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문득 가을이 오는 것에 대한 소소한 위로를 받고 싶은 욕심에 펴들었다가, 한겨울의 찬바람을 온 몸으로 느꼈다.
마종기 시인의 시를 읽다가 그런 느낌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우화의 강"에 대한 강렬한 인상 때문에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삶이, 늘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나혼자만의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위로와, 최근에 내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오늘밤 다시 시집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래서 그 중 한 편을 기록해둔다.
익숙지 않다
마종기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치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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