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Sophie' Story] Good bye, my friend!

Sophie03 2023. 2. 20. 15:25

살기 위해 글을 쓴다면, 2022년 내 친구의 영면을, 기록해둬야 한다. 우리의 우정을 위해, 남겨진 나를 위해. 

친구가 아프다고, 연락온지 일년쯤 되는 날, 그의 와이프에게 새벽에 연락이 왔다. 

마지막 인사를 남기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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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아. 

너의 친구여서 늘 감사했어. 

늘 내게 “그런 일 쯤 아무 것도 아니다”며 
내게 일어난 일들도 
네게 일어난 일들도 
툭툭 털라고 말해주는 존재여서 고마워. 

너와의 길었던 우정이 너무 짧게 느껴져. 

네가 ㅈㅇ씨를 만나고 가정을 이루고 세 자녀들의 아버지가 되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은근슬쩍 나의 롤모델이 되어 주었어. 
하느님께서 보시면서 참 좋아하셨을 거야. 

오늘 세례를 받는다고 ㅈㅇ씨가 말해 주었어. 하느님께서 그동안 너를 많이 사랑하시고 아껴주시고 보살피셨을 거야. 그리고 이제 그 사랑을 편안히 받으렴. 

내가 큰 도움이 못 되서 미안해. 너를 보러가지 못 해서 미안해. 내가 네 좋은 친구가 되어 주지 못 해서 미안해. 

그래도 ㅈㅇ씨에게 미약한 도움이라도 필요하면, 작은 기도라도 필요하면, 내게 연락하라고 말해줘. 내가 늘 네 사랑스러운 가족을 위해 기도할께. 

하느님께서 하느님만의 놀라운 기적을 마련하실 거야. 이제 아프지 말고. 

이렇게 빨리 널 데려가신 건 내가 원망할께. 인간의 기적을 계속 기도했는데 하느님께서 더 큰 계획이 있으셨나봐. 하느님께서 너를 빨리 곁에 두고 싶으신가봐. 너를 빨리 아버지와 만나게 해주려나 봐.

너의 친구여서 행복했어. 감사했어.
늘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너를, 함께 남산을 웃으며 오르던 그 시간을, 내가 삼성전자 다니며 힘들어 할 때 같이 먹던 그 점심을, 헛소리를 툭툭 할 수 있었던 그 티타임을, 늘 감사해. 쓰다보니 역시 너와의 에피소드들이 많아. 많은 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해. 

내 친구 조영준을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심부인님이 오해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인간적인 사랑! )

오늘 세례 잘 받아.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나자.  (202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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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틀뒤

영준아 

너를 만날 수 없어서 무작정 성당으로 왔어. 
어디든 성당은 늘 내 은신처이지. 

무섭거나 두렵거나 외로울 때, 
나는 내 손바닥에 작은 성호를 그으며 
“주님 저와 함께 하여 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지켜주소서”라고 기도해 왔어. 그 작은 성호가 내게는 늘  보호막이었어. 

오늘 성당에 앉아서는 내내 되뇌인다. 
“하느님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조영준 토마스를 고통 받지 않게 하소서. 
아기 예수님 조영준 토마스와 함께 하여 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지켜주소서. 
성령님 조영준 토마스에게 임하시어 성령으로 보호하소서. 
성모님 조영준 토마스가 덜 아프도록 기도해 주세요”

영준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것 뿐이라서 미안해. 너는 내내 내게 넘치도록 좋은 친구였는데 나는 성당에 앉아서 기도 밖에 해주지 못 해서 미안해. 

너의 고통이 부디 줄어들기를 
너의 아픔이 부디 잦아들기를. 
ㅈㅇ씨의 마음이 조금만 아프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해. 

ㅈㅇ씨가 내게 너무나 담대하게 카톡을 보내서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더라. 
너의 좋디 좋은 심부인의 마음이 조금만 아프기를 또 인간적으로 기도해 본다. 

영준아 조금만 아파라. (2022/8/16)

그 오후에 내 친구는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친구가 겪었던 어이없던 어려움의 순간이 거의 끝나가던 무렵 친구에게 받은 카드
친구의 장례미사를 하던 새벽의 하늘. 맑아서 좋았다. 그날오후엔 비가 쏟아졌다. 친구의 죽음을 하늘도 슬퍼하는 것처럼...
잘가, 내 친구.

 

9월1일 오늘 날이 너무 좋아서 점심에 갑자기 뒷산에 다녀왔다. 그간에는 비도 오고 아이방학과 친구를 보내며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하늘은 가을 하늘이었다. 
물론 생각을 했다. 봄이며 가을에는 최근 몇년간 영준이와 남산 타워든 공원이든 과학관이든 걸어다니며 날씨를 만끽했다. 내가 산을 데리고 가든 언덕을 데리고 오르든 보폭을 맞춰 걷으며 수다 떠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래서 이런 하늘이 시작되면 “너 이번주에 언제 출근하냐” 말을 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과였다. 그래, 이제 그럴 수가 없구나. 
그런데 나는 봄이고 가을이고 또 남산을 다니고 뒷산을 다닐 거다. 그게 나다운 거다. 그게 영준이가 아는 안소연다운 거다. 
오늘 산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도 했다. 영준이의 발병을 알고 “영준이가 먼저 상황을 알려줬을 친구” 몇을 생각해 내서 연락을 했었다. 다 고등학교 친구들이지만 늘 영준이가 매개였던 친구들인데, 최근 일년간은 영준이가 없는 대화창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사망소식을 서로 전하고 장례를 마치며 영준이가 우리에게 서로를 남겨줬네. 그동안 같이 걱정해주고 아파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서로에게 했었다. 그런데 오늘 내가 심부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것은 영준이의 빅피쳐였구나 생각했다. 내게 많은 남자친구들이 있지만 이런 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와이프는 사실 거의 없다. 그게 뭔가 내가 경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인데, 심부인과 내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오랫동안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했는데 그것도 영준이 덕분이었구나. 그래서 나는 지금 영준이의 남은 가족의 걱정을 마음으로만 하는 게 아니고,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구나. 그러고보니 그런 게 영준이 다운 거였다. 영준이에겐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도 내가 한명의 친구였고 또 한명의 가족이었구나 싶은 거. 새삼 느끼는 산책길이었다. 

그래서. 8월 내내 마음속의 goodbye를 내내 이곳에 쏟아내며 (일기장에 써야하는 이야기들을요…)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오늘 9월 1일 산책을 하며 한번 안소연 다움을 생각했고, 또 늘 함께 하는 나의 고딩친구들과 오늘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하다가, 일상을 살아가자 다짐하였습니다. 또 언젠가 주저앉아서 그리워 하겠지만요. 
그간 저를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중얼중얼 거립니다. 이럴 때면 내가 늘 떠올리는 구절입니다. 

Life has got to go on. 
No matter what happens, you've got to keep on going.
 (The streetcar named desire)

친구가 있는 곳...

우리동네 뒷산 등산길에, 21년 여름 친구의 발병 소식을 처음 듣고 많이 울었던 장소가 있다. 원래는 한강뷰를 보며 쉬는 장소였는데 그날은 그곳에서 많이 울었다. 이후로 그 곳에서 나는 쉬지는 못하고, 그 장소를 지날 때마다 화살기도를 한다. 친구의 쾌유를 빌었었고, 친구의 고통없는 시간을 위해 빌었었고, 이제는, 친구의 영면은 사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의 와이프와 자녀를 위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라서. 나의 개인적인 상실은 그저 인생의 친구를 잃은 것이지만, 자녀들에겐 좋은 아빠를, 그의 와이프에겐 좋은 동반자를 상실한 것이니, 그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게 된다. 

이영춘신부님을 2012.2.3일에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는데, 내 친구를 2022.8.16일에 하늘나라로 보냈네...

내가 많이 의지했었던 두 분이 나의 힘든 시기에 늘 밥 한끼 함께 해 주려고 해줬던 두 분이 서로 일면식은 없지만 하늘나라에서 자연을 벗삼아 즐거이 쉬고 계시길. 분명히 술 한 잔, 커피 한 잔, 즐겁게 나누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두 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