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ation]2013. 6. 26. 23:03



재미난 우연. 

어제의 서른다섯생일에 관한 글을 쓰고 아침 출근길에 아이팟을 켰더니 이런 가사가 귀에 들린다.



빨간 거 없고 시커먼 내 달력 봐라
생일 같은 거 안 챙겨도 노프라블럼이야



이 노래, 어제 회사짝꿍과 대화하다가 들어보라며 권했던 그 노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그래서 재미난 우연에 힘입어 실없이 노래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사실 삶이 어이없을 때나 누군가 내 인생을 두고 가타부타 이야기할 때 이 두 부분을 듣기 위해 이 노래를 무한반복하게 된다.



내도 니랑 똑같은 인간으로 다녀
삶이라는 이 영화에 내는 그냥 단역
말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한가지여
그저 살아가는 것. 나쁜 마음 안가져



뭐 단역이라는 것에는 꼭 동의할 수 없다. 모두의 인생은 스스로에게는 주역이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대상주기(☞click)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 이외에는 큰 관심 가지고 지켜보지 않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위로와 격려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것은 혹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살아가는 것" 뿐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만의 희망을 잃지 않고 다독여주며 "본인의 모습 그대로" 그저 살아가는 것 뿐이다. 때로 할 수 있는 것이 버티어내는 것 뿐인 시간이 오더라도, 결국은 그저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니까 잘 살아가는 내를 가만 놔 둬
내 앞 날에 신경끄고 니 뒤나 봐라 쫌
니는 내한테 말하지 "그건 너답지 않어"
허이쿠? 그럼 도대체 내 다운게 뭔데?



나도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꺼려한다. 사람이란 한 마디로 규정될 수 없다. 타인이 보는 나는 스스로 보고자 하는 모양으로 결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거창한 계획 같은 것을 가지고 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가진 이미지에 의거하여, 나만의 숨겨지고 거창한 계획이 있을 거라고들 생각한다. 그리고는 본인에게만 말해보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내가 첫 직장을 그만 두고 9개월간 난생처음이자 지금까지는 유일하게 "무소속"의 기간으로 살았을 무렵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무작정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은 너답지 않다. 분명 어떤 계획이 있을 것이니 나에게만 말해봐라'였다. 

그 때부터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타인의 모습을 곧이곧대로 보지 않는다. 스스로 믿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듣고 싶은 대로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나라고 예외는 아니겠지만, 되도록이면 이건 너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스스로가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내는 것 뿐 다른 왕도는 없다. 노래의 후렴구처럼 "한방"이 없을지라도, 삶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그 흘러가는 삶을 속절없이 보낼 이유야 없지 않은가. 서른다섯생일이 엉망진창이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또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하게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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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