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이야기]2018. 9. 8. 15:02


바다에 다녀와 샤워하려는데
모래가 떨어져서 내가 샤워기물로 모래를 밀어내자
“엄마가 모래를 싫어하니까 내가 치워줄께”

나는 “우리” 발 아플까봐 그런거야

———

“나는 엄마를 이만큼 사랑해”
하며 팔을 최대한 벌리길래
그 크기만큼 손을 벌리며
“나도 이만큼 사랑해”
했더니 “그렇게 조금 사랑해?”
팔을 최대한 벌리고야 합격

———

이런저런 핑계로 디즈니 리조트에 왔는데
“미키가 움직여”
“미니가 움직여”
여전히 동화가 통하는 나이.
이제 시작인가.



——-

(생일전날) “내일 내 생일이잖아!”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해야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아는 거지”

(생일날) “오늘 내 생일이잖아!”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해야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아는 거지”
“생일인데 케익도 준비해야 하잖아. 그런데 왜 안해?”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야 하잖아!”

엄마도 생일을 아주 많이 좋아해 왔단다!!

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18. 9. 8. 07:46

인스타에 새벽에 올린 글



딸의 세번째 생일.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혼자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고집도 세지고.

3년간 엄마인 내가 수고가 제일 많았다!

As usual 이란 말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아이도 그저 비슷하게 성장 중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abnormal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사회화 과정을 거쳐 그래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저 본인만의 세상을 잘 만들기를 옆에서 지지해 주는 숙제가 남음. 어렵고 중요한 것.

그저 나의 레쥬메를 보면 나는 꽤 범생이 인생을 살았지만
사실 나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많이 읽고 싶어서 혼자 속독 연습을 했고
구구단을 외우기 싫어서 (단순암기 자체를 못 하는 캐릭터) 빨리 더하거나 규칙을 찾아내는 데 몰두 했으며
한번 빠지면 더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 3때 수학선생님이 불러다가 이제 그만 수학공부를 하라고 했고
대학4년간 도서관 책 400권쯤 읽을까 했는데 졸업할 때 보니 그 정도 읽긴 읽었더라. (내 책 제외)

그게 반항 같은 거였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내 엄마는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냥 그게 나다운 캐릭터다.

자녀를 잘 키워야 한다며 가두리 양식하려는 직장동료를 보면 나는 사실 이해를 잘 못 하며 (그 동료가 늘 아이가 자유롭게 크길 바란다고 해서... 그건 자유가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

자녀가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잘 크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자 숙제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 그녀의 인생에서 그녀가 존재/인간의 소중함을 알고 호기심을 기지고 살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임신 했을 때 매일 기도도 그렇게 나왔었다)

아이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36개월을 이제 채웠다.
아이도 중요하고,
하지만 나도 중요하게 다시 내 삶의 몰입도를 높이려고 한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내가 제일 고생이 많았다.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뭐 내가 한 거라고는 결국 기도 뿐일지도 모르지만!

(자녀가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인 친구가 내게 대원외고 나온 학부형들은 자기들이 공부한 path가 있어 커리큘럼을 잘 짜더라며, 내게 너도
사실 나는 그럴 때라고 말한 게 얼마전인데 구구단도 안 외운 내가 구구단을 안/못 외우고도 수학을 잘 하는 방법을 전파해야 하나... 나름 수학과외 8년의 경력으로...?!
농담이고 나는 사실 그런 커리큘럼 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내가 그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는 문제)

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18. 2. 7. 06:27

직장선배가 내게 아이를 키우며 더 담대해도 된다고 했다. 그 분의 남편 정도면 그래도 된다. 세상에 없는 캐릭터다. 우리가 아이 아침을 차려주고 부인 과일을 싸는 남편과 살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사실 어쩌면 그 담대함이란 개인적인 것이다. 어느 측면에서는 내가 더, 어느 측면에서도 내 동생이 더. 누구나 어딘가엔 집착하고 어딘가에는 느슨하다. 모든 것에 집착하면 그 사랑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이제 29개월 우리 아기는 잔병치레가 잦다. 어렸을 때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우리 아가 귀여운 아가.

늦잠 자고 일어나 놀이학교 가도 되는데 엄마가 회사 가야 되서 아침잠에 곤히 빠져 있는 걸 보면서도 깨운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그게 태어나 부터의 아기의 환경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마음을 먹는다.

마음이 약해지는, 겨울감기가 잦은, 요즘이다.

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18. 1. 2. 02:26

언젠가 친구들 모임에서 자녀에게 꼭 해주는 메세지가 있냐는 질문을 공통으로 받았다. 이 친구는, 아들의 영원한 사랑은 엄마. 이런 메세지를 주는 지인이 있다는 예시를 들며, 친구들의 경우가 궁금하다고 했다.
나는 우리에게 두 가지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하나는 존재에 대한 믿음, 또 하나는 신앙이다.

신앙은 간단하다. 언제나 같은 기도를 한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한 후에, 같은 기도를 한다. 그 중 한 문장은 “아기 예수님, 항상 우리와 함께 하여 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지켜주소서” 이다. 내 삶에서 항상, 어디서든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스위스에서 미사를 볼 때 스페인에서 미사를 볼 때 이태리에서 미사를 볼 때 미국에서 미사를 볼 때 제주도에서 미사를 볼 때 “평화”를 서로 빌어주는 신자들에게서, “아멘”이라고 대답할 때는 감격 속에서 늘상 보호받고 있다는 점을 안다. 나는 그 느낌을 우리에게도 주고 싶다. 그래서 대부분 소리 내어 기도를 하지만 잠이 들려고 해서 내가 마음 속으로 중얼 거리면, “엄마 왜 오늘은 (기도 문구를 중얼거리며) 오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을 안 해요?” 라고 한다. 그럼 나는 신나서 또 기도를 한다.

존재에 대한 믿음은 결국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야 사랑해
우리야 엄마가 우리를 좋아해
우리야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우리야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야”
라고 매일밤 말해준다.
우리는 “나도. 나도 엄마 사랑해. 나도 엄마 좋아해.”라고 하다가 (종종 내가 혼내거나 같이 안 놀아주면 “우리는 엄마 많이 좋아하는데 엄마는 우리 조금만 좋아해”라고 하기도 한다)
최근에 “우리엄마도 소중한 사람이야”라도 말해줄 때 내가 위로 받는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아주 큰 존재가 되고 있다.

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17. 12. 29. 09:28

우리가 독감에 그끝에 감기까지 아팠다. 아직 완료형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엄마만 보면 놀고 싶다. 놀고 싶어서 잘 수가 없다고 한다. 아가들에게는 현재형만 있으므로 잘 수 없을 것이다. 내일 해뜨면 으로 미뤄지는 미래는 정말 내일 해뜨면 바로 현실이 되는 아주 짧은 미룸. 일 뿐이다.
그래서 밤에 지금 자야해. 라고 하면 못 들은 척 하다가 혼나곤 한다. 우리를 달래는 두 가지 효과 있는 문구는 예슬이처럼 크려면 (놀이학교의 같은 반에 가장 키큰 아이) 혹은 감기 안 걸리려면 이다. 감기에 안 걸려야 기차마을도 보러 가고 카페도 가고. 등등의 이야기등을 한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는 말했다.
“나는 우리 좋아하는데, 엄마는 우리 안 좋아해”
“엄마는 우리 안 좋아해. 우리는 엄마 좋아하는데”
엄마랑 놀고 싶은데 엄마는 자라고 화내니 그렇다는 말.

그러고 보니 그렇다. 부모에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라는 말이 강요가 되면 그건 폭력이다.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우리에게 이미 그건 강요였나 보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이 되고 있다.

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17. 10. 17. 19:00

24개월말에 처음으로 해외를 다녀왔다. 물론 본인의 좌석이 있었다. 나이먹은 엄마는 좌석 없이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나갈 마음이 없었기도 하고, 소심한 엄마는 두돌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환기란 되지 않는 비행기에 태울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자기 좌석을 차지하는 24개월이 되어서야, 해외에 다녀왔다. 

해외라는 것이 의미가 있나. 어차피 공항에서 리조트로 들어가서 공항을 가기 위해 나올 때까지 단 한 번도 리조트를 떠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수영하고 바다에 다녀와서 또 수영하는 단조로운, 하지만 아이에겐 너무나 신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런 말을 했다. 

"누가 하늘에 공을 걸어놨어요?" - 낮에 나온 달을 보고 한 이야기.

"아저씨가 맘마를 방으로 갖다 준대요" - 룸서비스 메뉴. 그래서 호텔가이드북을 열어서, "음, 이건 할머니꺼고, 이건 할아버지 꺼고..."를 말하게 됨.

"저 신발 벗었어요" - 아이가 작아서 놀이터 미끄럼틀 탈 나이가 되었는지 물어본 다음에 놀 나이가 되면 신발을 벗어라라는 대화를 그전날 나눴는데, 그 다음날 또 다시 같은 방식의 아이가 몇 살인지 묻는 질문을 받자마자, 자기 발을 가리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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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는 재미난 표현들은 사실상 부모로부터 전해진다. 어른의 언어를 아이가 해서 재미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그 언어는 부모로부터 오는 것이 많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새삼 인과관계나 일의 순서를 상당히 중시여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이 뜨거워서 그래.(식으면 먹겠다는 이야기)"

"책을 보려고 그래. 책을 보고 나서 신발을 신을 거야" (그리곤 신발을 꼭 정해진 장소에서 신고 벗어야 한다. 내가 언젠가 그 의자에 앉히고 여기서 신발을 벗을 거야 라고 한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엄마가 회사에서 돌아와서 할아버지/할머니 집으로 데리러 와야 우유를 사러 갈 수 있는 줄 아는 아이, 

아침에는 본인은 토끼차를 타고 엄마는 회사에 가야 하는지 아는 아이, 

해가 떠야 놀이터에 갈 수 있는 줄 아는 아이. 

엄마만 토끼 볶음밥을 만들어주고, 곰돌이 볶음밥을 만들어주는지 아는 아이. 

아이가 (나와 같은) 애어른이 되지 않기를, 나는 바라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본성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아이는 애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미안하다. 


"엄마 미워" (엄마가 구석에서 시무룩해 하자) "엄마 마음이 아파?" "엄마 이제 안 미워요" (엄마가 중간에 대답을 빨리 안 하면) "엄마 이제 안 미워요"라고 말하는 그런 아이, 우리. 


엄마가 옷장으로만 가면 "엄마 뭐해요?" "엄마 옷 갈아 입어요?" "엄마 어디가요?" "엄마 우리 어디가요?"하고 물으며 자꾸만 눈치 보며 전전긍긍하는 그런 아이, 우리. 


  

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17. 9. 21. 17:26

전략보고서 하나를 쓸 일이 있어 (작년 8월 복귀 이후로, 반기별로 전략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다. 올 하반기 전략 보고서는 이상하게 네버엔딩이 된 기분...) 약 3주 정도 집에서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근무를 하였더니,

지난 주말에 24개월 딸이 그릇을 쌓아놓고는 케익이예요. 엄마 보세요. 하더니 바로 안 보니까 엄마가 안 본다 하면서 고개를 떨군다.

어느 날인가, 같이 있어요. 누워요 여기. 라고 한다.

화요일에 엄마가 이따가 데리러 갈께 하고 놀이학교로 데리러 갔더니, 너무 좋아서 웃지도 못 하고 와서 안긴다. 하루 종일 오늘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어젯밤부터 토하고 설사하고. 오전에는 내가 보고 오후에는 엄마한테 맡기고 출근. 힘겹게 손흔드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같은 신파는 아니다. 그냥 내 삶과 엄마의 삶 사이의 밸런싱은 원래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딸의 입장에서는 엄마는 엄마일 뿐. 회사에 가는 엄마는 섭섭한 엄마이니까. 딸이 언젠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건 그냥 딸의 몫이다. 그냥 이번에도 그녀가 이겨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을 응원하는 것이 내가 해주겠다고, 내가 엄마가 되기 전부터 생각해 온 일이니까.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원래부터 없으니까... 누군가 엄마를 대신해 줄 수도, 누군가 그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으니까.

나는 그저 그녀를 응원할 뿐이다. 힘을 내, 우리딸!

Posted by Sophie03
[우리엄마이야기]2017. 7. 26. 19:30

22개월 아이가 어느 순간 본인의 이름을 말하며 "우리(태명) 바빠, 우리 바쁘다"라고 했었다. 나는 아이에게 바쁘다 라는 말을 최대한 안 하려고 하는데, 아이가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는가에 대해 약간 궁금해 했었다. 

조금전에 우연히 걸려온 엄마(우리의 외할머니)의 전화 속에서, 엄마가 "엄마가 바쁜가 보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나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고, 전화 너머의 아이는 "엄마가 끊었어?"라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아마도 우리가 엄마를 찾을 때마다, "엄마는 회사에서 바쁘다"라고 이야기 했지 싶다. 

엄마에게 언제라도 전화해도 된다, 바쁘면 못 받거나 빨리 끊지만, 그래도 언제든지 전화해도 된다. 라고 이야기 해줘야 겠다. 우리의 엄마가 일하는 엄마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이의 숙명이지만, 언제든 전화하면, 최선을 다해 받는 엄마를 둔 아이였으면 좋겠다. 그저 바쁜 엄마로만 기억되기는 싫다. 뭐 그런, 여름저녁이다.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