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8. 9. 20. 13:13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비엔나혼자여행 마지막밤

Sunset을 보기 위해 das loft에 와 있다.
한시간째 바깥을 보면서 하는 생각.


돈을 계속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우스운 생각

그리고
5박 이라니,
여행으로는 너무 짧다는 생각으로 떠나왔는데

지금 이시간 불현듯
이번 여행은 이걸로 충분했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보다가 아직 시청사에 안 간 것을 깨달았다
저녁을 어서 먹고 야경을 보고 갈까 하다가 (시청 광장의 야경을 사랑한다)
그냥 천천히 앉아서 쉬다가 천천히 걸어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와인 한잔 더

오늘은 그냥 이걸로 충분하다
이번 여행은 그냥 이걸로 충분하다

나의 삼십대를 이제야 잘 보내줄 수 있겠다
수고했어 삼십대의 Sophie
이제 good bye!

이제 나의 사십대에게 say hello 할 때구나
이제 네달후면 한국에 사는 나는 마흔두살이 되는데, 그래도 이제야 웃으면서 나의 사십대를 맞이하기로!

싫어서라기 보다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냥 Sophie의 시간
회사원도 아니고 누군가의 가족이나 엄마도 아니고
그냥 한 존재로서의 나의 시간

왜 굳이 비엔나인가.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이면 사실 그냥 가까운 곳 어딘가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스스로도 의문을 품었었다.

아마 이런 거 였다.
의식하지 않아도 아는 언어가 있는 곳 (해석하려고 노력하거나 사전을 찾지 않아도 그냥 아는 언어)
내가 이방인일 수 있는 곳
걸어서 지낼 수 있는 곳
성당에 들어가거나 미술관에 들어가거나 공원에 들어가거나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되는 곳

아침에 슈테판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멍 때리다가 (기도를 하거나 생각을 하는 게 아니고 그냥 그렇게 있는 거) 내가 그리웠던 건 이런 공간 이런 시간 그리고 이런 나 였구나 했다.

19년만에 그래서 비엔나에 오게 된 이유.
14년만에 독일어권에 오게 된 이유.
5년만에 유럽에 오게 된 이유.

그리웠었다. 이런 atmosphere!
또 한동안 그리워하겠지만, 이번 여행은 이걸로 충분하다.

이렇게 나의 근속 10주년 35일 휴가 중 3/5이 마무리 되고 있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