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se]2012. 12. 15. 23:49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것 중에 하나는 스트레스 management*이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대학교4학년 2학기 때는 응급실에도 갔었다, 스트레스에 의한 위경련으로.

한해두해 시간이 쌓이면서, "휴가"라는 것이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수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1년에 단 한 번 1주일간의 해외여행로 휴가를 사용하고 난다고 해도 1년치 스트레스를 다 해소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너무 여행이 가고 싶을 때, 바로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그 순간 생각나는 여행사진을 찾아 그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래서 사진 한장.



                         

(사진의 주인공은 물론 귀여운 토끼이다)



Stress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스스로 우울한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갤러리를 다니게 된 순간이 있었다. 나는 원래 갤러리를 다니며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것조차 잊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갤러리 투어는 우울한 터널을 빠져나오는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고, "서울관광객놀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는 계기를 찾게 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의 여행은 늘 둘러보아야 할 갤러리나 미술관을 들리고, 자연을 만끽하며, 공연을 관람하고, 카페나 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요한 일정이므로, 서울에서도 그것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서울관광객놀이"의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에 와서 체류 중이라고 가정을 하면 된다. 

스위스에 가 있을 때, 나는 새벽기차를 타고 제네바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거나, 날좋은 날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기 위해 취리히에 다녀오거나, 유람선을 타기 위해 루가노를 다녀오거나,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구경하러 다녀왔었다. 언제나 기차를 타고.


즉, 나는 지금 서울에 와 있다고 가정을 하고, 당일치기 여행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다. 나는 파리에 가도 루브르에 늘 다시 가고, 나는 바르셀로나에 가면 늘 몬세라토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두번 또 가도 상관없다. 나는 서울관광객이니까.


서울에 오면, 나는 낙산공원도 가야 하고, 현대미술관에 가서 백남준 비디오아트도 봐야 하고, 리움에 가서 조선백자 달항아리도 봐야 하고, 상수동 카페에도 가야 하고, 남산에 가서 서울야경도 봐야 한다. 그리고 근교도 다녀와야 하니, 기차 타고 춘천도 다녀오면 된다.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그냥 마음속으로 나는 서울에 와 있는데, 이번 체류 기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고 정하기만 하면 된다.

사람의 마음은 은근 귀가 얇으므로, 관광객이다, 라고 말해주면, 그런 줄 알고 잘 따라 다니고, 어느 순간 마음이 붕붕붕하고 신나한다. 그리고 일상의 어느 순간, 어느 여행의 순간으로 건너갈 때, 문득문득, 서울관광객놀이할 때의 시간도 떠올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장거리 여행의 매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대중교통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단거리 여행의 묘미도 쏠쏠하다. 




이제 간단히 서울관광객놀이 일화 소개. 


이 사진은 스트레스 management를 제 때 못 해서 힘들어하는 후배와 함께 서울관광객놀이를 알려주려고 나섰던 여행길에 찍은 사진이다.




첫 사진의 토끼가 출몰한 바로 그곳에서 찍은 사진. 

장소는 바로 여의도 공원! 사실 토끼는 관광객의 행운이었다. 나는 다만 하늘과 숲을 보여줄 생각으로 후배를 데리고 여의도공원 산책길에 나섰다가 우연히 토끼를 만나게 되었다.



그날 오후의 하늘.



그날 오후 해지기 직전의 고수부지. 


사실 나는 태양을 포함한 이런 구도의 사진 찍기를 즐겨서 어느 곳에 가든, 혹은 어디 곳에도 가지 않든, 셔터를 누르게 된다. 

아련하게 내가 지금 서울에 있는지, 일요일 오후인지, 이런 생각을 잊게 해 주는 그런 시간들, 서울관광객놀이의 시간들.






* 한글로 글쓰기를 노력중에 있으나, management를 관리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좁아 그냥 management로 기재함

* 모든 사진은 갤스1으로 찍었습니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