느 구절이 떠올랐을 때 그 책을 읽고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보는 일이 즐겁다. 나의 꾸준함으로 인해 나는 늘 쉽게 즐거워 진다. 이것이 나의 꾸준함의 미학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종료일을 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저 꾸준한 것으로도 나는 살아있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리고 세상 일은 원래 이진법으로 깔끔하게 설명할 수도 없으니까.

 

Posted by Sophie03
[밀가루끊기]2013. 4. 30. 13:10



밀가루를 끊은 날(2013.2.10) 이후로 80일 정도 지났다. 처음에 밀가루 단식을 시작하던 무렵에는 삼월중순 생일까지, 그리고 부활절까지 라는 기한단서가 붙어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면 의례히 듣는 질문이 아직도 밀가루를 먹지 않냐는 것이다. 


아직까지 안 먹고 있다. 담배 끊는 사람들이 담배를 끊은 것이 아니라 참고 있는 거라고들 이야기 하는데, 밀가루도 안 먹고 있지만, 참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빵 엄지손톱만큼 먹기도 하고 냉면 세가닥 정도 먹기도 했고,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도 먹었는데, 아무래도 그 떡 밀가루떡인 것 같다.


밀가루 단식을 통해 알고 있는 좋아하는 것을 먹고 싶은지 혹은 새로운 맛을 보고 싶은 건지 중에 선택한다면 나는 후자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랫동안 먹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 먹는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도 괜찮다. 그런 경우에도 컵라면국물냄새를 맡거나 짜장면 영상을 볼때면 먹고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새로운 향이 나는 음식을 보면 궁금해진다. 특히 주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그 맛을 기술해주는 순간이 오면 먹고 싶어진다. 한입만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입 먹고 나면 후회한다. 그게, 사실 별것이 아니였다. 그래서 한입만 먹어볼까 생각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그런 덕에 80일째 밀가루 단식 중이다.


어떻게 참느냐는 질문에 하나 더 대답하면, 회사책상에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같은 견과류와 건조 크랜베리 등이 있다. 아삭한 것, 달콤한 것이 필요하면 먹는다. 껌을 씹는다면 좀더 괜찮을 것 같지만 이십년 넘게 껌을 씹지 않아와서 나의 간식 대안은 견과류가 되곤 한다.

하지만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가장 궁금해 하는 것 두가지는 '먹을 것이 없지 않냐'와 '왜 끊었니/ 밀가루 끊기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느냐'이다. 


외식에서 먹을 것이 많은 것은 아니다. 리조또가 없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샐러드를 먹어야 하고, 분식집 가면 김밥이나 덮밥 종류를 먹어야 하고, 특히 회사옆 유명한 분식집 동아분식에서는 열무비빔밥이 유일한 선택지이다. 하지만 요령이 생긴다. 적절히 밀가루단식을 티내지 않고 식사를 고를수 있게된다. 사실 밀가루 끊기는 내게 의지의 문제이지 환경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마다 다 다른 환경에 처해있으니,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인 간식이 밀가루인 경우가 더 많다. 맥주를 마시러 가면 미니프레츨이나 뻥튀기 과자가 나오곤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손이 움직이면 그것을 입에 넣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입에 들어간 과자를 다시 뱉어내는 걸 보면 나도 좀 독한 구석이 있기는 있다.


그런데 밀가루를 끊는다 해도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 글에서 쓴 효과인 붓기가 빠지는 효과가 확실히 있지만, 사실, 나의 경우에는 다른 탄수화물들은 다 먹고 있기 때문에 여느 탄수화물 단식의 다이어트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운동 가기 전에 고구마도 먹고 감자도 먹고 있기 때문에, 전혀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쉽지만, 아쉽게도 말이다.


그런데 피부는 좋아진다. 밀가루는 보통 미국에서 수입되고, 기나긴 운송 과정을 견디기 위해 방부제가 다량 투입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밀가루를 먹었을 때 괜찮았던 경우라도 한국에서 미국 밀가루를 먹으면 피부에 트러블이 나는 경우가 그런 영향을 받는 경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밀가루를 끊은 다음부터, 나의 주요 목적이었던 목 부위의 피부알러지와는 상관없이, 피부가 촉촉해졌다. 거의 첫직장 그만 두고 나서 얼굴에 광채가 생겼던 것과 유사한 정도다. 『Clean』에서 이야기했던 "내가 먹은 것이 내가 된다"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절이다. 사실 요즘은 그말이 "좋은 무언가를 더 먹는다"의 의미가 아니라 "나쁜 무언가를 덜 먹는다"의 의미였음을 확인하고 있다.


일단, 80일 정도 지난 기념 글쓰기는 이정도로. 그나저나 나의 목 부위의 알러지는 밀가루와 상관이 없는 것인가. 또 다른 단식이 필요한 것인가. 




클린

저자
알레한드로 융거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0-09-20 출간
카테고리
건강
책소개
아마존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 1위!우루과이 태생의 독일계 유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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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
[밀가루끊기]2013. 3. 30. 01:50



개인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대책없이 지르는 편인데다가, 다소 엉뚱한 편인 나는 설날당일 저녁에 이런 생각을 했다.


드디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중에, 스위스의 각 도시들은 카니발을 했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카니발은 "재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사순절"동안의 금욕적인 삶 이전에, 즐겁게 먹고 마시는 축제이고, 그래서 카니발 시즌에는 매우 기름진 카니발용 과자/빵을 판매한다, 고 했었다. 운좋게도, 내가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에 카니발 기간이 있었고, 우리들은 각 도시들의 카니발 날짜를 알게 되어, 우리도시 카니발뿐 아니라 옆동네 카니발에 기차타고 놀러도 갔었다. 그 조용하던 스위스 거리에 모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와 살아있는 사람들의 도시를 밤새 만들었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한껏 분장한 스위스의 청년들이  겨울의 정령이 물러가고 봄의 정령이 오는 것을 반가워하기 위해 카니발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만은 목적이 무엇이 중요한가, 모두가 살아 숨쉬는 도시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관광지가 아닌 도시에 동양여자가 돌아다니면 '쟤는 뭔가' 하고 말도 걸고 카니발 설명도 해주고 함께 사진도 찍고, punctual한 스위스 사람들이 일탈하는 그런 날이였다.












(깨끗하게 조용한 St.Gallen이 단 하루 시끄러워지는 날! 

밤새도록 행진무리가 돌아다녀서 잠들지 않는 토요일이었다. 

그래도 역시 축제의 중심은 아이들! 

2004년 2월 @ St.Gallen by IXUS400)



그런 토요일밤을 지내고 일요일에 거리에 나가면, 마치 꿈을 꾼 듯 깔끔해지고, 다시 punctual한 스위스 사람들이 조용히 걸어다니고 있었다. 기름진 디저트류를 먹던 카니발 기간이 지나면 다시 담백한 일상의 맛으로 돌아온다던 "글로 배웠던" 그들의 문화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설날아침과 점심식사를 거하게 하고 저녁을 굶다가, 나도 카니발 같은 폭풍흡입을 하였으니, 밀가루를 끊어야 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되었다. 곧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였고, 5주후에는 내 생일이 있었고, 7주를 꽉 채워보내면 8주째 일요일에는 부활절이니, 밀가루를 끊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든 순간부터 시행했다. 어차피 내가 안 먹으면 되니, 전략도 계획도 설득도 필요없이 시작하면 되었다. 카니발 다음날 아침의 거리처럼, 순식간에 그냥 그렇게 결정하였다. 


밀가루를 안 먹는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왜 끊었는가'와 '무슨 효과가 있냐'는 질문들이었다. 사실 이 질문을 너무 자주 받아서, 인터넷에서 밀가루 단식의 효능에 대해서 검색해서 알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단식의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하면 대개 '뭐 그런 이상한 이유가 있냐'는 반응을 보인다. 왜냐하면 저런 식으로 끊으면 기대효과가 무엇이었는지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행동에 기대효과와 교훈을 반드시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을 꽤 많이 한 요즘이었다. 


그래도 친절하게 기술하면, 2년여전부터 피부가 가끔 뒤집어진다. 문제는 원인을 모른다는 것인데, 스트레스받거나, 과로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환절기이거나, 장마철이거나 등등의 여러상황들에 여지없이 피부가 뒤집어진다. 약사친구는 내게 "환경을 바꾸지 않는 이상 완치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려서 나를 좌절케했고, 피부과 약도 먹으면 좀 가라앉지만, 위의 상황들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뒤집어진다. 그러다가 알러지성 비염이 심해서 밀가루를 끊었더니 요즘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내게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 것 뿐이다. 


그런데 사실 알러지성 비염 환자의 증언과 같은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여전히 피부는 조금씩은 가렵다. 하지만 상태가 많이 완화되었고, 그래서 나름 환절기를 무사하게 넘겼다. 생각지 못했던 효과는 손이 붓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먹을 쥘 때 부은 느낌이 없다. 그리고 환절기마다 기승을 부리던 여드름도 거의 없이 지나가고 있다. 몸도 가벼워지고, 자연스레 건강한 한식식사를 열심히 하게 되고 과일도 챙겨먹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효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먹으라고들 많이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실 밀가루를 끊으니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밀가루를 끊으면, 국수/라면/짜장면/과자/피자/햄버거/빵/파스타/전 등 흔히 생각하는 밀가루 음식을 못 먹을 뿐더러, 사실, 아이스크림"콘"/어묵/에너지바/튀김/딤섬/골뱅이"소면"/시리얼 등 의외의 것들도 못 먹게 된다. 수많은 밀가루에 그냥 얽메여 살았었다. 스스로 그것을 자각할 이유도 시간도 없이 그냥 먹고 싶을 때 먹는것이라고 생각햇지만, 실제로 밀가루에 삶이 지배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3주동안은 매일매일 먹고 싶은 밀가루 음식이 있었고, 때마침 윤후의 짜빠구리 먹방으로 평소 잘 안 먹는 라면도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먹고 싶더라도, 그냥 그건 내가 못 먹는 거다,라고 간단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밀가루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을 확보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냥 계속 밀가루를 안 먹는 음식으로 지정하고 살아볼까 한다. 한달에 두번정도 먹고 싶은 밀가루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말이다. 카니발 후의 그저 담백한 일상을 일년 내내 살아내듯이 나도 엉뚱하게 밀가루를 안 먹으면서 담백한 일상을 보내는 것, 깊은 생각없이 Lent Resolutions으로 시작된 밀가루 단식이 2013년 New Year's Resolutions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