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2013. 9. 1. 00:01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피쳐』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을 때, 회사일로 무척 바빴고, 이런저런 여력이 없어서, 읽지 못했었다. 그리고는, 내 주변의 모두가 읽은 "너무나" 베스트 셀러일 경우에는 잘 안 읽게 되는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읽지 않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매번 신간이 나오는 더글라스 케네디가 궁금해져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2012년 9월에 『행복의 추구1,2』을 시작으로, 『모멘트』, 『템테이션』, 『리빙 더 월드』, 『파리 5구의 여인』, 『빅픽쳐』, 『더 잡』을 나열한 순서대로 읽었다. 『빅피쳐』는 2013년 7월이 되어서야 읽었다. 『빅픽쳐』도 『파리 5구의 여인』도 영화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읽는 작품들이다. 특히 『빅피쳐』는 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영화도 개봉한다고 하니, 이제 그 소설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한 번 알아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소설부터 읽는다. 예외가 있다면, 해리포터는 1권만 그렇게 하고 늘 영화만 보거나, 둘다 건너 뛰었다. 영어로 읽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해리포터는 이상하게 이미지가 상상이 되지 않아, 읽는 동안 애 먹었었다. SF는 상상이 되지만, 마법의 세계는 이미지화 할 수 없는 것이 나의 한계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다시 더글라스 케네디로 돌아와, 그의 작품들은 대개 비슷한 플롯의 구성이다. 잘 나가던 주인공이 어느날,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야, 스스로는 모르고 있었지만, 본인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삶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엄청난 절망의 순간이 오는데, 어떻게든, 살아지더라, 살게 되더라, 살아야 하더라,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주인공에게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 글의 주인공인 『파리 5구의 여인』은 약간 다르다. 이제부터 스포일러가 될 것이니, 혹시 소설과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읽기를 중단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파리5구의 여인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2-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로맨틱 스릴러! 아마존 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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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시작할 무렵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영화관을 찾지만 사실은 영화관에서도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속에도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탈출하고자 하는 세계를 영화에서 다시 보게 되는 셈이랄까요."
우리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종종 도피를 시도한다. 누군가처럼 하루아침에 평생 동안 공들여 쌓아온 삶을 버리고, 갑자기 파리 행 비행기 표를 사기도 하는 것이다. (p9)



그런데 사실, 『파리 5구의 여인』은 소설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초현실적 존재가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도 존재하는 현실이 소설에서는 초현실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삶을 옭아메는, 우연과 필연의 소용돌이에서 주인공은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비극들이 긴박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동안, 갑갑한 숨이 차오르는 순간들을 몇 번 만나게 된다. 초현실적인 존재가 등장하므로, 어쩌면 현실에서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들은 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현실성 때문에 읽는 동안 가슴이 답답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긴박한 사건들, 복잡한 관계들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종종 소설을 영화화한 경우에는 그 관계들, 그 인과관계들,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 등이 삭제되고 시간이 단순하게 나열되어, 원작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훼손하므로, 나는 사실 그 걱정을 하면서 영화를 봤다.




파리 5구의 여인 (2013)

The Woman in the Fifth 
6.4
감독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출연
에단 호크,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요안나 쿨리크, 사미르 궤스미, 델핀 쉬요
정보
스릴러, 로맨스/멜로 | 프랑스, 폴란드, 영국 | 85 분 |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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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대이상이었다. 복잡한 관계들을 단순화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과 직면한 주인공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에단 호크의 연기는 소설에서 느꼈던 갑갑함보다 더, 현실의 갑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본인의 가정을 파괴한, 본인 자신을 파괴한 그 비극을 어떻게 떠안고 살 것인가? 소설 속의 한 구절에 그의 답이 있다.



그렇다. 사람에게는 절대로 치유될 수 없는 비극이 있다. 다만 슬픔을 떠안은 채 적당히 적응하면서 살아갈 뿐이리라. 그러면서 차츰 상실감을 품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리라. (p190)



초현실적인 존재가 문제가 아니었다. 초현실적인 존재가 등장할 정도로, 그의 삶이 지속되는 동안 풀리지 않을 그의 비극은 그의 몫이 되었다. 소설에서는 사건 위주로 긴박하게 돌아가, 몇몇 구절로 그의 비극에 공감해야 한다면, 영화는 각색이 잘 된 시나리오로, 그리고 에단 호크의 좋은 심리 연기로, 그의 비극이 비단 그만의 비극이 아님을, 우리 모두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비극임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의 에단 호크의 이 표정은 사는 동안 종종 떠오를 것 같다.






그래서 혹시 더글라스 케네디를 좋아하신다면, 혹은 에단 호크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영화를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소설은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 그리고 소설의 표지 사진은 "파리 5구의 여인"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영화 속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완벽한 캐스팅이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