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se]2012. 12. 7. 00:38




12월의 겨울은 1월의 겨울보다 언제나 더 춥다. 

온도의 차이보다는 추위에 아직 내성이 생기기 전의 체온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져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2월의 여행은 여느때의 여행보다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추위.

여행지에서의 추위는 늘 이건 좀 의외인데, 라는 생각의 것들을 선사해 준다.




보통 상상하는 12월의 여행지의 하늘은 이래야 한다. 

흐리거나 어둑하거나, 그래서 여행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채, 연말을 맞이하는 일상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만 같다.



           (2010.12.7 taken by iPod Touch. 뉴욕 센트럴파크)


               


          (2010.12.7 taken by iPod Touch. 뉴욕 센트럴파크)





하지만 눈/비가 오지 않는 한 12월의 여행지에서 자주 만나는 하늘은 이런 경우가 잦다. 

춥기 때문에 쨍하게 맑은 하늘. 추울까봐 12월에 여행을 가지 않을 이유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하늘. 

다들 출근하는 도시에서 여행자처럼 거리를 걸어다니는 여행지의 오전의 여유로움. 

그래서 카페에 앉아 유유자적하거나, 그림 하나에 집중하다가 긴 시간을 보내거나 하는, 여행자만의 시간을 살아내게 된다.




         (2010.12.8 taken by iPod Touch.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가는 길)


         


12월의 여행이 특별히 재미난 것은, 일상의 pause 버튼이 확실히 눌러진다는 데에 있다. 

일상에서 정확히 분리되어 나와, pause 상태의 본인을 마주함과 동시에 

지나온 일년간의 시간과도 쉽게 마주하게 된다. 

송년회의 시간을 통하지 않고, 쨍하게 맑은 하늘을 마주하며, 지난 일년을 정리하게 된다.




나는 사실 추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 특히 한 해의 첫 추위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한다.

그러니 내가 12월의 여행을 달가워 할리 없다.



그렇지만, 12월 여행의 묘미는 분명하다. 첫추위를 여행지에서 맞이하며, 더 쉽게 pause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그렇기에, 여름에도 겨울에도 정신을 차리기 힘든 버거운 순간이 찾아올 때, 12월의 여행을 떠올린다.

그곳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12월의 쨍하게 맑은 청량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12월 여행의 묘미는 분명하다. 





 # 추워서 카메라를 꺼내지 않고, 음악을 듣던 채로 iPod Touch로 찍은 사진들임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