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2016. 12. 27. 09:22

웃어, 이유없이,
그래도 웃어,
어렵지. 그래 쉽지 않지,
그래도 웃어. [피나바우쉬 네페스 中]

워낙 인상적인 공연이라 장면들도 기억 나지만
사실 2008년 3월의 그 음울하던 생일이라는 시간에
찾았던 공연에서 오랫동안 뇌리에 박혔던 것은 이 대사이다. 그 시절의 나를 일으켜 세웠던 것들 중 하나. 이 공연 저 문장.


얼마전의 KBS 드라마 스페셜 "웃음실격"을 보다가 잊고 있었던 이 공연 저 문장이 떠올랐다. 웃음이 없는 사람이 웃길려고 노력해봐야 소용 없다. 본인이 웃어야 남을 웃길 수도 있다. 즉, 웃음이 목적이 아니라,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웃음 그 자체가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

웃기 힘든 현실, 들뜨지 않는 연말. 지금 우리는 모두 웃음 실격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그래서 그냥 웃음이 필요하다. 피나 바우쉬 공연의 대사처럼, 그냥.

​​웃어, 이유 없이, 그래도 웃어, 어렵지. 그래 쉽지 않지, 그래도 웃어.

# "웃음실격"의 오프닝은 중령아빠와의 식사시간. 피디의 개인적인 오마주라고. 가족인 피디가 만드는 드라마는 늘 깨알재미가 있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