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3. 5. 29. 23:25


지난번 글 "꾸준함의 미학"에 이어 두번째 글. 지난주 월요일에 나는 요가를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요가를 갔다는 이야기를 썼었다. 오늘도 비도 오고, 월~화 이틀 교육의 여파로 피곤하여 또 요가를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내일 회사 사정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또 내일 가게 되더라도 주 2회 가는 것이니, 일단 가기 싫어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둘러서 요가를 갔다. 

"서둘러서" 요가를 간 이유는 뻔하다. 지리하게 자리에 앉아 요가를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시간이 어중간해지면 요가를 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거나, 어영부영 뭐 먹으러 가자고 하면서 요가를 가지 않게 되기 때문에, 그래도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 요가를 가는 동안 나는 역시 참 꾸준하다는 생각을 백번 정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요가를 일찍 도착하고 보니, 비도 오고 가지 말까 하는 고민은 모두의 고민이었는지, 나를 포함하여 세명이 오붓하게 yoga practice를 하게 되었다. 시작전에 대화를 나누다가 선생님이 나를 두고 이런 단어를 사용하였다. "돈오점수" 


이야기인 즉슨, 나는 굉장히 느리게 요가를 익히고 있는 사람인데,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므로 나쁠 것은 없다. 이렇게 느리게 요가를 익히는 사람이 서둘러 요가를 익히게 되면 쉽게 부상을 입게 된다. 그러니 스스로의 속도대로 천천히 그러나 점진적으로 몸이 요가를 하다 보면 순간순간 깨닫는 순간이 온다는 이야기였다.


오랫동안 긴장하는 버릇을 유지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몸에 긴장을 푸는 법을 잘 몰랐다. 그러니 내가 어깨에 힘을 빼고, 등으로 호흡을 보내고, 허벅지의 안쪽 바깥쪽 근육을 균등하게 쓰는 것을 말로 들어서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1년반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등을 부풀여서 숨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허벅지의 근육을 균등하게 쓰기 위해 나의 걸음걸이를 관찰하게 되었다. 여전히 core power를 사용하는 법을 잘 몰라서, handstand도 못 하지만, 순간순간 아, 이건가 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신기하다. 


중요한 것은, 나보다 요가를 늦게 시작한 사람이 먼저 handstand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몸이 얼마나 할 수 있고, 나의 마음이 얼마나 긴장을 풀 수 있으며, 바로 지금의 나의 상태를 아는 것이다. 어느 날은 balance가 잘 맞아서 기쁘고, 그리고 그 다음날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깨어져버린 balance를 느끼게 되면 몸에 더 친절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어느 것도 한 번에 완성할 수 없지만, 완성되는 순간은 일시적이다. 어느날 완성된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다음날 그 동작을 또 할 수 없기도 하고, 내가 언제나 어떤 동작을 못 한다고 해서 영원히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몸의 상황에 따라, 외부 환경에 따라, 내가 받은 스트레스에 따라, 혹은 단 한번의 호흡에 따라, 그저 변화할 뿐, 그저 조금씩 그런 상황을 더 잘 알아가는 것이 요가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나의 몸이 그런 것을 보면 마음의 balance를 찾는 일은 얼마나 더 어려운 것인지 깨달아 알게 되는 것이 요가를 꾸준히 하게 하는 이유인 것도 같다. 


그러니, 나는 늘 돈오점수 같은 삶의 자세를 유지할 것 같다. 점진적으로 노력하다가 시나브로 깨달음이 체화되다가, 어느날 문득 깨달음이 번개처럼 내게 오는 방식은 내게는 최적의 삶의 방식이니까.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