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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27 [Sophie' Library] '타인의 삶'과 '나를 위한 책' 1
[Library]2013. 4. 27. 22:57





'타인의 삶'이 재개봉했을 때도 시간을 맞추지 못해 보지 못하다가, OTA 서비스('hoppin')의 도움으로 휴대폰 화면으로나마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문학을 공부하면 역사/문화/문화사를 함께 공부하게 되는데, 독문학을 공부하면서 늘 주목했던 시간 중 하나는 동독의 시간이었다. '책읽어주는 남자'(영화는 The Reader로 개봉되었던)의 한나의 이야기로 대변되는 동독의 시간. 이후로도 많은 작품들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동독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터널과 같은 그 어두운 시간들.





타인의 삶 (2013)

The Lives of Others 
9.4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
울리히 뮈헤, 세바스티안 코치, 마르티나 게덱, 울리히 터커, 토마스 디엠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독일 | 137 분 | 20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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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도 동독의 시간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예술가의 시간이 아니다, 비밀경찰의 시간이다. 비밀경찰의 어두운 시간에 아슬아슬한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시간들의 이야기이다. 그 단초는 브레히트의 시이다.







9월 푸른 빛 달이 뜨던 그날

자두나무 아래서

그녀를 안았네

조용하고 창백한 나의 그녀를

마치 아름다운 꽃처럼

우리 머리 위로 펼쳐진

여름 하늘

구름이 내 눈길을 사로잡네

하늘 높이 떠있는

하얗디 하얀 구름

눈길을 돌렸을 때

그곳에 없었네.




시의 1연을 주인공이 소리내어 읽는다. 주인공의 눈빛과 영혼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였을 것이다. 주인공의 외로움이 보여지고 인생의 단조로움이 보여지고, 우직하고 충직하기에 더 섬세하게 흔들리게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면서도 감동을 준다. 예술이 주는 위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술가가 연주하게 되는 'Sonate vom guten Menschen'(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를 도청장치를 통해 들으며 주인공은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비밀경찰이 예술의 비밀조력자가 되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영혼이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진정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동독이 무너지고, 비밀조력자의 존재를 알게 되고서도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은 예술가도 아니고, 기득권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주인공 때문도 아니다. 'Sonate vom guten Menschen'(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 소설을 발간하고 헌정사에 고마움을 표현한 예술가와 그 책을 구매하면서 "Für mich"(나를 위한)라고 말한 주인공의 한마디 때문이다. 







아마도 감독이 '타인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예술은 인정받고 이해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것'이였을 것이다. 삶의 무게로 인해 완고해진 나의 마음을 흔들어 주는, 어두워진 나의 세계에 흔들리는 한 줄기 빛을 넣어주는, 그 사소함이 언제나 우리를 구원한다,는 단순명료한 진리를 이야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브레히트의 이 시, 결국 이 모든 것은 이 구름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영화, 참 적절하고 마음 시린 그런 작품이라, 널리 널리 추천하고 싶어진다.




ERINNERUNG AN DIE MARIE A.


Bertolt Brecht

 


1

An jenem Tag im blauen Mond September

Still unter einem jungen Pflaumenbaum

Da hielt ich sie, die stille bleiche Liebe

In meinem Arm wie einen holden Traum.

Und über uns im schönen Sommerhimmel

War eine Wolke, die ich lange sah

Sie war sehr weiß und ungeheuer oben

Und als ich aufsah, war sie nimmer da.

 

 

2

Seit jenem Tag sind viele, viele Monde

Geschwommen still hinunter und vorbei.

Die Pflaumenbäume sind wohl abgehauen

Und fragst du mich, was mit der Liebe sei?

So sag ich dir: Ich kann mich nicht erinnern

Und doch, gewiß, ich weiß schon, was du meinst.

Doch ihr Gesicht, das weiß ich wirklich nimmer

Ich weiß nur mehr: ich küßte es dereinst.

 

 

3

Und auch den Kuß, ich hätt ihn längst vergessen

nicht die Wolke dagewesen wär

Die weiß ich noch und werd ich immer wissen

Sie war sehr weiß und kam von oben her.

Die Pflaumenbäume blühn vielleicht noch immer

Und jene Frau hat jetzt vielleicht das siebte Kind

Doch jene Wolke blühte nur Minuten

Und als ich aufsah, schwand sie schon im Wind.

                   


마리아 A에 대한 추억


베르톨트 브레히트


푸르렀던 9월의 어느 날

어린 자주나무 아래에 말없이

그녀를, 조용하고 창백한 사랑을

사랑스러운 꿈 같이 나의 품에 안았다.

우리위의 아름다운 여름하늘에는

내 눈에 들어온, 아주 하얗고 아득히 높은 구름이 있었고,

내가 올려다 보았을 때, 이미 거기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많고 많은 달들이,

소리없이 여기저기로 지나가버렸다.

그 자두나무들은 아마 베어져버렸을 것이고,

너는 내게, 사랑은 어찌 되었나 묻고 있는가?

그럼 나는 네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분명히, 네가 의미하는 바를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나는 확실히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내가 그녀에게 키스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키스도, 그 구름이 없었다면,

오래전에 잊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 항상 구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구름은 아주 하얗고 위에서 내려왔다.

자두나무들은 아마도 여전히 그곳에서 꽃을 피우고,

그 여인은 어쩌면 7번째 아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구름은 몇 분동안 피어올랐고

내가 올려다 보았을 때, 이미 바람에 사라져버렸다.


(translated by Sophie03, 영화속 자막의 해석이 무언가 이상하여 번역을 시작했다가 끝까지 하게 되었다. 블로그들에 해석들이 올라와 있지만, 하는 김에 끝까지 해석하였으므로 정확성은 절대 보장할 수 없음)








책 읽어주는 남자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출판사
세계사 | 1999-01-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특이한 사랑과 가슴 아픈 과거에 대한 추리소설 같은 소설책.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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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