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2012. 11. 28. 00:04





"만물이 다 한 가지라는 것을 명심하게. 또한 표지가 말하는 것을 잊지 말게. 특히 자네 자아의 신화의 끝까지 멈추지 말고 가야 해.

자네가 길을 떠나기 전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네.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 일 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그곳 저택에는 젊은이가 찾은 현자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현자의 저택 , 큼직한 거실에서는 아주 정신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어. 장사꾼들이 들락거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더란 말일세.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까지 있었지. 현자는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젊은이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두시간을 기다려야 했지. 마침내 젊은이의 차례가 되었어.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 그리고는 덧붙였어.
'그런데 그전에 지켜야 할 일이 있소.'
현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넸다네.
'이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찻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두 시간 후에 그는 다시 현자 앞으로 돌아왔지.
'자, 어디......'
현자는 젊은이에게 물었다네.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십년 걸려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꽂혀 있는 양피지로 된 훌륭한 책들도 좀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어. 그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네. 당연한 일이었지.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앉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좀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이제 젊은이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지.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지.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 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pp60-62



연금술사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1-1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87년 출간이후 전세계 120여 개국에서 변역되어 2,000...
가격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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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인연. 

열정적이라 더 불안했던 두살 아래의 그 친구가 내게 책을 읽어보고 싶노라고 이야기 했었다. 십여년 전의 내가 그 친구에게 건네줄 수 있는 책이 연금술사였다. 그리곤 책 한권을 처음으로 끝까지 다 읽었노라고 이야기 하던 그 친구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 친구는 사실 그 때는 그 책을 이해할 수 없었노라고 이제야 이야기 했다.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주면서 "OO아, 이제 이 이야기가 이해되지?"하고 물었다. 이제 이 에피소드를 이해하고, 나아가 '아름답게' 살아내고 있는 그 친구에게 칭찬과 격려와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픈 척 하지 않고, 어리광 부리지 않고, 묵묵하게 살아내고 있는 그 친구의 열정이 나는 참 좋다.

Posted by Sophie03
[Quotation]2012. 11. 26. 23:54


나는 나의 학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기대하지 못한 순간에 상상을 뛰어넘는 좋은 은사님들을 만나, 인문학에, 사회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삶에의 몇몇 키워드를 주셨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하는 잊지 못할 은사님들 중 한 분이 정치외교학과 진덕규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께서는 참으로 잊지 못할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노파심이 아니라, 진정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주신 말씀들이 참 많다. 그래서, 아 그 때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라고 떠오르는 것들이 종종 있고 지금은 이미 그 가르침이 이미 삶의 가르침이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기부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이다.

기부에 관한 이야기는 요즘 많이 이야기가 되지만, 선생님이 이어 말씀하신 내용은 이렇다.


"기부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많은 것을 받았고, 또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에 나가 돈을 벌게 되거든 반드시 기부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기부를 할 때는 꼭 세 가지를 위해서 하십시오. 여성을 위해서, 장애인을 위해서, 그리고 정치를 위해서 하십시오. (여성을 위해서/장애를 위해서 기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신 후에) 왜 정치를 위해 기부를 해야 하냐하면, 여러분들이 정치에 기부를 하면 나쁜 돈을 받지 않아 정치가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부를 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정치가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데다, 이미 이 이야기를 들은지 적어도 13년은 지났으므로 표현이 정확치 않아 좀 아쉽지만, 어쨌든 선생님의 이 말씀은 마음에 남아 종종 생각하게 한다. 


물론 숙제도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가풍이라, 그것은 하고 있었는데, 그것 외에, 한국으로 시집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이다. 


어느 정치 단체에 기부를 해야 하는가는 내게 늘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매년 소득공제를 마감하게 되어 기부금 영수증을 받아들 때면 올해도 정치에 아무런 기부를 하지 못 하고 살고 있음에, 선생님께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기부하는 것이 얼마나 큰 관심을 쏟게 하는지 선생님의 혜안에 놀라면서 또 뚫어지게 정치판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 나는 기부하고 싶은 정치인을 만나지 못해서, 가난하여 꿈꾸지 못하는 빈민국 청소년을 위해 기부하고 있고, 가난하여 꿈꾸지 못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언젠가 이들 중에 정치인이 나와 꿈꾸는 사회를 만들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좋은 정치인이라는 마음이 들게 되면 그가 계속 좋은 정치인일 수 있도록 기부를 할 생각이다. 존경하고 잊지 못할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그래야 한다.


요즘 같은 선거철이 오면 더더군다나 선생님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 종종 선생님의 이름을 검색하여 선생님의 강연록을 읽곤 하는데, 여러 말씀들, 선생님의 마지막 강연록은 언제 읽어도 힘이 되고, 후배들이 더는 그 분의 좋은 가르침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퍼지기도 한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음에 두고두고 감사한다. 



Posted by Sophie03
[Think+ing]2012. 11. 25. 22:37

요즘 현상 중 하나가 사적 공간이다. 


과거에도 집 이야기는 있었다. 집 이야기가 나오면, 연예인이 어떤 집을 사서 어떻게 꾸몄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보면, 그 집의 인테리어와 가구의 협찬사는 어디인지도 주요한 이슈였고.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서점을 가보면 신간 코너에 집에 관한 책이 많이 깔려 있다. 서적들은 크게 두가지 카테고리인데, 내 집 짓기와 내 집 꾸미기이다. 스스로 집짓기를 한 사람의 이야기, 집을 짓는 사람들의 집짓기 이야기 뿐 아니라, 인테리어/공간 살리기와 관련된 블로거들의 글이 책으로 엮어 출간되기도 한다. 


TV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본인의 집 설계를 한다든가, 땅콩집의 다큐가 나온다든가, 영화 '건축학 개론'이라든가, 모르는 사이에 집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듣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내 집 짓기의 주요 추세는 과거의 단독주택을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정형화된 큰 비싼 집이 아니라, 작고 아담하지만 나만의 공간 그리고 마당이 있는 집이다. 재작년, 작년 즈음의 땅콩집 열풍으로 촉발된 집짓기는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주요한 욕구는 "작아도 좋다, 다만, 나(와 내 가족)의 개성에 맞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이다.

내 집 꾸미기에서 "내 집"은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살고 있는 집의 개념이 강하다. 또한, 그 집 꾸미기가 과거의 어떤 가구를 사려면 논현동 가구 거리를 가야 하는 식의 "사물의 구매"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어떤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컬러를 쓰고 어떤 조명을 쓰는 등 "뉘앙스"가 강조되고 있다.


최근 공간 관련 책들도 프로그램들도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내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첫째는 "사적" 공간에 대한 목마름이다. 한국전쟁이후 집은 소유의 개념이자 재산의 개념이지, "공간" 개념이 적었다. 때문에 ㅇㅇ동 ㅇㅇ평 아파트가 주요한 질문이었고,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사람들의 소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울을 막론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 밖에 없었다.
이제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 즉 한국전쟁 이후의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자녀들이 어른이 되어 독립하게 되면서, 집은 소유라는 개념이 줄어들게 되었다. 더불어, 빈곤함에서는 자유로워 졌으나, 동시에 스펙 쌓기가 이십대의 중대 과제가 되어버린 이들에게는 무한경쟁의 상황에 던져진 채로 견디어 낼 것을 종용 받고 있다. 언제나 광장에 노출되어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종의 동굴이며, 사적 공간인 "one's own room"이다. 때문에 언제든 숨어들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분위기를 간직한 사적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 욕구가 이제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획일화"에 대한 거부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ㅇㅇ동 ㅇㅇ평 아파트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획일화된 전형적인 잣대가 아파트이다. 이미 삼십대, 사십대는 그 획일화된 잣대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때문에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가지기 위해 비교가 불가한 "나만의 집" 짓기가 시작되었고, "나만의 방 꾸미기"가 시작된 것이다. "나만의"가 붙으면 (엄청한 부자의 경우에는 물론 돈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 보다는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되어 나올 수 밖에 없다. 기둥 하나를 세울 때도, 벽면 하나를 페인트로 칠할 때도, 차별화된 "다름"이 나타나게 된다. 쉽게 생각하면 DIY의 개념이 집이라는 사적 공간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참, 그런 측면에서 땅콩집의 인기는 사그라 들 것이다. 땅콩집도 넓게 보면 획일화된 주거 공간이니까.

셋째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야기한 집 소유의 의미의 퇴색이다. 개인의 능력으로 스스로의 집을 구입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다. 때문에 소유한 집에 중후하고 비싼 가구를 구매해서 들여 놓는 것도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고, 세들어 사는 동안만의 "사적 공간" 확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집 꾸미기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시멘트 바닥에 나무 바닥을 까는 것은 비용 때문에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전등을 바꾸어 단다든지, 수납공간과 침대를 교묘하게 배치한다던지 하는 부분을 통해 "사적 공간"에 대한 일시적인 소유권을 표시하며 "살고 있는 공간"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으니까.

나는 요즘 출간되는 책들이 사적 공간의 아이디어를 파리에서도 뉴욕에서도 독일에서도 일본에서도 카페에서도 차용하는 것을 보며, 다양성에 대한 욕구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적 공간을 가져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는 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러니, 내게도 one's own room을 허해 주어야 겠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