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2012. 12. 2. 14:52




시장은 늘 변화한다. 고객도 늘 변화한다. 시장과 고객은 늘 오십보 백보 앞서거니 뒷서거니 변화한다.

그래서 시장의 변화를 보면 그 안에 늘 marketing이 있다. 

그래서 마케터로 일하는 것, 마케팅전공자로 시장을 관찰하는 것, 언제나 지루할 틈이 없다. Market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니까.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새로운 미디어가 추가되고 기술이 진보되면, 그 때부터는 누가 상상력을 가지느냐가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물론 거기에도 marketing이 있다. Market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니까.




혼자만 관찰하기 아까운 재미난 프로그램을 소개하려고 한다. 

혼자만 지켜보기 아까운 신선한 채널을 소개하려고 한다.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독특한 실험을 소개하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성공했으면 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질문!

1st Look이란 브랜드를 본 적 있는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firstlook.F)에서 설명은 이렇게 한다 : 

국내외 최고의 셀레브리티를 중심으로 패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스타일 매거진입니다.


홈페이지(http://www.firstlook.co.kr/)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 

CJ E&M이 발행하고, 어반북스컴퍼니가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으로 매월 1,3주 목요일에 발행됩니다. 

또 이렇게도 이야기 한다 : 

CJ E&M이 콘텐츠를 제작/공급하고 CJ오쇼핑에서 사이트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firstlook 편집매장이 CGV청담시네시티에 있다. 


그냥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 아니다. MD와 물류를 담당하는 CJ오쇼핑과 컨텐츠를 담당하는 CJ E&M이 함께 운영하는 '패션 content를 보면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채널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런 아이디어는 몇년 전 부터 있었다. 나도 그런 기획서를 썼었는데,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구매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으면 구매 버튼을 눌러서 바로 구매한다, 셀러브리티가 착용한 뱅글을 QR코드로 찍어서 바로 구매한다, 이런 거, 조금 식상하기도 하고. 이렇게 글로 쓸만큼도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약간 다른 이야기.




On Style에서 윤승아를 사회자로 내세워 디자이너 서바이얼 프로그램 'SOLD OUT'을 진행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서바이벌이야, 프로젝트 런웨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통해 이미 익숙해져 있는데, 또 무슨 디자이너 서바이벌이야? 하다 보니, 제목이 SOLD OUT이다. 


SOLD OUT 될만한 실용적인 옷을 디자인 하겠다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보니, 특정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주제로 준다.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본인들의 디자인 철학을 넣어 옷을 만든다. H&M의 콜라보를 보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신선하지 않다. 그리고 전문가 집단과 고객 집단에게 평가를 받는다. 로이킴도 그렇게 슈스케4 파이널 우승자가 되었으니, 여기까지도 뭐 별반 다른 이야기가 없다.


그런데 윤승아 얼굴 밑에 써 있다. "솔드아웃 / 런웨이를 입어라!"

포인트는 이것이다. 우리는 보통 디자이너 서바이벌을 볼 때, 아, 저 옷은 정말 입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구매할 수는 없다. 그들의 작품은 intangible design 이지, tangible design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리는 패턴은 contents를 위한 일회성 패턴이니까. SOLD OUT의 패턴은 일회성이 아니다. 전문가 집단과 고객 집단에서 선택되면, 그 제품이 생산이 된다.


그리고 판매가 된다. 앞서 지루할 정도로 열심히 설명한 1st look을 통해서 상품이 DP가 되고 판매가 된다. 이제야 눈에 다시 들어온 단어가 있다. "CJ E&M이 콘텐츠를 제작/공급하고 CJ오쇼핑에서 사이트를 운영합니다." 쉽게 지나쳤던 "제작"이 셀레브리티들의 패션 스타일을 편집해서 보여주겠다는 의도 뿐 아니라, creation의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SOLD OUT는 국내외 브랜드와 국내 전도유망한 젊은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홈페이지 상단에 보이는 것처럼 실질적으로는 'CJ오쇼핑'이라는 유통채널(1st look)과 'CJ E&M'이라는 contents provider(SOLD OUT)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적극적으로 contents를 creation하는 과정이 고객에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CJ E&M을 통해 제공되고, 그 intangible 결과물인 digital contents로 페이스북과 웹페이지를 통해 communication되고, tangible 결과물은 구매한 고객에게 배송된다. 흔히 사업기획자들이 이야기 하는 eco system이란 것이 여기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초반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시장과 고객의 오십보 백보 변화에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의 진보가 더해졌을 때는 어떤 상상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이것이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market+ing"이다. 그러므로 나는 1st look과 SOLD OUT 프로젝트가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어쨌든 시도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지루할 틈이 없는 시장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으니까.





Posted by Sophie03
[Think+ing]2012. 12. 2. 00:50




고등학교 3학년 생일에 친구에게 선물받은 "좀머씨 이야기"로 시작된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eskind) 읽기는 나를 전작주의자*로 만들었다. 바꿔말하면 내가 전작주의자가 되게 만든 작가이자, 전작주의자로서의 첫번째 대상이 된 작가가 쥐스킨트이다.


쥐스킨트의 모든 작품을 소장하고 읽고, "콘트라베이스" 공연을 보러 간다던가,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영화를 보러 간다던가, 등의 지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2000년에 향수가 번역되어 나오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영화가 만들어지고 한 이후에, 쥐스킨트가 사라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가 쥐스킨트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전 작품을 통틀어 나타나는 그의 사상이 좋아서이다. "God is in the details"를 떠오르게 하는  섬세함, 사소함, 열망, 집착 그리고 그것들이 응축되어 있다. 그런데도 늘 영혼이 살아 있다. 읽고 있노라면, 나는 이미 등장인물 바로 옆에서 숨소리를 듣고, 한숨을 느끼고, 절망을 흡수하게 된다.


작가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더더군다나 그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쉬곤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완전히 사라지면 안 되고, 후속작들을 내주기만을 기다렸는데, 강산이 바뀌고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 쥐스킨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쥐스킨트를 그리워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트리크 쥐스킨트 돌아와요!"에 생각을 할 때면 "좀머씨 이야기"의 "Lass mich in Ruhe"('날 좀 내버려 두시오'로 번역되며, 독일어에서 'Ruhe'는 죽음에 가까운 고요를 의미한다.) 부분에 크게 감정 이입을 하면서 읽는다거나, 세상사 돌아가는 것을 볼 때면 읽게 되는 단편이 "깊이에의 강요"이다. 




깊이에의 강요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1996-05-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깊이가 없다`라는 평론가의 말에 `깊이`가 무엇인지 구현하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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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는 전도유망한 아름다운 화가에게 평론가가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라고 이야기 한 이래로, 그 화가가 "깊이" 때문에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고 "깊이"에 집착하다가 결국은 자살하게 되는데 마지막에 그 평론가가 (본인이 그런 평론을 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은 채) 이렇게 이야기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사람이 상황을 이겨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다같이 지켜보아야 하다니, 이것은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또 한번 충격적인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관심과 예술적인 분야에서 사려 깊은 동반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국가 차원의 장려와 개인의 의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결국 비극적 종말의 씨앗은 개인적인 것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소박하게 보이는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 충격적인 분열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인,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pp16~17)



현대의 우리에게 깊이에의 강요는 이미 폭력이다. '나는 가수다'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가수들에게는 "예능출연자"다운 즐기는 모습 없이 긴장한 피순위자의 모습만 보여진다. 올림픽의 선수들에게 스포츠는 그들의 인생인데 여러 차원의 깊이에의 강요들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축구의 독도 사태나, 손연재의 출국 취소 같은 사건들) 정치에서도 직장에서도, 무의미한 그러나 무자비한 깊이에의 강요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순간이 감지될 때면 나는 쥐스킨트를 떠올린다. 사회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깊이에의 강요에 대해, 그리고 쥐스킨트의 부재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쥐스킨트가 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기나긴 Ruhe 속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생각한다. 섬세함으로 열망을 집착으로 보여주는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새로운 사소함으로 돌아와 주기를!


파트리크 쥐스킨트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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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주의자는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단어로 한 작가의 전 작품을 소장하고 읽어 한 작가의 흐름을 읽어내는 사람을 의미함.  

이는 '전작주의자의 꿈' 을 읽으면서 알게 된 단어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책 읽기 성향이 전작주의자의 성향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전작주의자의 꿈

저자
조희봉 지음
출판사
함께읽는책 | 2003-01-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현직 헌책수집가의 숨은 책 이야기.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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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
[Pause]2012. 11. 30. 22:00

길을 걷다 문득, 일을 하다 문득, 밥을 먹다 문득,

내가 두 발 딛고 있는 이 곳이 어디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낯설고도 익숙한 곳에 있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모든 여행은 아름답다.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의 반댓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다"


이 구절을 읽고 120%라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현실에서 괴리되는 순간, 나는 초현실적인 상상의 세계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여행의 순간으로 건너가 있으니까.





심적으로 힘겨운 늦은 초겨울밤, 

서울역의 차가운 공기는, 어느새 나를 2004년 2월의 취리히에 존재하게 했다.

그날 자정에 취리히에서 피렌체로 가기 위해 야간열차를 탈 예정이었다.

빠듯하게 시간을 맞춰 생갈렌 나의 집에서 나갈 생각이었는데,

저녁을 먹다가 문득, 

보름달이 뜬 취리히의 밤거리를 걸어볼까? 하는 생각에 후다닥 뛰쳐나갔었다. 

아름다웠던 거리, 청량하게 콧끝시린 공기가 기억난다. 물론, 취리히 역의 차가운 온도와 이후의 피렌체도.




                                          (IXUS400, Feb 2004, Zurich) 상단 가운데의 하얀 구체가 보름달!

                   


그래서 나만의 언어로 여행을 정의하자면, 


"모든 여행은 pause이다. 

exit이 없는 현실에서 잠시잠깐 pause 버튼을 누르고 다른 시공간에 스스로를 데려다 놓는 것.


중요한 것은, 15초짜리 짧은 pause가 종종 일어난다는 것.

나의 두 발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지만, 나의 눈은 이미 낯설고도 익숙한 곳의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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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4 여행작가의 책무
 
모든 여행은 아름답다.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의 반댓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작가는 그렇게 믿어야 하며,
여행작가의 가장 소중한 책무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독자를
피신시키는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지평선 너머에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커다란 배낭을 지고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
지편선을 넘어가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사진과 글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잘 지내나요 내인생

저자
최갑수 지음
출판사
나무수 | 2010-11-2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확실하게 아는 나이 서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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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