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김수영
나에게 30원이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대견하다
나도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 대견하다
무수한 돈을 만졌지만 결국은 헛 만진 것
쓸 필요도 없이 한 3,4일을 나하고 침식을 같이한 돈
- 어린 놈을 아귀라고 하지
그 아귀란 놈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집어갈 돈
풀방구리를 드나드는 쥐의 돈
그러나 내 돈이 아닌 돈
하여간 바쁨과 한가와 실의와 초조를 나하고 같이한 돈
바쁜 돈-
아무도 정시(正視)하지 못한 돈 - 돈의 비밀이 여기 있다.
<1963.7.1>
김수영은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처음 좋아하기 시작한 시인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풀>을 읽고나서 좋아하기 시작했다. 오늘 지인을 만나 이야기 하다가 <풀> 이야기를 하고는 집에 돌아와 김수영 전집을 뒤적이며 읽다가 이 시를 읽었다. <돈>
지인과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 현대 사회의 복잡성, 방관적 구성원, 보이지 않는 가해자와 피해자
- 사상 및 논리적 사고의 결여의 지속
- 먹고 살기의 급급함
- 한국이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고, 일본이 전자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 미국은 돈을 만들어 수출했다는 우리끼리의 우스개 소리가 진짜 였음을 확인하게 된 백금동전 이야기
물물교환의 시기를 거쳐 소금이 화폐의 역할을 하던 시기를 거쳐 동전이 주조되던 시기에는 이런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을, 돈이라는 상징적인 존재, 결국은 오늘 대화의 핵심이었나 생각을 하며 옮겨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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