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3.12 [Sophie' Library]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상관관계
[Library]2014. 3. 12. 00:25

바뀔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정심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현명함

- 영화 ‘까밀 리와인드’




‘까밀 리와인드’에서 주인공인 까밀이 어른의 모습으로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전환기였던 16세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그녀가 정말로 피하고 싶었던 사건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삶이 가장 반짝이던 시점의 (어른모습의) 까밀은 청춘의 수혜를 겪음과 동시에 되돌리고 싶었던 과거의 고통을 다시 겪게 된다. 물론 결국에는 (예상하는 바와 같이) 바꿀 수 없었던 그 시간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어른인 까밀의 모습이다.

최근 일이년새 타임슬립을 주제로 다룬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그 방식도 다양해서 까밀의 경우는 신년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점도 모습도 본인이 원한 것도 아닌데, 어느 중요한 전환기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게 되었고, 드라마 '나인'의 박선우(이진욱 역)는 향을 피우면 딱 이십년전으로 돌아가는데다가 이십년전의 시공간 속에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어(어린 선우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자신에게 미래의 자신이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어린 자신과 통화도 하고,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는 가문의 남자들만의 능력으로 원하는 시점으로 그 시점의 모습 그대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가 하면 기욤 뮈소의 신작 '내일'에서는 1년전 노트북 주인과 현재의 노트북 주인이 바로 그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왜 요즘 이런 타임슬립 이야기가 자주 나올까.



우선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모두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다. 돌이키고 싶은 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돌이킬 수만 있다면, 삶이 더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그 믿음을 해피엔딩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어바웃 타임'이다. 억지스러울 정도로 모두가 행복해진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교훈을 준다. 그런 능력이 없는 것처럼, 현재를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어바웃 타임'을 제외하고는 막고 싶은 죽음이 있다. 그 죽음만 없다면 본인들은 행복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저지하려 하지만 막을 수는 없다. 당연지사이다. 자연사가 아닐지라도,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이렇게 적어 놓으니 또다시 염세적인 운명론자가 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죽음은 인간이 관장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죽은 자들은 살아있는 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편집증적으로 이들을 갈구하는 자들에게 속한다. - 제임스 엘로이

『내일』, P209


죽은 자들은 이미 이승의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들이 이승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기억하는 자들의 존재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고 믿는 인간들의 믿음 때문에 그들은 여전히 이야기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까밀의 어머니는 포근한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 살아계시지만, 곧 뇌졸중으로 인한 급작스런 죽음을 예정되어 있다. 물론 그 죽음을 막아보려 까밀은 내내 애쓰지만, 건강 검진에서 예후도 발견되지 않았던 뇌졸중은 결국 까밀의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다. 시간을 거슬러 온 까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시간 조차도 인간이 거스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시간은 인간의 절대적인 주인이다. 시간은 인간의 창조자인 동시에 인간의 무덤이다. 시간은 인간이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 드는 걸 인간에게 던져줄 뿐이다. - 윌리엄 세익스피어

『내일』, P99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만으로도 어떻게든 거스르고 싶은 것일 거라 생각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안 되는 것에 대한 무한한 도전의식을 고취해 왔다. 자연도 거스를 수 있다고 믿는 자들에게 시간도 당연히 거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마지막에 입모아 이야기 하는 것, 현재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 현실을 충실히 살아내라는 것, 그런 교훈들을 주고 끝을 맺는다, 어차피 과거는 되돌릴 수 없으므로.

그런데, 서른 중반의 여전히 젊은 나는, 하지만 어릴 적부터 애늙은이로 불려온 나는, 언젠가의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없다. 어느 시절로 돌아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과거가 없다. 과거의 실수가, 이별이, 독서가, 경험이 모여 지금의 나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과거의 어느 순간을 돌이킨다면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게 '어바웃 타임'의 남자들처럼 그런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면, 마냥 즐겁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내 기억 속의 길에서 코스모스가 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도 보고, 눈이 펑펑 내린 마당에 누워서 허우적 거리기도 하면서, 그저 웃고 싶다.

어느 날인가, 이런 과거로 돌아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그저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 웃다가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역시 또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궁금해 했었다. 나는 왜 타임슬립을 꿈꾸지 않으며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없는가?

타임슬립 이야기가 많은 것은 현재가 힘들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이 버겁기 때문에, 과거에 어떤 일이 수정된다면 현재가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나의 현실도 남들처럼 역시 버겁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믿어왔다, 나의 과거가 곧 현재가 되고, 나의 현재가 곧 나의 미래가 된다. 그러므로, 과거를 돌이켜 현재를 좋게 만드려고 하지 말고, 곧 과거가 될 나의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 미래를 반짝이게 만들면 된다고.

사실, 바로 지금, 내가 이 문장을 쓰고, 또 당신이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바로 지금은 곧 과거가 되고, 1분후로 가정했던 나의 미래가 어느새 나의 현재가 되어 있다. 인간의 삶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지만, 또 동시에 연속선상에 존재한다. 과거의 나로 인해 내가 불행했다면, 현재의 나로 인해 미래의 내가 행복하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시간이란, 돌이킬 수 없고,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세상에 타임슬립 류의 이야기가 나온다 해도, 결국 현재의 나는 현재의 나일 뿐이다.

글의 서두의 영화 ‘까밀 리와인드’에 나온 문구는 결국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문구이다. 두고두고 머릿속에 남아있더니, 알고 보니, Reinhold Niebuhr의 serenity prayer라고 한다. (원문출처 : 위키디피아)

God, give me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which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Living one day at a time,
Enjoying one moment at a time,
Accepting hardship as a pathway to peace,
Taking, as Jesus did,
This sinful world as it is,
Not as I would have it,
Trusting that You will make all things right,
If I surrender to Your will,
So that I may be reasonably happy in this life,
And supremely happy with You forever in the next.
Amen.



기도문에서도 처럼 내세의 삶을 믿거나 혹은 믿지 않더라도, 바뀌어야 하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Courage to change the things which should be changed)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위해 가지고 있을 것! 결국 타임슬립 이야기들이 늘 현재에서 끝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것. 그리고 아마도 버거운 세상이 지속되는 한, 타임슬립 이야기는 한동안 계속 될 것이다.




까밀 리와인드 (2013)

Camille Rewinds 
8.7
감독
노에미 르보스키
출연
노에미 르보스키, 사미르 궤스미, 욜랭드 모로, 미셸 빌라모즈, 드니 포달리데스
정보
코미디 | 프랑스 | 115 분 | 20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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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정보
tvN | 월, 화 23시 00분 | 2013-03-11 ~ 2013-05-14
출연
이진욱, 조윤희, 박형식, 전노민, 서우진
소개
박선우가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타임슬립 드라마.




어바웃 타임 (2013)

About Time 
8.6
감독
리차드 커티스
출연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돔놀 글리슨, 톰 홀랜더, 마고 로비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영국 | 123 분 | 2013-12-05





내일

저자
기욤 뮈소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3-1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랑과 감동의 마에스트로 기욤 뮈소의 명품 스릴러 책장을 덮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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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