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hie' Bibliothek

친구가 Self-motivation 글도 써 달라고 남긴 댓글을 보자마자 나는 “왜 self-motivation이 필요하지?”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self-motivation에 대해 자주 생각하다가 누군가의 대화를 통해 문득 내가 왜 의문을 가졌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펀드를 하는지?

나는 대답했다. 예전에는 했었는데 최근 몇년간에 안 한다고. 이유는 나는 요즘 마이너스수익률을 감당하기 싫다고. 나는 목돈을 모으기 위해 적립식 펀드를 가입한 것이었는데, 지난 몇년 몇몇 펀드들이 수익률 마이너스라 목돈 모으는 고단함과 즐거움을 느끼기도 전에, 나는 만져보지도 못한 그 돈이 없어지는 것을 감당하기 싫다, 그래서 최근 몇년 적금을 하고 있다.

그 누군가가 또 물었다. 요즘 금리는 어때요? 나도 돈을 모아야 하는데.

나는 대답했다. 금리 혜택을 받으면 3%대. 보통은 2%대가 기본이죠.

예상했던 대로의 대답.. 에게...

사람들은 쉽게 이런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서 나는 종종 지겹다. 내 목돈을 만들기 위한 대화가 아니다. 상대가 돈을 모으겠다는 목적을 밝히고 시작된 대화라도 결국은 "에게..." 로 끝이 난다. 사실 늘 목적이 불분명하다. 목돈을 모으고 싶은가, 수익을 얻고 싶은가. 나는 분명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위험을 감당하기 싫어서 전통적 방식의 적금으로 목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는데도, 사람들은 본인에게만은 예외적으로 목돈을 안전하게 모으는 동시에 수익을 얻고 싶어한다. 본인에게만은 예외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지 몰라도, 목돈을 모으기를 ‘시나브로’하고 있는 내게는 약간 이해가 안 간다. “에게...”

사실 3% 수익률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이어트의 문제도 같고, 책읽기의 문제도 같고, 업무를 배우는 문제도 같다. 지루하고도 지난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니 지루하기 때문에 지난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백만장자의 자녀가 아니라면 3% 수익률을 견뎌내야 하고,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 아니라면 다이어트의 과정도 보내야 하고,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한장한장 책읽기를 해내야 한다.

사실은 그 과정들을 견디기 전에, 먼저 결정할 문제가 있다. 목돈을 가질 것인가, 날씬해질 것인가, 지식을 쌓을 것인가, 업무를 잘 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yes”라고 대답한다면 견뎌내야 한다. 사실, 그 문제에서 명확히 긍정의 대답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하고 싶은 것이다. 목돈을 만드는 것과 수익률이 높은 것은 다른 문제이다. 수익률이 높게 목돈을 만드는 문제도 또 다른 문제이다. 수익률이 높으려면 당연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고로 수익률이 높다에 yes라면 마이너스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만약 위험을 감수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다면, self-motivation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적금을 모으는 지난한 과정을 견디도록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다면 당연히 적금을 유지할 self-motivation이 없는 것이다, 3%대의 낮은 수익률 때문이 아니라, 과정동안의 시간을 견딜 동인이 없기 때문이다.

위의 예는 밀가루 끊기에도 흔히 적용되는데, 밀가루 끊으면 무엇이 좋은지 물어봐서 좋은 이유에 대해 길게 대답하고 나면 본인도 끊어야 한다고 말끝을 흐리지만, 결국에는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라고 대답한다. 말하자면 밀가루 끊기에 대해 self-motivation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밀가루 끊기가 그 사람에게는 yes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밀가루 끊기는 좋기는 좋은 것이니까 나도 해볼까 생각하게는 하지만, 결국은 실행에는 옮길 수 없는 것 뿐이다.

Self-motivation은 보통 과정 중에 스스로 동인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지만,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과정의 지루함도 견딜 수 있는 결심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동인을 찾을 수 없어서 self-motivation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이야기 하자면, 내게 이 글을 부탁한 친구는 self-motivation을 잘 한다. 스스로는 자기동기부여를 잘 하지 못 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인생의 긴 맥락에서 보면 늘 무언가 열심히 한다. 삼십대 중반에도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본인의 일을 사랑하며 열심히 한다. 옆에서 보는 친구 입장에서 삶 속에서 업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이다. 아마도 이 친구가 내게 이 글을 부탁한 것은 삶의 중간중간 주저 앉아서 머뭇머뭇 거리고 싶은 순간이 최근 자주 있고, 그래서 괴로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솔직히 이 친구는 "나는 인생을 잘 살고 싶은가?"하는 자기 질문에 "YES!INDEED!"라고 주저없이 (나의 지인 중에 거의 처음으로) 대답할 사람이다. 즉, 동인도 가지고 있고, 사실 늘 열심히 산다.

이 친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self-motivation이 아니라, 여유이다. 사실 지난한 과정에 있을 때 필요한 것은 중간정산이다. 사실 12개월의, 24개월, 36개월의 지루한 적금을 견뎌 만기를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은 중간중간에 통장 정리를 해 주는 것이다. 사실 월급을 받아 통장에서 바로 자동이체 되기 때문에 단 하루도 내 손에 물리적인 "돈"으로 존재할 수 없었던 그 현금이 사실은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는 것을, 만기 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남았고 그 시간에는 내게 얼마가 생기는가를, 눈으로 확인해야 다음 달에도 해지 하지 않고 부금을 넣을 수 있는 것과 같다. (물론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삶의 과정 속에 있는 일들이야 말할 나위없다. 나의 이 과정의 끝에 무엇을 찾을 것인지 명확해야 하고, 지금의 나는 그 과정 중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계속 해야 한다.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막연한 이미지로는 타인은 커녕 본인도 설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특히 중간정산을 하지 않고 앞으로만 간다면, end picture 또한 희미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친구! self-motivation을 핑계로 스스로 괴롭히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렴. 너는 이미 충분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