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2017. 4. 27. 05:33

새벽에 눈을 뜨고, 문득,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 속에 쓰려고 생각한 주제는 많으나, 좀처럼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직장인이고,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니, 도무지 시간을 내서 책을 읽거나 요가를 하거나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나를 위한 시간 자체가 없다. 


그런 내가 요즘 윤식당을 챙겨보고 있다.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다. 


꿈같은 발리에, 꿈같은 집에 살며, 꿈같은 저녁식사를 하고, 꿈같은 여가시간을 즐기며,

꿈같은 식당을, 꿈같은 동료들과 함께, 꿈같은 손님들과 함께 하는 꿈같은 이야기. 


현실 직장인인 내 눈에 가장 꿈같은 이야기는, 저녁 먹으며 신메뉴를 상의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DP샷까지 첨부된 신메뉴가 컬러인쇄되서, 꿈같은 메뉴판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setting된 스토리이겠지,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건, 그냥 처음부터 그것은 누군가(결국 우리모두의) 꿈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꿈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우리모두의 일장춘몽.


꿈도 대리로 꿔주는 세상에 살고 있을 뿐이다. 그냥, 책을 읽거나 요가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수다를 떨거나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내게 주어진 일들을 Mission Completed 하기조차 어렵다. 그저 묵묵히 계속 해나가도 미완의 일들이 가득해진다.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공동의 문제인데, 현 시스템은 우리 모두를 각각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 공동의 적은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한발짝 물러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얼마전에 워킹맘 선배와 이야기하다가, 집에서 노는 여자들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니,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서 약간의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 이 프레임이야 말로,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위정자들이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이 누군지 모르게 교모하게 내분을 조장하는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탓해야 하는 것은, 무상교육이라고 어린이집에 맡기는 전업맘이 아니라, 무상교육이 될 거라고 하고는 어린이집 공급,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 않은 정책의 문제이고, 그 정책 결정자의 문제이다. 무상교육이 당연시 되야, 전업맘들이 재취업을 할 기회가 생기고,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는 비율이 감소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로직을 모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 제시하고 있는 갈등의 프레임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영석PD는 꿈은 우리가 대신 꿔줄께요 하고 이야기 하고 있고, 당연히 그저 잠시 꿈같은 이야기를 보게 되는 것 뿐이다. 아주 서글픈 꿈.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