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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2 [Sophie' Think+ing] 염세주의자가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신하는 과정
[Think+ing]2013. 7. 12. 00:18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타고나길 염세주의의 성향을 더 강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염세주의자의 노선 대신 "세상 한 번 살아볼만 하지 않아?"라는 자세로 바뀌게 된 계기는 여러번 있었고 이 글에서 다 설명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그 계기는 우습게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인정이었다. 사실 염세주의를 이야기 할 때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 삶은 고통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내 경우에는 그런 통제불가함의 인정을 하는 순간에 보다 자유로워진다. 그렇지만 24/7 긍정적인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 있으면 나는 일단 염세주의자가 되어 상황을 바라 본다. 그러다가, 어떤 부분은 내가 통제할 수 없으므로 내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또 어떤 부분은 나의 선택이 포함된 부분이므로 염세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뿐이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은 말하지 않기 때문에 터무니 없이 사람들에게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사실 내가 매일 즐거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저 사고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또 인문학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쉽게 철학의 언저리로 숨어서 염세주의자가 되곤 하는데, 사실상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다. 사실상 사람들은 많은 선택을 하고 산다. 어떤 선택을 할 때 100% 타인을 위해 선택을 하는 사람은 이런 고민을 안 할 테니 일단 제외하고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대부분의 선택은 본인이나 가족, 사회 등 본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해 하는 경우가 있다. 곧 사람들의 선택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다. 그 선택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날 지라도 근본적으로 그 선택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본인 스스로이다. 


물론, 현대인이 가장 부러워하는 덕목인 큰 키(현재까지는 현대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재벌의 막내 같은 것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진학을 하기 위해, 취업을 하기 위해, 결혼을 하기 위해, 집을 사기 위해, 여행을 가기 위해, 식사를 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 위해, 쇼핑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선택을 해 오고 있다. ①번 요인을 중요시 여겨서 선택하고 보면, 조만간 충족시키지 못한 ②번 요인이 고개를 들게 된다. 그럴 때 사람들은 대부분 손쉽게, ②번 요인을 중시한 사람의 선택을 부러워하게 된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문제이다. ②번 요인을 선택한 사람은 사실 ①번 요인을 포기했다. 선택에는 언제나 포기가 뒤따라야 하는데 본인만은 포기를 하기 싫고, 그러니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온갖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상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런 염세주의자는 "철학적"으로 맞는 염세주의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꼭 철학적인 의미에서 염세주의자만 염세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틀린 것도 아니고, 또한 누군가에게는 나는 염세주의자라는 전제가 스스로를 지켜주는 힘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말하자면 흔히 평가받는 것처럼 나는 삶을 멋있게 사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포기한 ①번 항목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 뿐이다. 내가 포기한 ①번 항목에 대해서 두번 더 생각하는 시간에 내가 선택한 ②번 항목을 두번 생각하는 편이 내게 더 좋다고 선택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예를 들어 내가 건강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더 많은 운동을 하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저녁약속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포기한 저녁약속들에 대해서 아쉬워하지 않는 것 뿐이다. 만약에 내가 아쉬워할 저녁약속이라면 나는 그날은 운동을 포기한다. 


흔히 이야기하듯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도 맞지만, 사실 그 전에 포기가 따른다. 선택과 포기는 양날의 검이다. 


그러니까 "포기를 하면서" 선택을 할 수 있는 한 "세상 한 번 살아볼만 하지 않아?"




-첨언-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좀 많지만, 이번주에 일어난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었다.


# 사람이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을 때의 선택을 할 때는 타인의 눈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일에 대해 그렇게 무관심한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그렇게 인형극 조종하듯이 왜 하지 않는지와 어서 행동으로 옮기라고 이야기할 권리는 없다. 난 타인에게 그런 권리를 양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 내 삶이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내가 포기한 것들을 그대로 향유하고 있으니, 그대의 삶도 충분히 멋지다고 인정하시던지, 혹은 우리 모두 삶을 그저 살아가는 중이라고 인정하시던지둘 중 하나만 선택!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 내가 매일 삶을 즐겁게살려고 노력해요 라고 이야기 한다고 해서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성급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버렸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