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토요일. 둘째는 며칠간 지속된 미세먼지로 코 상태가 안 좋아, 첫영성체를 준비 중인 첫째만 데리고 성당에 다녀왔다. 미사를 보러 성전에 들어서는데 빨갛게 장식된 성전을 보자 왠일인지 이영춘신부님이 떠올랐다.

스위스 교환학생 시절 디카로 찍은 사진들은 어디에 보관이 되어 있는지 찾을 길 없지만, 몇몇 장면들은 내 뇌리 속에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신부님께서 머무시던 파리 외방선교회 출입구, 계단, 신부님 방 작은 창문에서 보이던 작디작은 에펠탑 그 모든 장면이 하나의 짧은 무성 흑백 영화로 남아 있다. 오늘 문득 흑백의 에펠탑이 보이던 작은 창문이 떠올랐다.
(신부님이 떠나신 이후로 외방선교회의 모금을 보면 나는 늘 기부를 하게 된다. 나에게 외방선교회는 파리의 그 추억의 장소이니까)
늘 내게 "비비야 너의 계획들에게는 왜 가족이 없니."하며 걱정하시고 마지막으로 주셨던 그 모자상이 벽에 걸려 있다. 신부님 계시던 성당의 OO주년 기념 선물이었는데 우리 똘똘이 패밀리에게도 하나씩 선물로 주셨었다.
오늘 첫영성체를 하는 첫째를 위해 기도하다가 신부님께서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이 미치면서 엄청난 그리움이 몰려왔다.
마지막으로 뵈었던 살아계셨던 신부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실에서 뵌 돌아가신 신부님, 그 고통 속의 신부님은 이제 자유롭게 하늘나라에 계실 것이다. 그리고 함께 보냈던 그 시간들보다 더 긴 시간동안의 부재를 나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리움은 언제나 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저 일상을 살며 견디어 낼 뿐, 나는 여전히 신부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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