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le MY Life]2025. 4. 13. 00:30

비오는 토요일. 둘째는 며칠간 지속된 미세먼지로 코 상태가 안 좋아, 첫영성체를 준비 중인 첫째만 데리고 성당에 다녀왔다. 미사를 보러 성전에 들어서는데 빨갛게 장식된 성전을 보자 왠일인지 이영춘신부님이 떠올랐다. 


스위스 교환학생 시절 디카로 찍은 사진들은 어디에 보관이 되어 있는지 찾을 길 없지만, 몇몇 장면들은 내 뇌리 속에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신부님께서 머무시던 파리 외방선교회 출입구, 계단, 신부님 방 작은 창문에서 보이던 작디작은 에펠탑 그 모든 장면이 하나의 짧은 무성 흑백 영화로 남아 있다. 오늘 문득 흑백의 에펠탑이 보이던 작은 창문이 떠올랐다. 
(신부님이 떠나신 이후로 외방선교회의 모금을 보면 나는 늘 기부를 하게 된다. 나에게 외방선교회는 파리의 그 추억의 장소이니까) 
늘 내게 "비비야 너의 계획들에게는 왜 가족이 없니."하며 걱정하시고 마지막으로 주셨던 그 모자상이 벽에 걸려 있다. 신부님 계시던 성당의 OO주년 기념 선물이었는데 우리 똘똘이 패밀리에게도 하나씩 선물로 주셨었다. 
오늘 첫영성체를 하는 첫째를 위해 기도하다가 신부님께서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이 미치면서 엄청난 그리움이 몰려왔다. 
마지막으로 뵈었던 살아계셨던 신부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실에서 뵌 돌아가신 신부님, 그 고통 속의 신부님은 이제 자유롭게 하늘나라에 계실 것이다. 그리고 함께 보냈던 그 시간들보다 더 긴 시간동안의 부재를 나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리움은 언제나 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저 일상을 살며 견디어 낼 뿐, 나는 여전히 신부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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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
[Sustainable MY Life]2025. 4. 12. 23:07

월수는 집앞 수영장 저녁 강좌, 금요일은 좀 거리가 있는 수영장 오후 강좌. 저녁강좌는 15명이 1레인, 오후강좌는 10명이 1레인. 다 초급반이지만, 저녁강좌는 진도를 열심히 나가고, 멤버 중에 젊은 층이 많아 나는 저 멀리서 혼자 쫓아가는 신세이고 진도도 마찬가지이다. 오후강좌는 내가 중간연령쯤 되고 최근에 신규로 들어온 분들이 있어서 진도도 중간 정도. 

곧 따라 잡힐 거야 생각이 들면서도 생각한다. 나는 잘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꼴등으로라도 6개월을 하고, 1년을 하고, 자유형을 하고 배영을 하고, 그러다 보면 물에 뜨는 게 두렵지 않겠지. 그런 생각으로 하는 거다. 

머리를 물 속에 넣어본 적 없던 자, 물이 두려워 키판을 놓을 수 없던 자가, 사십대 후반의 도전기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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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25. 4. 10. 23:16

2주전쯤 우리와 편의점에 가서 계산을 하는데 계산대앞에 츄파춥스진열대를 보더니 "이거 OO이가 줬다"면서 갑자기 주머니에서 츄파춥스를 꺼내서 흔드는 거다. "이건 니 주머니에 있던 것이니까 다시 넣어. 매니저분이 보시면 이게 니 주머니에서 나왔는지 지금 진열대에서 꺼내 들었는지 모른다" 라고 하고는 매니저에게 "아직 뭘 몰라서 죄송합니다. " 인사를 하고는 정신없이 계산 하면서 나온 일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오비이락을 설명해 주었는데... 
오늘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가서 케익 케이스를 구경하는데 갑자기 주머니에서 3월 중순에 같은 프랜차이즈 다른 지점에서 산 젤리를 꺼내서 흔들며 "내 젤리랑 같은 게 저 케익에도 있다"는 것이다. 그 젤리 또한 계산대에 있지만 케익 케이스는 멀리 있어서 당장 넣으라고 하고, 또 무슨 정신인지 모르게 결제 하고 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난번이랑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집에서 방에 앉아 차분히(...) 왜 그것을 꺼내서 보여준 거냐. 이미 나는 설명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나에게 자기 젤리랑 같은 캐릭터가 케익에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

편의점에 XX을 가져간 어린이 CCTV에 찍혔으니 와서 결제하라는 안내문을 보지 않았냐, 그것을 훔쳐가는 어린이가 있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편의점 점주에게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은, 편의점 점주 입장에서는 누가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손에 쥐고 있다면 그것을 결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네 입장에서는 오해받아 억울하겠지만 그 점주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네 입장에서는 CCTV를 보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CCTV 사각지대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CCTV 를 보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이슈로 경찰관 입회하에 가능하다고 할텐데 경찰관이 바쁘면 뒤로 밀리는 것이고 아예 그날 못 볼 수도 있는 것이고, 도둑의 누명을 쓴 채로 계속 그렇게 있을 것이냐. 
엄마와 함께 언제나 외출하는 것이 아니고 친구와도 편의점을 가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때 정확히 명확히 설명할 수 있으냐. 콧물이 나와서 휴지로 닦고 싶으면 매장 밖으로 나와서 가방 속의 휴지로 코를 닦아라. 그것조차 오해 받을 수 있다. 블럭방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음료수가 가방안에 있다고 해도 그것을 꺼내서 마시면 블럭방 사장님은 그것을 결제할 수 밖에 없다.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말아라. 
세상엔 선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토록 순진한 것은 칭찬 받을 일이 아니다. 이제 두번을 설명해 줬으니 다음 번에는 이런 일을 하지 말라

고 이야기 해 주었다.
이런 것을 말해주는 것이 맞을까 생각했지만, 그러나 초4학년 친구들과 같이 무엇을 하고 싶은 나이에 저렇게 순진하게 친구에게 나에게도 이 상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방에서 또 꺼내서 보여줄 생각을 하니 아차 싶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겁을 먹은 모양이다. 세상에 선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무섭다고 했다. 그게 현실이다.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더 선할지도 모르지만...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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