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이영춘신부님과 뽈리나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샤이니 종현의 소식을 듣고는 이영춘신부님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타인의 삶을 살리는 일은 의외로 어렵고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 터널을 다 빠져 나온 다음에야 알았다. 내가 그렇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신부님이었다. 신부님이 자꾸만 전화해서 삼성동에 밥먹으러 와라고 하곤 했다. 나는 그 때 삼성에 다니며 너무 바빴는데, 자꾸만 오라고 자꾸만 오라고 했다. 저는 밥을 먹고 다녀요. 라고 대답할 만큼, 식사하는 내내 눈을 한번도 안 마주치던, 뽀족했던 나를 자꾸만 부르셨다. 뽈리나언니에게도 소피가 상태가 안 좋다고 걱정하시고 은진언니는 나를 자꾸만 그림을 보러 가자고, 이게 원래 네가 좋아하던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보러 다니고 밥을 먹으러 다녔다. 이 두 분이 나를 왜 자꾸만 괴롭히는가에 대해서 나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아, 두분이 나를 살렸구나 했다. 그 때 산 그림을 보노라면 나는 그게 나의 목숨값임을 이제 안다. 그 때는 그냥 그 그림을 사야만 했다. 그 우울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건 그냥 아무 말도 없는 식사였는지도 모른다. 아무 말도 없는 그림 보기였는지도 모른다. 아무 연락도 안 하다가 불쑥 신부님 잘 지내요 하고 물어보면 병원 응급실이던... 신부님은 어떻게 너는 늘 이럴 때 연락하냐 고 하시던, 그 신부님은 마지막까지 나를 환자 취급 하지 말고, 그냥 삶을 사는 사람으로 대해 달라시곤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플 때 신부님도 나를 그냥 비비(안나)로 대하셨다. 그냥 이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정신 상태가 약해서라고, 배가 불러서라고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존재로, 그냥 함께 하는 존재로 그렇게, 다만 그런게 필요한 것 뿐. 내가 요즘 힘들어서, 고요한 30분의 시간을 갖다가 울컥 한 바로 그 순간부터, 문득, 인스브룩에 부재품 참석하러 신학생들 다 라이드해서 가는 중에 자리 하나 비니까, 너도 짐싸서 큰 길가로 나오라고 당일 오전에 전화해서 생갈렌에서 픽업해 주시던, 그 공기마저도 생각나는 그런 연말을 보내고 있다. 참으로 그리운, 그런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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