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Facebook을 중심으로 "책리스트"가 유행 중이다. 아래와 같은 규칙이 있다고들 한다.
"규칙: 이 글을 보시고 나서 몇 분 동안이나 너무 오래, 그리고 복잡하게 고민하지는 마세요. 꼭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대한 문학 저작만을 고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어떻게든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들을 고르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저를 포함한' 10명의 친구들을 태그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여러분의 리스트도 볼 수 있게 말이죠."
나는 이 블로그의 애독자인 친구가 태깅을 하는 바람에 얼마전에 리스트를 아래와 같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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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좀머씨 이야기
- SY에게 고등학생 때 선물로 받았던 책. 대학에서의 독문학 전공을 당연하게 만들어 준 책
- 특히 "Lass mich in Ruhe"(날 좀 내버려두란 말이요) 구절을 가끔 혼자 중얼 거린다.
2. 내 욕망의 리스트
- 몇년전 친구의 추천으로 읽고, 또 읽고, 결국은 소장하고 있는 책
- 어마어마한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라는 가정의 상황에 대해 여러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
3. 보물지도
- 투병중이시던 L신부님이 어느날 택배로 선물해준 책. 처음에는 이렇게 유치한 책을 왜? 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 특히, 회사의 KPI는 스스로 기억하려 않아도 모두가 상기시켜 주지만, 개인의 KPI는 스스로 셋업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없는 것이라는 구절은 최근 몇년 동안 가장 자주 생각하는 문구
# 일부러 나의 책장을 등지고 앉아 이 글을 작성 중이다. 책장을 보는 순간, 책을 못 고르고, 열 권을 골라내는 데 전력을 다할 듯 하다.
4. 연금술사
- 첫 직장을 그만 두고 대학원을 가게 되던 시절의 책이자, 스위스 교환학생 갈 때 성서와 함께 챙겨간 유일한 책.
- 행복의 비밀은 단 한 가지, 스픈 속의 기름과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동시에 지키는 것이라는 에피소드를 사랑하며, 바람과 대화하는 사막에서의 에피소드를 종종 떠올림.
5. 장미의 이름
- 나의 지적 호기심을 언제나 자극하는 에코의 내가 처음으로 읽은 작품. 실제로 책을 읽으며 비밀의 방 그림을 정확히 그렸던 기억도 있음. 어쨌든 에코의 책을 한 권만 꼽아야 한다니, 이 책을 꼽을 수 밖에.
6. 나르시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또한 한 작품을 꼽아야 하니, 이 책. 한동안 일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이 책을 읽었다. 가장 절친한 친구를 혹은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지켜봐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내가 더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굳이 정하라면 나는 평범한 사람 쪽이니까.
# 정말 열권만 고를 수 있을까 내가?
7. 불안
-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겪어야 하는 심리를 언제나 가장 잘 정리해주는 보통의 작품들 중에서도 불안은 내가 두번째 직장에서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사실 에세이스트 로서의 보통과 소설가 로서의 보통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래도 한 권만 골라야 하니... 불안.
8. 달리기를 할 때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
- 에세이스트로서의 하루키와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데, 어쨌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이 이 책. 이 책을 읽을 무렵 내가 조깅과 마라톤을 열심히 해서 더 그럴지도 모르고, 또한, 일등이나 순위를 위해 열심히 하는 법이 없는 나는, 그저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할 뿐 인 사람이라 더욱 공감하게 된다.
9. 분노하라
- 정확한 상대와 정확한 상황에 대한 분노. 우리에게는 그것이 필요. 회색영역에 속해있는 나로써는 사실상 행동하는 것이 가장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노하라는 책으로 인해 조금 변화함.
# 나는 사실 계속 책들이 생각나지만 룰은 룰이니까 10권까지만 적어야지.
10. 탈출기
- 구약성서의 두번째. 성서도 사실 한 권만 고르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최근에 내가 가장 자주 생각하는 성서. Exodus from where가 아니라, Exodus for what이어야 한다는 삶의 철학을 나는 탈출기 덕분에 알게 되었다.
... 다 못 적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조만간 블로그 글을 이 주제로 써야 겠다고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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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작성하면서 다음 책으로 마음 먹었던 책들을 잊고는 새로운 책을 적고, 이 작가의 작품 중에 무엇을 선정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또 새로운 책을 적고, 그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 리스트를 작성할 때마다, 리스트가 바뀌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2014년 9월 22일에는 리스트를 이렇게 작성했다는 기록만 남겨두기로 했다.
그래도, 아쉬우니까, 마음 먹었다가 다른 책들에 밀린 책들 제목만 적어두기로 한다. 불멸/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냉정과 열정 사이, 겨울일기 외 폴 오스터의 많은 작품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순간의 꽃, 모래의 여자, 단순한 열정... 제목만 쓰는데 또 머릿속에 책들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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