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2012. 12. 22. 22:14



지인 중에 NGO에서 일하고, 나와 기부에 대한 의견이 많이 통하는 분이 계시다.

이 글은 그 분과 기부에 대한 의견을 나눴던 내용을 기반으로 하며, 그 분이 올리신 글에 대한 트랙백으로 작성을 시작한다.




몇년동안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은 아주 중요해 왔다. 브랜드에도 상품에도 서비스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ATL*가 주요하던 시대에서 각종 미디어의 발달, 특히 personal media의 발전 이후부터 더 많이 주목받고 있는 BTL*의 시대로 오면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감성 마케팅이 중요해졌다. 



어디서나 스토리텔링을 이야기 하는데,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기부단체이다.

전통적으로 KBS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연민을 느껴야만 하는 스토리를 내보내며 ARS로 기부를 받아왔다. MBC 휴먼다큐 사랑 이나 KBS 현장르포 동행 같은 프로그램을 끝나면 시청자 게시판에 출연자의 계좌번호가 올라온다. 방송은 content creation을 해야 하고,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메세지를 mass media를 통해 전달하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기부단체들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을 거부한다.



사실, 올해 회사에서 직원이 후원하면 회사에서 그만큼의 후원을 추가로 해 주는 후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취지는 공감하나, 나는 그 후원프로그램을 하여야 하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었다. 

그 방식이, 후원을 결정하면, 지구지도가 뜬다. 특정 지역을 누르면, 어린아이의 사진이 뜬다. 사진을 누르면 아이의 프로필이 나온다. 그 프로필을 보고 한 아이를 결정하면 후원이 체결된다. 

이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 후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후원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나도 후원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표시했었다. 나는 사진도 필요하지 않고, 편지도 필요하지 않다고. 

그러나 내가 곧 분노하였다. 나에게 사진도 왔고 편지도 왔으니까. 

나는 이런 후원방식이 늘, 5~60년대의 '미군트럭-한국어린아이들-깁미어초콜렛'의 문화를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기부자가 피후원인을 선택할 수 있는가? 그런 선택권을 왜 제공하는가? 어째서 그 사진들은 모두 동정심을 유발하도록 찍는가? 왜 본인의 청춘을 현장에 바치고 있는 기부단체의 봉사자들이 그런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왜 그 아이들은 후원자에게 감사의 편지를 써야 하고, 봉사자들은 그 편지를 번역해야 하는가? 그 편지를 쓰는 시간에 아이들은 어떤 감정을 가지겠는가? 그 편지를 번역할 시간에 봉사자들은 한 집 더 방문하여 한 사람의 손을 더 잡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기부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기부를 할 때 "(스스로 적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많은 혜택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본인의 삶의 것들을 내어놓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마음이었으면 한다. "저 사람이 불쌍하다"는 동정심으로 기부하는 것은 반대한다. 또한 봉사자들의 귀중한 시간이 그렇게 버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시간을 내어 봉사하지 않는 것은 나의 이기심이 나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기심을 뛰어넘어 하고 있는 봉사자들에게 그런 사진을 찍게 하고 그런 편지를 번역해서 우편을 발송하게 하는 "마케팅"을 하게 하는 것은 잔인하다. 



마케팅은 어디에나 필요하다. 그리고 동정심의 자극의 방법과 피후원인의 선택의 방법을 사용한 기부단체들의 스토리텔링은 성공사례일 터이다. 그러나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 보면, 기부 그 자체가 마케팅의 대상이여야 하지, 피후원인들이 마케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인격체이다. 피후원인이라고 해서 대상화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사람은 늘 적응한다. 그래서 마케팅도 함께 변화한다. 우리가 어느 순간 더 자극적인 세상에 노출되어 있는 이유이다. 

사람들은 곧 이런 동정심을 유발하는 기부단체의 결연프로그램이 식상해질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선택권을 가진 후원자들은 우월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기부단체들은 더 자극적인 것을 찾을 것이다. 그 전에 변화해야 한다. 



결국은 모두가 사람이니까. 





* ATL(Above the line) : 매체를 통한 광고를 의미함. BTL과 쉽게 구분하기 위해 매체를 mass media로 이해하면 편리하고, 매체 분류에 따라 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4대 매체라 부르며, 옥외광고 / 포스터 등도 ATL 매체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음

BTL(Below the line) : 전통적인 DBM(Direct call, mail, e-mail 등을 생각하면 편리), 판촉행사(쿠폰/1+1/시식행사 등), PR기사, 스폰서십 등이 가장 전형적이며, 최근에는 브랜드App., Digital Signage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음

상기 분류는 특정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본인의 기억과 경험에 의존한 정리이므로, 그 정확성을 보증할 수 없습니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