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3. 6. 22. 00:08


최근 1~2년간 아래와 같은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몸으로" 하고 있다. 


 · 그냥 상사와 리더십을 가진 상사는 다르다. 

 · 내가 그냥 상사가 될지 리더십을 가진 상사가 될지는 사실 지금은 알 수 없다. 

 · 리더십은 건강이나 신앙과 같이 한번 완성되면 지속성을 가지지 않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되어야 한다. 변함없는 지속적인 상사관을 가졌다면 리더십을 가진 상사가 아닌 그냥 상사일 따름이다.

 · 상황이란, 상사의 상사와의 관계에 따른 변화되는 상황, 상사의 구성원들의 특성에 따른 변화되는 상황, 조직의 미션 등에 따라 언제나 변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의 특성이란 지속성을 가지는데, 나의 개인적인 특성상 "회사에서 경제적인 혜택(=월급)을 받는 상사와 부하직원 의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도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면 그 상사는 지속성 있는 리더십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의 첫직장의 상사(사실상 Global Company의 임원이었기 때문에 상사라는 표현보다는 Boss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이지만!) 는 사실 여러 면에서 어려웠다. 무척 똑똑한 야심가였고 상대방의 약점을 쉽게 파악하였으며 게다가 용의주도하였다. 그렇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면 나의 직장에서의 속성들은 첫직장의 상사와 닮아 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것이 중요하고, 잘 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투자하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열심히 하기 위함과는 여전히 구분되며, 회사에서의 성취만큼이나 개인적인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직장에서의 속성들이 첫직장의 상사와 닮아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분의 성향들을 배우게 된 것이다. 


또한 첫직장을 그만 두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 그 분이 파악한 나의 약점에 대해서 지적했었는데, 본인에게도 과거의 언젠가는 그것이 약점이었다며, 본인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말씀하셨다. 나도 다른 방식이기는 했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그분이 지적한 나의 약점을 보완하였었다. 왜냐하면 그 지적이 나를 인격적으로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으로 고민 끝에 한 말씀이라는 것을 그분의 표현에서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위스에 있을 때 나는 그분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고, 또 때때로 그분의 Status를 확인하면서 잘 되기를 손모아 기원하게 된다. 


내가 첫직장의 상사로 그분과 일하게 된 것은 내게는 행운이다. 직장생활에 대해, 내 삶에 대해, Work & life balance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때의 대화들을 상기하며 위로 받기도 하고, 응원받기도 하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그 상사의 리더십에 감탄하는 것은 혼나야 하는 순간에 나의 업무 미숙이나 실수로 인한 것이라는 것이 굉장히 명확했다. 인격적인 모독을 하지 않았고 창보다 강한 언어로 사람을 찌르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사실 그 때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회 초년병이었으나, 이제와 돌이켜 보건데, 그 상사의 리더십은 여간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최근에 리더십에 대해서 몸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액수는 다르지만 같이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끼리 인격적인 모독을 하여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본인이 업무에 대한 중립적인 평가 대신 인격적인 모독을 받아서 상처를 받았던 사람은 그와 비슷한 상처를 또 누군가에게 돌린다. 고된 시집살이가 되물림되는 원리와 같은 것일까. 또한 그들은 본인의 업무 성과에 대해 누군가 의견을 내거나 지적을 하면 그것이 본인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이라고 느끼고 반드시 새로운 인격적인 모독을 시행한다. 어디선가는 어떻게든 끊어져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냥 상사가 아닌 리더십을 가진 상사가 되는 길은 그래서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배운 대로, 겪어온 대로가 아니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닮은 꼴 상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 내게 manager의 역할이 주어진다면'의 가정이, 나는 어떤 상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나로 하여금 계속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게 하고 리더십을 공부하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재미난 것이다. 나의 첫 상사는 절대 쉬운 사람이 아니였고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하는 '사회초년생'에게는 꽤 벅찬 상사였는데, 언제나 공부하던 그 상사를 시나브로 닮아가고 있다니!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