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014. 7. 31. 23:55
벌써 7월 31일.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세월호 이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는 여전히 나만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시간은 스스로를 재촉하여 여름의 한중간 7월말에 도달했다. 마음이 여전히 영화관에 가는 것도, 즐겁게 웃는 것도 꺼려서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깜빡깜빡 하지만, 세상 또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고 있다.
그래, 나는 나의 시간을 살고 있는가. 시간에 끌려 가고 있는가, 내가 시간을 끌고 가고 있는가, 라는 해묵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나는 나만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버릴 수는 없다.


# 인터넷 어디선가 보고 저장해둬서 출처가 명확치 않습니다.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

이 사진, "YESTERDAY YOU SAID TOMORROW" 인터넷 어디선가 봤는데, 우측 하단에 JUST DO IT과 나이키 로고가 보인다. 블로그에도 적어두었지만, 저 "JUST DO IT"으로 인해 우리는 남들은 다 제대로 사는데 나만 제대로 못 사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어 어느 순간부터 피하는 슬로건이지만, 어쨌든 상단 중앙의 "어제 너는 내일이라고 말했지"라는 저 문구만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는 사실 내일로 미루는 일이 없이, 하루하루 밀가루도 끊고, 요가도 대체로 정해진 대로 가고, 운동도 영양소도 균형감 있게 살려고 한다. 정말로 just do it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는 사실 좀 의문이다.
회사에서 하는 멘토링, 나보다 열살 연하의 신입사원이 물었다. "십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당연히 모른다. 십년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십년전의 나는 대학원의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있었는데, 전년도 가을학기가 끝나자마자 교환학생을 가서 겨울을 보내고, 봄학기가 시작한 후에야 한국으로 돌아와서 진도 따라가기 바빴던 숨가쁜 일년을 보낸 후라, 그야말로 체력저하로 잉여의 쉼의 시간을 가졌었다. 그 때의 나는 나의 두번째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십년후에 내가 세번째 직장을 다니고, 판교로 출퇴근하며 살고 있을지에 대해 그 어떤 추측도 해본적이 없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의 나와, 논문을 작성하던 나와, 두번째 직장을 다니던 나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복합체이다. 그러니 십년후의 나도 지금의 나와 또 일년후의 나와 그 시간들을 살아낸 내가 만들어낸 복합체일 따름이다. 무엇이 되겠다는 꿈조차 꾸지 않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나에게 십년후의 모습을 추정하라고 한다면, 여전히 밀가루를 끊고, 요가를 하고, 여행을 가 있는 나를 상상한다. 그래 맞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나는 무엇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도 하지 않고,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도 하지 않고, 그냥 하는 사람이다.
그러고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또 그런 사람도 될 수도 없다. 그저 현재의 시간을 충실히 사는 사람이니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믿고, 그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무엇이 되는 순간을 milestone으로 정하지 않고, 밀가루 끊기를 시작한 날을, 요가를 시작한 날을, 독후감을 쓰는 그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러고 보면, 오늘 우연히 만난 반가운 지인과의 짧은 대화.
나 : 삶에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해요.
지인 : 삶이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야지.
그래, 나의 표현보다는 지인의 표현이 더 수긍이 된다. 삶이, 현재가, 지금이 내 시간이 되고,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야 한다. 과거에 즐거웠다거나, 미래가 즐거울 것이라던가 말고, 바로 지금을 그렇게 살아내야 한다. 사실 그것은 내가 성수대교 사건 이후로 다짐했던 것이다. 여전히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나이지만, 십년후의 내가 세상에 존재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러나, 현재를 살아야 한다... 20년동안 내가 그러기 위해 노력해온 것처럼.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