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2012. 11. 26. 23:54


나는 나의 학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기대하지 못한 순간에 상상을 뛰어넘는 좋은 은사님들을 만나, 인문학에, 사회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삶에의 몇몇 키워드를 주셨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하는 잊지 못할 은사님들 중 한 분이 정치외교학과 진덕규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께서는 참으로 잊지 못할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노파심이 아니라, 진정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주신 말씀들이 참 많다. 그래서, 아 그 때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라고 떠오르는 것들이 종종 있고 지금은 이미 그 가르침이 이미 삶의 가르침이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기부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이다.

기부에 관한 이야기는 요즘 많이 이야기가 되지만, 선생님이 이어 말씀하신 내용은 이렇다.


"기부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많은 것을 받았고, 또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에 나가 돈을 벌게 되거든 반드시 기부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기부를 할 때는 꼭 세 가지를 위해서 하십시오. 여성을 위해서, 장애인을 위해서, 그리고 정치를 위해서 하십시오. (여성을 위해서/장애를 위해서 기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신 후에) 왜 정치를 위해 기부를 해야 하냐하면, 여러분들이 정치에 기부를 하면 나쁜 돈을 받지 않아 정치가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부를 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정치가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데다, 이미 이 이야기를 들은지 적어도 13년은 지났으므로 표현이 정확치 않아 좀 아쉽지만, 어쨌든 선생님의 이 말씀은 마음에 남아 종종 생각하게 한다. 


물론 숙제도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가풍이라, 그것은 하고 있었는데, 그것 외에, 한국으로 시집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이다. 


어느 정치 단체에 기부를 해야 하는가는 내게 늘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매년 소득공제를 마감하게 되어 기부금 영수증을 받아들 때면 올해도 정치에 아무런 기부를 하지 못 하고 살고 있음에, 선생님께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기부하는 것이 얼마나 큰 관심을 쏟게 하는지 선생님의 혜안에 놀라면서 또 뚫어지게 정치판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 나는 기부하고 싶은 정치인을 만나지 못해서, 가난하여 꿈꾸지 못하는 빈민국 청소년을 위해 기부하고 있고, 가난하여 꿈꾸지 못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언젠가 이들 중에 정치인이 나와 꿈꾸는 사회를 만들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좋은 정치인이라는 마음이 들게 되면 그가 계속 좋은 정치인일 수 있도록 기부를 할 생각이다. 존경하고 잊지 못할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그래야 한다.


요즘 같은 선거철이 오면 더더군다나 선생님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 종종 선생님의 이름을 검색하여 선생님의 강연록을 읽곤 하는데, 여러 말씀들, 선생님의 마지막 강연록은 언제 읽어도 힘이 되고, 후배들이 더는 그 분의 좋은 가르침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퍼지기도 한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음에 두고두고 감사한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