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le MY Life]2024. 4. 9. 05:41

2024.4.5 인생의 길고 길었던 한 챕터를 끝냈다. 

3월22일 금요일 오후에 나는 생각했다. 나는 마치 노인들이 단물 다 빨아먹고 내뱉는 고기찌꺼기가 되고 있다고. 

3월 29일 월요일 오후에 나는 다짐했다. 이제 더는 버티지 않아야겠다. 라고.

버티지 못 하겠다가 아니고, 버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버티는 것은 더 할 수 있었다, 계속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긴 시간 회사를 다녔고, 어느 날은 즐거웠지만 어느 날은 버텨내곤 했으니까. 

그러나, 최근 회사는 암담한 현실의 벽에, 점점 더 폭력적이 되어갔다. 업무야 업무 일 뿐이지만, 그 폭력적인 분위기는 늘 몸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직책자의 언어 또한 폭력적이었다. 본인은 츤데레라고 하지만, 또 어떤 부분을 지칭하는지 알지만, 그러나 폭력적인 언어와 제스쳐. 

이렇게 진액을 다 빨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부터 생각해온 일이었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가 왔다고, 내 나이 만 마흔 다섯의 고민은 그런 것이었다. 내 나이 만 서른 다섯에는 이렇게 즐겁게 살다가는 빈곤한 노후를 맞이할 것 같다는 현실자각이 되어서 집을 사야겠다는 결심과 실행이었는데 만 마흔 다섯의 고민은 next stage였다. 

5년전 회사의 4살 위의 선배가 회사를 그만 두었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다기 보다는 다음 삶을 준비해야 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내게 예쁜 스프그릇 두 개를 선물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작년의 나는 그 언니의 그 멘트가 지속적으로 떠올랐다. 

고민은 1년이 지속되었고, 회사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이 두번째로 떴을 때 나는 거기에 내 이름을 적기로 했다. 지원을 하는 순간 나의 퇴사가 결정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반드시 그 프로그램이어야 했다. 보상금액은 워낙 적기 때문에, 그냥 그 프로세스의 간소화 혜택을 이용하고 싶었다. 

두번의 면담과 확정메일, 그렇게 나의 퇴사일은 결정되었다. 시원섭섭한 감정 중에, 시원한 감정만 있었다. 

나의 짐을 싸러 회사에 가던 주말에, 신랑과 아이들 보고 로비 카페에서 기다리라고 하려다가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 아이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난생처음으로 엄마 회사에 온 아이들은 신이 났다. 길고 긴 복도, 토요일이라 어둑한 사무실, 탕비실에서 보는 뷰까지. 내가 중간중간 찍어서 보여주는 뷰 사진이 여기서 찍은 것인지 궁금해 했고, 팀 간식 캐비넷에서 꺼내먹는 과자 두어개 초코렛 두어개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올려주었다. 엄마의 책상 의자에 앉아서 놀고, 회의실에 들어가서 회의하는 척 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엄마의 회의는 무엇인지 궁금해 해서, 집에서 몇번 회의를 했다. 오늘 외출을 할 것인지, 집에 있을 것인지, 외출은 어디로 할 것인지, 저녁 메뉴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등등 그래서 아이들에게 회의는 즐거운 것이다) 중간중간 울컥한 순간이 있었다. 회사원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보상이 안 되는 체력단련 휴가를 사용하고, 4월 4일 마지막 인수인계 회의들... 점심/저녁 회식, 그리고 4월 5일 회사 절친과의 마지막 식사를 끝으로 나의 길었던 월급쟁이 인생이 끝이 났다. 화병 선물, 꽃 선물, 롤케익 선물, 소고기 선물. 그렇게 끝. 

저 기간 세번의 사직서를 썼다. 중간중간의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 선택들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삶은 지속될 것이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다짐했던 것. 나는 80세까지 명함을 가지고 살 거야, 인생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2024.3~4월의 선택이었다.  

더는 버티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내 머릿 속을 맴도는 이 문장.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 한다. 
- 헬렌 켈러

 

내가 닫고 나온 문, 이제 다른 쪽 문을 열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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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