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2018. 1. 17. 06:20

이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작년 여름무렵인데, 결국 해를 넘기고야 글을 시작한다. 처음에 글 작성을 생각했을 때는 당연히 marketing folder였는데, thinking folder에 들어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든다. 기승전은 market 이야기인데, 마무리는 사람으로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 


요즘 세대라고 쓰려니, 고령화 시대에 요즘 세대가 어떤 연령을 지칭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나부터 드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젋은 세대라고 고쳐쓰고 그들을 요즘은 millenials(밀레니얼세대, 관련 설명)라고 부른다. 그들은 80년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컬는데, 그들이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요즘, 그들에 대한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백화점/골프/시리얼 사업의 하락세에 이들이 기여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는 어떤 offering을 해야 하는가 등등은 검색만 해 봐도 줄줄 나오니 그건 생략한다. 

사업기획자로써, 마케터로써, 근본적으로 이들을 설명하는 최고의 표현은 "산업화 혁명이후 처음부터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첫번째 세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세대. 직장을 가지면 결혼을 하고, 빚내서 집을 사서 경제적 가치를 몇배~몇십배로 올려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기회라도 있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직장을 가지면의 가정부터 맞지 않는 세대. 그들이 millenials이다. 

두번째 설명은, 특히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적용되는데, www을 배워서 알게 된 그 윗 세대와 달리, 정말로 world wide web이라는 그 사상이 담긴 인터넷이 처음부터 生이었던 세대이다. 사전을 찾아 영어단어의 뜻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사전에서 뜻을 찾고, 매뉴얼을 읽어 사용법을 익히는 게 아니라 유투브에서 영상으로 사용법을 찾아보는 세대이다. 사전의 다양한 용례는 필요없고, 길고 긴 text도 필요없다. 내가 좋아하는 백과사전도 더는 필요 없다. 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단순하고 명료한 comm.이 필요하다. 

하지만, 익명성에 숨는 이들에게 "우리가 분석해보니 당신에겐 이것이 필요한 것"이라는 답을 들이미는 것도 금물이다. 이전 세대와 달리 같음에서 안도하지 않고, 다름에 만족하기 때문에, 전 세대가 환호하던 명품이 millenials에는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글로 이렇게 설명하는 것조차 그들은 싫어할 것이다) 


정작 내가 말하고 싶은 세대는 millenials가 아니다. 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마케팅해야 하는지, 그들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X Generation 이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대세(major generation)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세대는 X 세대와 millenials에 끼인 무명의 세대이다. X 세대는 1965년~1976년, millenials는 1980년~2004년생을 이야기하는데, 1977/1978/1979년생은 어디에서도 끼지못하는 무명세대 이다. (IMF 이슈로 한국은 1975/1976년도 애매하게 무명세대이기는 하다. 대학을 들어가서 배낭여행을 가려고 하니 IMF가 터지고 말았으니까.)  

사실 X 세대는 기성세대가 정의할 수 없는 탈권위적이고 냉소적인 세대라 하여, X 세대라고 명명된 것인데, 이제와 보면, 그들은 경제급성장기에, 원서만 내면 합격이 되고, 버티면 임원이 되는, 전 세대가 일궈놓은 밭에서 과실을 따 먹는 세대이다. 그래서 그들은 명품에 열광할 수 있었고, 좋은 차를 소유할 수 있었으며, 그러면서도 기성세대를 비판할 수 있었던 세대이다. 이제 그들은 사회와 직장에 헌신하지 않는 millenials에게 "우리때는 이러지 않았다"며 우리들은 삶을 열심히 살았노라고, 이런 식의 삶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노라고 이야기 하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이 X세대들의 후배가 (내가 명명한) 무명세대 이다. 그들은 특징이 없으며, 워낙 coverage가 적어 세대 라는 표현을 붙여주기도 어렵지만,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이들은 millenials의 선배들이다. 아니다 선배들이 아니다. 그것은 X세대가 그들에게 강요하는 용어일 뿐, millenials는 사실상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그들이다. 

이 명확한 두 세대에 끼인 세대가 무명세대일 뿐이다. 버틴다고 해서 임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하지만 X 세대인 선배들에게 헌신을 강요당하는 세대이다. 빚을 내서 집을 산다 한들, 남겨지는 건 정말 그 집이다. 운이 나쁘면 하우스푸어가 되고 만다. X 세대들의 1차 직업의 은퇴시기가 55세 전후라면, 이들은 50세를 넘기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들에게 일을 내릴 후배란 없다. millenials는 기본적으로 직장은 직장일 뿐이고,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냥 동료일 뿐이지, 선후배로 설명되지 않는다. millenials는 부모보다 못 사는 첫번째 세대이기 때문이다. 자수성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으며, 때문에 직장에서의 성공이 그들에게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millenials에게는 현재가 중요하고 경험이 중요하고, 이 직장은 시간을 보내는 일부이지, 삶의 한 부분이 아니다. 고로 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우리는 그런 세대를 살고 있지 않다. 


내가 무명세대라고 명명하며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내가 바로 그 세대이기 때문이다.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조직의 선배들이 받을 과실은 나의 과실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들과 일해왔기 때문에 희생과 헌신의 강요를 당연시 하면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은 무명 세대에서 끝이다. 그 사람의 의욕으로 열심히 일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millenials는 후배이기를 거부하고 희생과 헌신이라는 단어를 거부한다. 내가 이렇게 일을 배웠다고 그들에게 그런 방식을 일을 배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조차도 그런 것을 싫어한다. millenials는 목표가 분명한, 범위가 명확한 가이드를 내려주기를 바라며, 딱 거기까지만 일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명확함은 give-and-take이고 그건 직장과 그들간의 관계, 직장 내 직책자와 그들의 관계에도 여과없이 적용된다. 

그래서 무명세대들은 노선을 정해야 한다. X 세대 방향인지, millenials 방향인지 말이다. 도처에 있는 나의 지인들, 무명세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은 개인이 노선을 정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되고 만다.위에서 이야기한 세대 이야기를 사업기획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면(사업기획자의 자세의 기본은 객관성이다) 이제사 조직에서 무명세대들이 왜 힘든지, 본인이 왜 힘든지 명확히 설명이 된다고 한다. (매번 다 설명하기 어려워서 이 글을 적어두는 면도 없지 않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의 지인들은 이미 어떤 선택의 단계에 있다. 이미 그런 나이에 와 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철저히 개인의 몫이다. 어차피 무명세대로 어떤 결정을 해도 상관없다. 다만, 이번만큼은 본인을 위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나의 생각이다. 


결국 이 글을 thinking folder로 들어가야 겠다. marketing folder에 넣을 만큼의 내용은 이 글에 담지 않았다. 나의 영업비밀이니까!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