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끊기]2013. 4. 30. 13:10



밀가루를 끊은 날(2013.2.10) 이후로 80일 정도 지났다. 처음에 밀가루 단식을 시작하던 무렵에는 삼월중순 생일까지, 그리고 부활절까지 라는 기한단서가 붙어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면 의례히 듣는 질문이 아직도 밀가루를 먹지 않냐는 것이다. 


아직까지 안 먹고 있다. 담배 끊는 사람들이 담배를 끊은 것이 아니라 참고 있는 거라고들 이야기 하는데, 밀가루도 안 먹고 있지만, 참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빵 엄지손톱만큼 먹기도 하고 냉면 세가닥 정도 먹기도 했고,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도 먹었는데, 아무래도 그 떡 밀가루떡인 것 같다.


밀가루 단식을 통해 알고 있는 좋아하는 것을 먹고 싶은지 혹은 새로운 맛을 보고 싶은 건지 중에 선택한다면 나는 후자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랫동안 먹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 먹는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도 괜찮다. 그런 경우에도 컵라면국물냄새를 맡거나 짜장면 영상을 볼때면 먹고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새로운 향이 나는 음식을 보면 궁금해진다. 특히 주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그 맛을 기술해주는 순간이 오면 먹고 싶어진다. 한입만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입 먹고 나면 후회한다. 그게, 사실 별것이 아니였다. 그래서 한입만 먹어볼까 생각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그런 덕에 80일째 밀가루 단식 중이다.


어떻게 참느냐는 질문에 하나 더 대답하면, 회사책상에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같은 견과류와 건조 크랜베리 등이 있다. 아삭한 것, 달콤한 것이 필요하면 먹는다. 껌을 씹는다면 좀더 괜찮을 것 같지만 이십년 넘게 껌을 씹지 않아와서 나의 간식 대안은 견과류가 되곤 한다.

하지만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가장 궁금해 하는 것 두가지는 '먹을 것이 없지 않냐'와 '왜 끊었니/ 밀가루 끊기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느냐'이다. 


외식에서 먹을 것이 많은 것은 아니다. 리조또가 없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샐러드를 먹어야 하고, 분식집 가면 김밥이나 덮밥 종류를 먹어야 하고, 특히 회사옆 유명한 분식집 동아분식에서는 열무비빔밥이 유일한 선택지이다. 하지만 요령이 생긴다. 적절히 밀가루단식을 티내지 않고 식사를 고를수 있게된다. 사실 밀가루 끊기는 내게 의지의 문제이지 환경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마다 다 다른 환경에 처해있으니,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인 간식이 밀가루인 경우가 더 많다. 맥주를 마시러 가면 미니프레츨이나 뻥튀기 과자가 나오곤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손이 움직이면 그것을 입에 넣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입에 들어간 과자를 다시 뱉어내는 걸 보면 나도 좀 독한 구석이 있기는 있다.


그런데 밀가루를 끊는다 해도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 글에서 쓴 효과인 붓기가 빠지는 효과가 확실히 있지만, 사실, 나의 경우에는 다른 탄수화물들은 다 먹고 있기 때문에 여느 탄수화물 단식의 다이어트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운동 가기 전에 고구마도 먹고 감자도 먹고 있기 때문에, 전혀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쉽지만, 아쉽게도 말이다.


그런데 피부는 좋아진다. 밀가루는 보통 미국에서 수입되고, 기나긴 운송 과정을 견디기 위해 방부제가 다량 투입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밀가루를 먹었을 때 괜찮았던 경우라도 한국에서 미국 밀가루를 먹으면 피부에 트러블이 나는 경우가 그런 영향을 받는 경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밀가루를 끊은 다음부터, 나의 주요 목적이었던 목 부위의 피부알러지와는 상관없이, 피부가 촉촉해졌다. 거의 첫직장 그만 두고 나서 얼굴에 광채가 생겼던 것과 유사한 정도다. 『Clean』에서 이야기했던 "내가 먹은 것이 내가 된다"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절이다. 사실 요즘은 그말이 "좋은 무언가를 더 먹는다"의 의미가 아니라 "나쁜 무언가를 덜 먹는다"의 의미였음을 확인하고 있다.


일단, 80일 정도 지난 기념 글쓰기는 이정도로. 그나저나 나의 목 부위의 알러지는 밀가루와 상관이 없는 것인가. 또 다른 단식이 필요한 것인가. 




클린

저자
알레한드로 융거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0-09-20 출간
카테고리
건강
책소개
아마존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 1위!우루과이 태생의 독일계 유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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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