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se]2013. 6. 11. 00:01



얼마전 결혼한 고등학교친구가 부인과 함께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3개국 여행을 떠나겠다고 여행일정을 게시판에 올렸는데, 찬찬히 도시들을 살펴보고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스케쥴의 일부 수정을 이야기 하고는, 마지막으로 Bern에 들려가는 루트보다는 Zürich를 들려가는 루트가 더 좋다는 충고를 하다가, "그리고 나는 베른보다 취리히를 더 좋아해"하고 말하고는, 어느 순간 나의 마음은 이미 취리히에 다녀온 듯 하다.


내게 종종 서부유럽의 일정을 말하며 추천도시를 말해 달라고 하는데, 내가 답을 내놓는 기준은 단순하다. "내가 다시 가고 싶은 곳인가?"의 질문을 통과하여야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아"하는 중립적인 대답이 아니라, "나는 그 도시가 좋아"라는 단호한 선택적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베른이 아니고 취리히이다. 베른이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둘 중 하나라면 당연히 취리히이다. 


블로그 초기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취리히는 걷는 낭만이 있는 도시이다. Zürich Hauptbahnhof에서 내려 길을 건너서 들어서면 전차가 다니는 Main Street로 접어들 수 있다. (사진 속의 거리 click물론 그 길을 건너면 대형마트가 있어서 나는 늘 그곳에 들려서 내가 머물던 St. Gallen에서는 구하기 힘든 잡화들을 구경하거나 구매하여서 늘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다. 


취리히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길을 강가의 거리이다. 이 거리를 걷는 평안함은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도 맛볼 수 없는 평안함이다. 취리히는 분명 대도시이고, 비싼 도시이고, 분주한 도시인데도, 어느 도시의 어느 강가에서도 만날 수 없는 평화로운 고요함이 존재하는 산책로를 가지고 있다. 




(두번째 사진의 길을 걷다 보면 작은 스위스기념품수공예점이 있었는데, 

창가에서 그 작품들을 늘 구경하곤 했었다. 2004.3월, IXUS400)

 



사실 이 사진만 봐서는 나무가 앙상해 보이지만, 실제로 겨울에, 그것도 눈이 오는 취리히의 강가는 이렇다. 


(2004.1월, IXUS400)




(강가 사진은 아니지만, 눈오는 취리히 골목골목. 2004.1월, IXUS400)



사진들을 보고 글을 쓰다 보니 또다시 나는 이미 취리히에 와 있는 듯 하다. 그 돌길을 걷는 낭만, 취리히중앙역의 공기, Merkur의 초콜렛향기, 그리고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취리히에서 살며 St. Gallen으로 강의 오던 교수가 늘 "취리히는 너무 비싸. 작은 방 뿐인 집을 빌려서 사는데 집값이 얼마야. 취리히는 너무 비싸. (여기까지는 인상쓰며 이야기 하고는, 다시 어깨를 으쓱하며) 하지만 취리히는 너무 좋아. 취리히를 떠날 수는 없어"라고 말하곤 했는데, 매번 취리히를 방문할 때마다, 나도 취리히에 한번 더 반했다. 교수의 말처럼 돈이 많아지면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도시이다. 그러니, 베른과 취리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취리히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나는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또 언젠가 취리히에 가고 싶을 때 그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애 하니까. 

하지만 사진 두장은 덤으로! 오늘은 내 성격과 달리, 강하게 한 쪽을 선택한 날이니까!




(눈오는 취리히의 야경. 2004.1월 IXUS400)


(바로 그 스위스기념품수공예점! 2004.1월 IXUS400)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