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2012. 12. 23. 23:04





과외학생 중 한 명. 

고3 1학기에 맡게 되었는데, 첫날 나는 그 남학생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고3인데 be-is-was가 같은 가족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런데 첫 수업이 끝날 무렵 내게 물었다 "다음시간에 단어시험 어디 봐요?" 솔직히 말해 이 아이는 나보다 더 많은 단어를 알고 있었다. 영어단어를 외우지 않는 내가 생각하기에 저런 단어는 죽을 때까지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싶은 그런 단어까지 알고 있었다. 문제는 단어만 알고 있었다. 독해를 할 때는 모든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아이의 방식이었다. 현재완료형을 이해할 수는 없으므로, 조건문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단어의 힘으로 한 문단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3학생을 붙잡고 기초영문법에 나옴직한 문법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단어 시험은  보지 않았다. 그저, 그 모든 단어를 알지 못해도, 짐작으로 한 문단을 다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아이의 기준으로는, 나는 자기가 아는 단어도 모르는, 그냥그런 과외선생님이었으리라. 어쨌든 내게는 곧 다가올 수능 준비보다는, 이런 단어 따위 몰라도 된다, 이 문장이 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러므로 이 단어는 이 뜻일 것이야 라고 말하며, 나의 단어 추정 실력을 그 아이에게 검증 받으며 문법과 독해를 가르쳤다. 

대학에 붙었다는 훈훈한 결말은 말 할 수 없다, 그 아이는 재수 했다. 훈훈한 결말은 이것이다. 나는 곧 유학을 떠난다는 그 아이에게 편지를 받았었다. 언제나처럼 상세한 문구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런 맥락이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공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멋진 사람이 될께요."



과외학생 중 또 한 명.

이 아이는 똘똘했다. 그리고 당돌했다. 그리고 공부하기 싫어했다. 이 아이는 문제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과외의 시작은 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대학에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였다. 우리는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 했다. 이 아이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mentor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오랫동안 나의 mentee였고, 그리고 나는 이 아이의 mentor였다.



꿈꿔도 된다. 

그 꿈이 무엇이든, 그 꿈을 살기 위해, 설득하기 위해, 증명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공부의 이유나 목적이 있을 수 없다. 이 사회는 공부를 삶의 이유이자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니까, 나의 과외학생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내 주변에 꿈꾸지 못하는 자들은 과외학생들 만은 아니다. 나의 친구들, 나의 지인들. 이 이야기는 또 언젠가 할 때가 있으니 상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동시대인들은 꿈꾸는 법을 상실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의 꿈에 새로운 꿈을 추가했다. 꿈꿔도 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어쩌면 이 꿈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꿈리스트 중에 가장 큰 꿈인지도 모른다.



각박한 세상에 "꿈"이라니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배부른 자의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맞다, 꿈은 꿈이니까, 꿈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두면 그냥 사라질 한낱 꿈이다.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꿈은, '오로라를 보겠다'는 꿈은, 어찌보면 너무도 하찮고, 어찌보면 엄두도 못 내며, 어찌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힘 빼지 말고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자는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꿈이란 것은.



그렇기 때문에,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꿈꿔도 된다고 말해주어야 본인의 꿈이 하찮은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오랜 꿈인 유럽여행을 부추겼으며, 또 나는 망설이고 있던 누군가에게 "내 생각에 지금의 삶은 네가 꿈꾸는 그런 삶이 아닌 것 같아, 잘 생각해봐"라고 이야기 했다가 결국 그 누군가가 결단하게 만들기도 했다.



누군가는 옆에서 끊임없이 꿈꿔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우리의 사회는 꿈꾸는 것 따위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아, 라며 각박한 시간을 강조하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옆에서 끊임없이 네 꿈을 살아내라고 이야기 해 주어야 한다.



영광스럽게도 내게 mentor를 부탁하는 지인을 만나면, 그런 까닭에 꿈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질문 후에 인용하는 문구는 (내가 처음에 선물받고는 이런 유치찬란한 책을 읽으라고 하다니! 하고 생각했던) 보물지도의 한 구절이다.



회사 업무라면 상사나 동료가 체크해 주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 인생에 있어서의 중요항목까지 일일이 체크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막상 나중에 자기 인생을 뒤돌아보았을 때 '나 자신의 일은 전혀 우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pp110-111)




보물지도

저자
모치즈키 도시타카 지음
출판사
나라원 | 2009-09-1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꿈의 시각화! 당신만의 보물지도를 만들어라!보다 쉽고 즐겁게 꿈...
가격비교


 






나는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묻고 싶다.

꿈꿔도 됩니다. 그런데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to be continued....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