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os:One Day One Sentence]2023. 2. 20. 14:57

2023.02.20

친애하는 산 자들이여.
이 행위의 배경에는 하나의 외침이 있습니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죽음을 맞이할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우리는 존재 사이에 위계질서를 만들지 않도록 늘 경계해 왔습니다.
사자도 개미와 똑같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음은 성스러운 것도, 영광스러운 것도, 감춰야 할 것도, 다른 어떤 것도 아닙니다.

죽은 자를 산 자들과의 연결 고리에서 제외하는 날,
죽은 자들의 영광을 위해 궁전을 세워 주는 날,
죽은 자를 위해 복수하는 날,
죽은 자의 위대함을 감추는 날...
세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죽음은 단순히 상태의 변화일 뿐입니다.
구성과 해체.태어나고, 죽습니다.
더도 덜도 없습니다.
눈물도, 드라마도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바랍니다.
가볍게 살아갑시다.
죽음을 탄생만큼이나 순수한 사건이 되게 합시다."


<표범이 말했다> 제레미 모로 지음, pp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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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나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이다. 언젠가의 나 자신을 위해 같이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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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히 본 이 글귀 때문이었다. 어디서 나온 구절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어디선가 본 사진, 내가 찍은 사진 아님.

#2
이 책 이었다. 심지어 동화로 분류 되는 책.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헤르만 해세의 데미안 처럼 오래오래 머릿속에서 맴돌았을 거야. 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게 영향을 미친 책들을 몇해에 한번씩 읽는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책에 반했는지, 이 구절을 왜 적어두었는지 다시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어느 면에서는 성숙해 졌지만 어느 면에서는 둔감해 졌음을 깨닫게 된다. 그 책들을 읽는 건 나에 대한 성찰이다.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된 건 너무 최근이라 가능성은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 책도 그 나만의 마스터피스 컬렉션에 들어갔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따님들이 자꾸 이 예쁜 책을 보여 달라는데 이 책은 엄마 책이라며 내 곁에 두고 있다. 결국 나의 마스터피스 컬렉션이 되는 건가) 
#3~8


그 문구의 출처는 이 페이지였다. 
내 친동생의 생일에 내 오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이제 내 오랜 친구의 기일을 절대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성과 해체, 죽음과 탄생. 결국 일맥 상통한다. 요가철학에서는, 이생을 다한 영혼이 시간이 되면 아기로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가 나는 그 철학이 생각났다. 영원히 머무르는 것은 없다, 다시 돌고 돈다. (나는 카톨릭 신자지만 업장소멸의 꿈을 가지고 있다, 선을 행하라는 보편적 진리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한다. 문화와 언어, 시대가 다르기에 각자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일뿐, 일흔일곱번이라도 뺨을 내주어야… 업장 소멸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페이지가 마지막 이야기가 아니다.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그러나 너무나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이야기의 끝이 이 페이지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상실의 아픔은 남은 자의 몫이다. 

여러분께 바랍니다 
가볍게 살아갑시다
죽음을 탄생만큼이나 순수한 사건이 되게 합시다

이 책을 읽고도 한동안 누구에게도 그 감상을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나는 안다, 내 삶을 살아내는 것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것. 그 답을 나는 언제나 처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어리떼.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