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2013. 1. 1. 18:12



1편에 등장한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꿈은 나의 꿈 중에 하나이다. 

그냥 두면 쉽게 잊을 그런 꿈이라 나는 오로라 사진을 자주 본다.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는 내가 내 눈으로 이런 오로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꿈꾼다. 언젠가는 내가 내 카메라로 이런 오로라 사진을 찍게 될 것이라고 꿈꾼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중에 내가 꼭 직접 보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의 꿈 중에 하나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꿈들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나는 기도할 때면, 꽤 오랫동안 이렇게 기도해 왔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주님, 저를 위해 예비하신 좋은 것들을 좋은 때에 제게 허락하여 주소서"

뭐랄까, 무언가를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오랫동안 있었다.


그러다가 이 구절에서 머리를 징으로 맞은 듯 온 몸이 울렸었다.


하루는 무릎을 꿇고 사원 바닥에 이마를 댄 뒤, 창조주에게 이렇게 중얼거린 적도 있다.
"아,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아시죠? 그러니까 당신 생각대로 해주세요, 네?"
가끔 미장원에서 미용사에게 하는 말과 비슷하다.
미안하지만 이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태도다. 이런 기도라면 신께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이런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네가 진지해질 결심이 섰으면 그때 다시 찾아오너라." (p267)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출판사
솟을북 | 2007-11-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좌절과 절망의 길에서 평온을 위해 떠난 여행기『먹고 기도하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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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혹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 것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동시대인들에게, 좋은 학교/직장, 돈, 집 같은 보편타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욕망 이외에 무엇을 꿈꾸는가를 물으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 보편타당하다는 표현을 붙인다고 해서 으레 모두에게 저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것들을 부정하는 순간에 가져오게 될 부정적인 감정-예를 들어, 잘난척하기는, 혹은 다갖추었으니이렇게이야기하는 것이지 류-이 소중한 이 시간에 무엇을 꿈꾸는가에 대한 이야기에 덧입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보편타당한 욕망들 이야기는 기본으로 깔고 지나간다. 


사실 내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크게 동의하는 부분의 이야기를 좀더 적어보자면...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나 자신에게 파격적인 새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넌 뭘 하고 싶니, 리즈?"
대부분의 시간에는 이 질문에 대답할 엄두도 못 내지만, 그 질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남몰래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은 아주 초보적인 바람만 털어놓도록 했다.
요가 수업을 듣고 싶어.
이 파티를 빨리 빠져나가 집에 가서 소설을 읽고 싶어.
나에게 새로운 필통을 사주고 싶어.
그런데 매번 이 이상한 대답이 꼭 끼어들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어.
지난 몇 년간 계속 이탈리아어-내게는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정당화할 만한 실질적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예전에 배웠던 프랑스어나 러시아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그래? 아니면 스페인어를 배우든가. 그편이 미국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우리 라틴계 이웃과 의사소통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어?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어디다 쓰려고? 내가 이탈리아로 이사갈 것도 아닌데. 차라리 아코디언 연주를 배우는 게 더 실용적이겠다.
하지만 왜 모든 일에 꼭 실용적 가치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난 수년간 근면한 일개미로 살았다. 일하고, 생산하고, 마감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잇몸, 신용카드 기록, 투표 등등을 관리하면서. 인생에는 오로지 의무밖에 없단 말인가? 슬픔의 암흑기에 처한 내게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만이 지금 당장 즐거움을 가져다 줄 유일한 활동이라는 이유 외에 달리 무슨 이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pp41-42)

리즈는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서만 "이상한" 대답이라고 했지만, 사실, 저기에 적혀 있는 모든 바람은 좀 초보적이고 이상한 바람들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내가 저런 꿈을 이야기하면 사실 사람들은 웃는다. "꿈"이라는 것이 저렇게 사소하고 이루기 쉬운 것이라면, "꿈"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순간 내가 시시한 사람이 된다. 내가 나의 꿈을 "임원이 되는 것, 박사가 되는 것, 좋은 집에 사는 것, 좋아하는 그림을 가지는 것" 등의 "이루어내는 성취적 꿈"으로 이야기 했다면 웃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나의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니 진지할 수 밖에 없다- 오로라를 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사막에 가서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 눈내리는 바다를 보는 것, 살아있는 생태계가 지속되는 것, 꿈을 꿔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 등을 말하면 웃는다. 사실 더 있지만, 일단은 이쯤에서 꿈을 늘어놓는 것은 접고.

이런 것이 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나는 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꿈은 정형화되지 않는,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리고 비실용적이어도 상관없다. 아무도 꿈검사를 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꿈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 어떤 것을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은 본인을 알아야 꿈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스스로 멈춰서 있고 싶은 때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스스로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가지고 싶은 것이 있는가, 스스로가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이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의 꿈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쉬워진다. 보는 김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에피소드 하나 더.

"아시다시피 전 기도에 대해 잘 몰라요. 하지만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 전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해답이 필요해요.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중략)
그건 단지 내 안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였다. 하지만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 내 목소리였지만, 완벽하게 현명하고, 차분하며, 인정이 넘쳤다. 내가 평생을 사랑과 확신 속에서만 살았다면 내 목소리도 그러했을 것이다. 신에 대한 내 믿음을 영원히 확인시켜줄 해답을 준 그 목소리에 깃들이 따뜻한 사랑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 목소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침대로 돌아가, 리즈.
나는 숨을 내쉬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라는 사실이 돌연 분명해졌다. 그 외의 다른 어떤 대답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넌 네 남편과 이혼해야만 해! 라든가, 네 남편과 절대 이혼해선 안 돼! 라고 말하는 목소리였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진정한 지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혜란 바로 그 순간에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만을 주며 그날 밤,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은 침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pp31-32)

종교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인간 내면의 목소리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다. 일단은 질문을 해야 한다, 침대로 돌아가라는 어이없는 답변이 나오더라도, 요구하고 질문해야 한다. 자아에게 혹은 신에게, 혹은 자아 안에 머무는 신에게. 그러면 본연의 자아가 원하는 꿈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기도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가장 쉽게 본인의 꿈을 찾기 위한 첫단계 질문이 무엇인지 사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기나긴 구절들을 인용하는 이유는, 꿈이란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여야 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꿈은 늘 변화하고 구체화된다. 리즈는 이탈리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결국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나의 지인은 이 책의 청원서 이야기를 내게 들은 다음에, 청원서를 몇 번을 고쳐쓴 다음에 정말로 청원서에 기술된 것과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스스로에게 꿈을 허락해주기를, 그리고 어떤 사소한 꿈이라도 "꿈꿔도 됩니다"

가장 쉽게 본인의 꿈을 찾기 위한 첫단계의 질문을 하면서 이번글은 마무리 하고자 한다. 원래는 이 질문은 듣자마자 3초 내에 대답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3분이 흘러도, 30분이 흘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음을 미리 알려드리니 좌절하지 마시고, 일단 찾으시길. 그래야, 1편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의 대답을 하기 쉬워지니.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3가지(사물/시간/사건 뭐든 상관없음)는 무엇입니까?"



to be continued...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