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4. 1. 9. 23:23
Sophie' Bibliothek의 애독자임을 자처하는 친구가 "다이어트"라는 주제를 신청해왔다. 처음으로 글신청을 받았기 때문에 마음이 설레이면서도 어떤 이야기를 쓸까 꽤 고민이 되었다. 친구는 다만 "다이어트"로도 글을 써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자칭 애독자친구는 카페라떼에 시럽을 넣어 먹으려다가 종종 나에게 시럽을 빼앗기곤 한다. 살 찐다는 이유인데, 가끔은 "나는 한번도 날씬한 적이 없었다고!"라는 항변을 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 친구는 사실 굉장히 멋지다. 이 친구가 자평한 것처럼 친구는 내내 날씬한 적은 없었지만 본인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옷을 입으며, 말그대로 너무도 아름다운 각선미를 지녔다. 그런데도 내가 시럽을 빼앗는 이유는 단맛은 중독되기 때문이고, (진짜 바보한테 바보라고 절대 놀리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일종의 우리끼리의 장난을 치기 위함이다. 
나는 사실 음식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사랑한다. 커피의 쓴맛을 사랑하고 초콜렛의 달콤쌉싸름함을 사랑하고 데친 양배추의 달콤한 아삭한 맛을, 볶은 양파의 눅진한 달콤함을 사랑한다. 그래서 쌈장없이 데친 양배추에 밥만 싸먹기도 하고, 그리고 그냥 밥만 씹어 먹을 때도 있다. 물론 달콤함도 사랑하는데, 달콤함을 위해서 사탕이나 케잌을 먹으면 되지, 섭취하는 모든 것을 달게 만들어서 알게 모르게 더 단 것을 섭취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 뿐이다. 
다시 친구들 이야기. 나와 애독자친구와 다른 두 친구는 나름 꽤 오래된 친구들이다. 다른 두 친구가 워낙 날씬하기 때문에 나도 이들과 함께라면 보통의 체형이 된다. 혹은 내가 살이 오른 상태라면 '통통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어느날 "나 살이 너무 쪘나봐 통통해졌어"라고 이야기하자, 애독자친구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아니야, 저들이 마른 거고, 너는 날씬한 거고, 나는 통통한 거야" 유레카! 이런 깔끔한 정리라니! 애독자친구덕분에 이제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표준체중이 말그대로 보통의 체중이고, 지금의 나는 표준체중보다 3-4킬로그램 덜 나가기 때문에 날씬한 것이 맞다. 하지만 자꾸만 왠지 더 빼야 할 것 같고, 나는 계속 통통한 것만 같은 것이, 우리 현대인의 숙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도 솔직히 말하면, 사실 나는 현대적인 의미의 다이어트를 하지는 못한다. 말은 통통하니 보통이니 해도 다이어트를 할 에너지 자체가 아깝다.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다이어트인 식습관 관리는 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 살이 찌는 이유는 많이 먹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섭취칼로리에 비해 소모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살이 찐다. 섭취칼로리와 소모칼로리가 동일하면 살이 찌지도 빠지지도 않는다. 당연히 섭취 칼로리보다 소모칼로리가 높으면 살이 빠진다. 덧셈뺄셈의 문제일 뿐이고, 다이어트는 결론적으로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식이조절의 문제이다. 물론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량이 많아지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서 소모칼로리 자체가 높아지는 순기능을 지닌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근육을 만드는 일이 십년전의 상황과는 달라진다는 것을 나는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다.
아니다, 이런 절망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나의 애독자친구는 흑흑흑 할 것이다. "다이어트"로도 글을 써달라고 한 친구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이야기였다. "등산을 두 시간 하고 나면 칼로리 소모가 600킬로칼로리가 일어나는데, 짜빠게티는 한봉지에 650킬로칼로리이므로, 두 시간 등산을 해도 짜빠게티를 먹으면 도로묵이야"의 이야기가 아니라, "짜빠게티를 먹어도 되는데, 그냥 있으면 섭취칼로리가 몸에 저장되면서 살이 찌게 되지만, 등산을 두 시간 다녀오면 칼로리 소모가 완료되니까, 짜빠게티 따위 먹어도 괜찮아"의 이야기였다. 살을 빼려고 마음 먹지 않아도 된다. 다만 섭취 칼로리가 소모 칼로리를 넘어서지 않게 관리만 하면 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다이어트이다. 
그리고, 내가 반드시 지키는 것은 소화되기 전에는 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배가 부르면 잠을 자지 않는데, 어렸을 때 읽었던 전래동화 중에 밥을 먹고 바로 눕는 것이 생활화된 사람이 소가 되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어린 마음에 눕지 않았던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에는 실제로 소화가 안 된 채로 누우면 위가 더부룩해서 싫었고, 어렸을 때는 잘 체했기 때문에 소화가 다 된 다음에 잠들어야 안심이 되곤 했다. 아무튼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소화되기 전에는 잠들지 않는다는 습관이 생겼는데, 어른이 되서 알고 보니, 이것은 굉장히 좋은 습관이었다. 위에도 부담이 없고, 자는 동안 살이 찌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녁에 무엇을 먹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것이 다 소화된 다음에 자야 한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닌 듯 하다, 다만 먹은 4시간 후에 잠들면 된다. 정말로 다이어트는 식습관과 관련되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가끔은 나도 이 규칙을 어긴다. 세 시간만에 잠들기도 하고 아플 때는 먹자마자 누워서 잠들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당장 먹은 것들이 다 살로 가지는 않는다. 물론 반대로 굶는다고 해서 살이 빠지지도 않는다. 혈기왕성하던 이십대초반에야 굶으면 살이 빠지는 시스템이 작동하였지만, 이제 그렇지 않는다. 오히려 몸이 붓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중요한 것은 역시 꾸준함이다. 섭취칼로리가 소모칼로리를 넘어서지 않게 하는것만 지켜도 좋은 다이어트가 된다. 만약에 전날 회식을 해서 늦게까지 과식했다면, 어차피 전날의 섭취칼로리는 소모칼로리를 넘어설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나는 이미 버린 몸이니, 다이어트 따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는 오늘이 있다. 오늘 섭취칼로리가 소모칼로리를 넘어서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전일만 기준으로 생각하면 살이 찌겠지만, 전일과 오늘을 기준으로 보면 0이 된다. 그럼 살이 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식사"가 아니라 "식습관"인 것이다. 장기간의 프로젝트인 셈이다.
다시 친구들 이야기. 당연히 여자친구들 넷이 모이면 다이어트 이야기, 피부 이야기가 빠질리 없다. 그리고 그건 평생동안 우리의 주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바뀌었고, 펑퍼짐한 엉덩이가 미의 상징이던 시대는 끝났다. 게다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의 맛있는 것들을 서울에서 쉽게 맛볼 수 있으며, 더 달게, 더 자극적으로, 더 고칼로리로 음식을 먹는 일은 너무도 쉬워졌고, 무엇보다 이 맛들은 중독성을 지닌다. 미의 상징은 날씬함을 넘어서 마른 단계로 넘어갔는데, 쉽게들 자존감을 확립하면 남들의 판단따위, 마름을 숭배하는 상업적인 시선따위,  초월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닌데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독적인 맛있는 음식들은 너무 많다. 과다 칼로리 섭취는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나 이틀은 눈감아 줘야 한다, 혹은 일주일 동안의 휴가 기간 동안에는 눈감아 줘야 한다. 그렇지만 일상을 사는 동안에는 당연히 칼로리 관리를 해줘야 한다. 어려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덧셈뺄셈을 통해서 먹는 것을 관리하면 된다. 
쓰다 보니, 문득, 또다른 친구의 지적이 귀에 떠오른다. 나는 먹고 싶은 것이 늘 한입씩 이었다. 베니건스 몬테크리스토 한쪽만 먹고 싶다, 탕수만두 하나만 먹고 싶다, 쫄면 한 젓가락만 먹고 싶다, 등등등. 그러면 친구는 한 입만 먹고 싶은 나 때문에 자기들이 살이 찐다고 먹고 싶은 것을 한가지만 고르라고 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양에 대한 식탐이 없다. 가끔 맛있는 직화구이 고기를 먹을 때면 식탐이 등장하긴 하는데 일년에 다섯번을 넘지 않으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비밀은 이런 거다. 나는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치 쇼핑을 듯이, 대부분 참는다. 예를 들어, 나는 팔선생의 찹쌅탕수육도 좋아하고, 가지튀김요리도 좋아한다. 밀가루 단식으로 이제는 먹을 수 없는 연유꽃빵도 좋아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먹고 싶은지는 일년이 되었다. 그런데 계속 생각만 하고 먹으러 갈 기회가 만들어 지길 기다린다. 언젠가는 먹을 것이다, 그러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벼루기만 하다가 실제로 먹고 싶은 것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 세달 쯤 계속 먹고 싶으면 그 때쯤 먹으러 가볼까 생각한다. 사람이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것처럼, 먹고 싶은 것도 즉각적으로 다 먹을 수는 없는 것 뿐이다. 그래서 늘 한입씩 먹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생각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감사히 배불리 먹는다. 설마 한 입만 생각했다고 한 입만 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다음번에 팔선생에 가면 당연히 과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 소식할 것이다. 균형의 문제일 뿐이다. 그것도 장기간의 균형의 문제일 뿐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다. 나의 아름다운 애독자 친구는 지금 외국에서 생활 중이라 나는 그녀의 시럽을 뺏을 수도 없다. 쫄면이나 팔선생은 친구도 먹고 싶어할 것이다.친구를 자극하고 말았다. 다만 친구에게 위안이 될만한 이야기는 이것이다. 
"그대가 가고 7블레스에 또 가서 무사카를 주문했는데, 또 재료가 없어서 만들어주지 않았어, 그래서 나도 아직 못 먹었어..." 


(Image 출처 : 네이버 사전)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