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3. 2. 12. 23:28


요즘 결핍과 잉여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또 다른 글부터 먼저 후다닥 쓴다.  

[Sophie' Story] 스스로 대상 주기 에 써두었는데 작년에 365일 가계부를 썼고, 올해도 쓰고 있다. 사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월급은 계속 받고 있으나 지출 통제가 되지 않아, 생각보다 카드값은 많이 나오며, 당연히 생각보다 모아지는 돈이 적어서 총체적인 해결책으로 지출 통제를 하기로 한 것이었다. 


흔히 재정 가이드 하는 사람들은 좋은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는 통장 정리를 자주 하고, 가계부를 쓰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고, 보험지급년(본인의 연령)에 관한 관심과, 본인의 생활비 규모를 예측하여 노후자금 관리를 하라는 충고를 한다. 이 말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계부를 쓰면 된다. 매일매일 가계부를 쓰면 주요 지출 항목에 대한 수치적 통계가 나오고, 본인의 적정 생활비 규모가 계산이 된다. 또한 가계부에 적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며, 실제로 본인이 무의식 중에 얼마나 많은 푼돈을 쉽게 사용해 왔는지를 알게 되고, 실제로 통장 정리를 자주 하게 된다. 


이런 순기능보다 더큰 순기능이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어 소소한 생태주의자가 될 수 있다. 소비행위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구매하던 행위에서 아래와 같이 사고를 거치게 된다


- 이것을 살까? → 나에게 정말 없는 것이 맞나? → 나한테 정말 필요한가? → 사긴 해야겠구나 / 없어도 된다면 사지 말아야지 

- 이책을 살까? → 이 책을 두번 이상 읽을까? → 한번만 읽는다면 이것은 그저 소유욕이 아닐까? → 그렇다면 지금은 사지 말아야지 → 빌려 읽은 후에 그 때 이 책을 두번 이상 읽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 때 사야지

- 이것을 마실까? → 나는 이것을 takeout할 것인가? → 그런 것이 아니라면 머그잔에 마셔야지


위와 같은 사고 과정을 거쳐 내가 구입하지 않은 책으로 인해 나의 지구의 나무 한 그루 쯤은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구입하지 않은 옷으로 인해 밍크 몇 마리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내가 머그잔에 마신 커피로 인해 쓰레기가 10리터 정도는 줄었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고 아파트에 살고 휴가 때 해외여행을 다니는 까닭에 전향적인 생태주의자가 되어 자연에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고 살고 있지는 않다. 종이컵도 쓰고 일회용 냅킨도 쓰고 물론 책을 좋아하니 책도 사고 옷도 산다. 그렇지만 한두번의 사고 과정을 더해 소소한 생태주의자로 살아갈 수는 있다. 적어도 혼자서는 왠만하면 차를 운전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되도록이면 텀블러를 이용하려고 하는 아주 소소한 생태주의자에서 한단계 나아가 소소한 생태주의자로는 변화할 수 있으니까, 365일 가계부 쓰기는 내게는 뿌듯한 일상이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