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2013. 1. 11. 23:00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


솔직히 말하면 오늘의 인용어구는 이것이 전부다. 나는 이 문구를 '10년 12월 뉴욕여행 중에. 뉴욕 지하철의 옆자리 백인여성이 손에 들고 있는 페이퍼백의 책 내부의 상단에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본 것이 전부이다. 나는 사실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 이 한 챕터의 제목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 이 글을 시작하며, 아마존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다.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 A Step-by-Step Guide to Help You Decide Whether to Stay In or Get Out of Your Relationship. Paperback이 맞다는데, 97년 초판에 재고도 17권이라고 하니 이 책이었는지 어느 소설책의 챕터 제목이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상관없다. 이 문구를 눈으로 본 것은 '10년 12월이지만, 선택의 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나의 판단의 기준이 되어 주는 표현이니까.


내게 있어서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의 반댓말은 Equilibrium이다. Equilibrium은 내가 꽤 좋아하는 단어이다. 평형의 상태를 잃고 혼란 속에 있으면 이 단어를 떠올린다. 완벽하고 고요한 균형상태를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마법의 단어 중 하나이니까. "지속가능한 균형상태"의 의미가 강한 Equilibrium과 달리, "일시적인 균형상황"인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가 머릿속에 떠올리면 별로 유쾌하지는 않다. 스스로 이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 행복해 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더" 행복해진다는 것은 현재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니까. 돈이 더 많아지면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이 더더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더 오르면 더 행복해지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성적이 더더 올라야 하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혹시 올A(혹은 올백점)을 맞았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다음번에도 올A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행복에 있어서 "보다"의 개념을 사용할 때는 행복의 소유 개념이나 성취의 개념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행복은 개념적인 것이므로 비교우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의 상태가 되면 생각이 시작된다. 나는 무엇에 만족하고 무엇에 불만족하는가. 이 일시적인 균형 상태는 유지 가능한 것인가. 나는 이 일시적인 균형 상태를 이번에는 묵과할 수 있는가. 등등의 의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야만 다음 단계인 실행의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굳이 이 글을 오늘 쓰는 이유는, 얼마전 지인에게 "나 회사를 옮겨야 할까"의 질문을 받았고 일주일 정도 그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일시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의 상태에 있지만, 그 상태에 있는 것이 편하면서도 그저 불편해서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듯 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회사가 문제가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Equilibrium의 상태에 접어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도시에서 현대인의 삶을 사는데 Equilibrium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늘 시한폭탄 같은 삶속에서 쫓고 쫓기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니까. 그래서 생각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를 옮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회사 생황에 적응하기 위해 chaos 상태에 접어들면서,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그 해답은 본인이 쥐고 있는데 말이다. 


내게는 늘 좋은 성찰과제가 되곤 한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 두고 싶은 주변인들에게 좋은 화두가 되곤 한다. 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