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hie' Book] 지금 이 순간 _ 기욤 뮈소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후에 반차를 쓰고 이틀간의 아이의 낮잠 시간에 휘리릭 읽었다. 여름에는 역시 스토리가 휘리릭 굴러가는 소설이, 청량감 좋은 샴페인처럼, 잘 어울리나 보다 생각한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나는 전작주의자이고, 모든 작품을 읽(고 소장하다가 요즘은 그냥 빌려 읽을 수 있는 책은 빌려 읽는다.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가 있다)는기욤 뮈소를 오랫동안 읽어오고 있는데, 중간에 약간 힘빠지고 재미없더니, 최근 몇몇 작품은 다시 재미있다. 지금 이 순간을 읽다가, 어머나, 기욤 뮈소의 구조가 훨씬 탄탄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여행자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순차적으로 하루가 일년인 남자라, 주변인들에게는 "사라지는 남자"인 아서의 이야기이다. 더 자세하게 쓰면 그냥 모든 스토리가 드러나게 되고... 하지만, 제목은 "지금 이 순간"이다. 일년이 하루 24시간인 남자 이야기의 제목이 지금 이 순간이다. 어쩌면 그 제목에서 허를 찔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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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9
시간은 속임수를 쓰지 않고도 매번 승리를 거두는 탐욕스러운 노름꾼임을 기억하라! 시간은 곧 법이다.
고교 시절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공부했던 보들레르의 식구가 이토록 구구절절 와 닿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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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1
"아버지가 왜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이제 조금이나마 해답을 얻었죠.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게 되면 허약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피했던 게 아닐까요? 저도 자식을 갖게 되는 순간 깨달았어요. 누구나 자식을 낳게 되면 혹시라도 잃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죠. 자식이 생기는 순간, 우리가 평생 쌓아올린 요새는 힘없이 무너져버리죠. 완전히 무장해제가 돼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할 경우 직접적으로 공격할 필요조차 없죠.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허약한 존재일 수밖에요."
어느 틈에 안개가 자취를 감춘 대신 아침 햇살이 머리 위로 따사로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남들처럼 허약해지는 걸 거부했죠. 혼자서 늘 난공불락이고자 했어요. 혼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유롭길 원했던 거죠. 내 분석이 전혀 틀리진 않았죠? 아버지는 약자의 위치에 서고 싶지 않아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았던 거죠. 아버지는 결국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았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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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7
누구에게나 내면에 두 명의 개인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진짜는 상대방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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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0
밤, 아무도 없다. 그것이 그의 지평선이었다. 그는 혼자였다. 혼자라는 말의 동의어는 죽음이다.
-빅토르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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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9
"글쓰기는 삶을 미리 살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해 개성 있는 인물들을 창조해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를 글을 통해 구현해내기도 하죠. 글쓰기는 언어를 수단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문장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고유한 리듬과 호흡을 살려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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