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이야기]2020. 4. 14. 02:12



동생이 같은 단지로 이사왔고 동생의 딸 B는 우리와 같은 유치원에 입학 예정이다.
코로나 여파로 B는 외갓집에서 평일을 지내고 있고 종종 우리집에 와서 점심을 먹거나 저녁을 먹거나 오후에 놀거나 한다.
막 다섯살이 된 B는 요즘 다섯살 고집쟁이로 살고 있는데...

Episode 1

우리언니라고 안 하고 우리라고 불러서 어른들이 우리언니야 라고 하는 걸 듣더니 우리가
“그냥 우리라고 불러도 돼”
B는 자신만만해져서 “우리야 우리야 너가 이거해” 이러고, 간식 주면서 우리부터 주면 “왜 우리 먼저 줘?” 그러고, 그러다가 자기가 불리한 상황이 오면 나는 아기라서 잘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왜 우리라고 부르라고 했냐고 하니 “응 B는 나보다 한살 어려서 잘 몰라서 그래”

Episode 2

B가 물을 마시다가 물을 쏟았다
순간 눈치 보는 B
“B야 걱정하지마 우리집은 쏟은 사람이 닦는 거야. 우리야 B한테 걸레 좀 갖다줘”
우리가 갖다준 걸레로 열심히 바닥을 닦는데,
미래 보러 집에 오셨던 아빠가
“B가 바닥을 정말 잘 닦는구나”
하던 일을 멈추더니
“그런데 나 집에서는 이런 일 안 해”

그 후 뭔가 닦은 휴지를 자연스레 내게 가져오는 B에게 “쓰레기통에 직접 가져다 넣어” 하고 말해 줌

Episode 3

B : 우리야 너가 엄마하고 나는 아들할께
우리 : 너 엄마하면 일 해야 해서 아들 한다는 거지?
B : 응 나는 일하는 거 싫어
우리 : 그럼 엄마가 다 해 주는 게 좋아?
B : 응 엄마가 다 해 주는 게 좋아
우리 : 엄마가 다 해 줘서 아픈 게 좋아?
B : 아니 (딴청) 우리야 빨리 엄마 해

Episode 4

놀이터에서 잠깐 만난 B가 자기가 하자고 하는 걸 우리가 안 들어주자 짜증을 짜증을...
우리가 자기 마음대로만 한다고... 아니 놀이터에서 무슨 자기가 정한 패턴으로만 해야 하나...
(우리 집에서 놀어와서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그렇게 해서는 전략적으로 아무 것도 못 얻는다는 걸 모르는 다섯살 막무가내. 특히 우리집에서는 그러면 국물도 없어서 우리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
“우리야 시소 타고 저거 해 줄 수 있어?”
물어보면 우리는 시소 좀 타다가 놀아주러 가던데. 집에 와서 씻고 머리 땋아주다가
내가 B가 자꾸 짜증낸다고 했더니
우리왈
“B는 나보다 한살 어려서 모르는 게 많고 못 하는게 많아서 내가 같이 해주면 돼 아까도 모르는 애가 따라오니까 B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그 애도 같이 놀고 싶은 거야
우리집에서는 내가 B를 제일 잘 알지? 그러니까 B를 내가 잘 도와주면 돼”

속 깊고 다정한 우리
이토록 멋진 우리 딸 우리!

Posted by Sophi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