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3. 1. 19. 00:36


연말이면 방송3사가 연기대상, 가요대상, 연예대상을 진행한다. 어릴 때는 연예대상은 없었고, 대신 가요대상에서 진짜 대상이 있었다. 그 때는 연기대상도 정말 딱 한 명만 받았기 때문에, 정말 긴장하면서 봤었다. 그런데 어느해부턴가 가요대상은 없어지고, 연기대상도 연예대상도 퍼주기식 수상을 하면서 방송을 보는 묘미가 사라졌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퍼주기식 시상이라면 나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또다른 이야기. 4년마다 올림픽을 할 때면, 비주류 종목의 선수들이 메달을 딴 후에 늘 이야기한다. 비인기종목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우리 선수들이 피땀흘리고 있노라고. 그럴 때면 나는 생각한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늘 시상식도 없는 인생이라는 삶을 살고 있노라고,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금메달을 딴다는 희망조차 없노라고. 


그래서 어느해 부턴가 연말에 스스로 대상을 주기 시작했다. 물론 트로피도 화려한 시상소감도 없지만, 스스로의 일년을 꾸물꾸물 잘 살아온 것에 대한 스스로의 격려 차원에서 혼자 대상을 준다. 항목은 매년 바뀌는데, 보통은 연초의 New Year's Resolutions를 달성한 부분에 대해서 일종의 노력상을 주고, 한해 일어난 사건사고들에 대한 특별상이 수여된다. 노력상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의 KPI 달성의 의미가 같이 있어서 연말을 마감하는 효과가 톡톡히 있다.


2012년도에는 365일 가계부 쓰기 상, 10.5개월 요가 상이 주어졌고, 전년과 동일하게 한주1권 읽기 상도 있었다. 초/중/고 12년 개근상에 빛나는 범생이적인 성실함으로 받아낸 상들이다. 사실 365일 가계부 쓰기는 정말 귀찮아서 중간중간 고비도 있었지만, 연말 수상할 때 이거라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특별상은 인생 top3에 속하는 이별상, 인생 top3에 속하는 모멸감상, 인생 top3에 속하는 자괴감과 자존감상이 주어졌다. 상세한 설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생략하지만, 어떤 사건사고가 벌어졌을 때 이 사건은 인생 top3에 속하는 사건이니 일단 잘 수습하고 연말 시상식에 상을 받아보자는 마음을 먹게 한다. 역시 범생이적인 마인드로 상 하나 받아보겠다고 꾸물꾸물 살아내게 된다.


2012년도는 내게 무척 힘겨운 한 해였고 그래도 무사히 시상을 했다. 2013년도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 나는 나의 피땀을 흘리면서, 어떤 대상을 받을지 고민하면서 차근차근 하루하루를 살아, 연말에는 나만의 시상식을 할 것이다. 


# 상을 주고 나서 생각해보니, 2012년은 366일인데... 365일 상으로 시상하고 말았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