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래엄마이야기]

[우리엄마 이야기] 잘 자라주기를

Sophie03 2019. 9. 18. 15:18

#그냥갑자기
난 사람의 변화는 오직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잔소리를 잘 하지 않는다
아이도 그렇게 자라나길 선호한다. 그런데 문득 잔소리 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화들짝 놀란다 (밥 먹기 전에 간식을 못 먹게 하는 거나 열시반 이전에는 잠들게 하는 건 예외. 잘 먹고 잘 자야 감기에 안 걸린다. 나를 닮은 건지 그렇게 건강체는 아니라서) 이제 다섯살이 되어 고집이 세지니 갈등이야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이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
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걸 도와주는 거라고,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아니고 책 읽는 걸 도와줄 뿐 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내가 잔소리를 듣는다고 변화하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나 아닌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때로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게 만드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그런데 사실 나도 모른다. 나는 기질이 책을 좋아하고 아무리 시끄러워도 아무리 지저분한 책상에서도 책을 펼치면 글자만 보인다. 나의 부모가 책을 많이 읽으라고 다그치지도 않았고 책읽는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부모의 모범은 신앙이다)
자라고 해도 책을 읽었고 공부하라고 해도 책을 읽었다. 마흔둘 나이가 되서도 여전히 소설책을 사회과학책을 철학책을 역사책을 읽는 건 나만의 오래된 습관이다.
지금은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책을 낚아채서는 자기가 스토리를 만들어 읽어주는 딸 때문에 많이 읽지는 못 해도 책을 늘 곁에 두고 산다.
딸은 책을 좋아하는 건지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즐기는 건지 암튼 내게 책을 읽어달라고 오래 요구한다 하루 30분 기본. 얼마전엔 새벽잠을 깨서는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새벽에 한시간반동아누8권의 책을 읽었다. 영어책도 늘 한국말로 읽어달라고 해서, 팔자에 없는 동화책 번역도 한다. (나는 영어 문장을 읽을 때 한국말로 번역해서 이해하는 습관이 없어서 이것은 내게 하나의 챌린지) 그러다가 할머니나 사촌동생에게 그 책을 열고 자기가 기억하는 그 스토리에 본인만의 색을 가미해서 책을 읽어주곤 한다. 뭐 그걸로 되었다.
다만 내가 지겨워서 책을 다채롭게 구비하게 된다. 또한 전통적인 성정체성을 강요하는 책들은 은근슬쩍 서가에서 제외된다. 또한 한창 공주에 빠진 따님에게 다양한 시각을 가진 책을 찾아 읽어주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 동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변모하기 전의 설화는 이야기해주지 않지만 언젠가 꼭 말해줘야지. 사실 신데렐라의 새 언니는 유리구두를 신으려고 발을 잘랐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새언니는 새언니만의 길이 따로 있어 이런 거. 맨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만이 저주를 푼다는 그런 이야기는 정말 지겹지 않나)
암튼 결론적으로 나는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게 하는지 모른다. 책을 많이 읽으면 논리적인 사고가 되는 건 아는데, 그것 또한 어떻게 만들어주는지는 모른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그 시간동안 내가 지겹지 않기 위해 다양한 책을 구비해두는 것 뿐이다 (예를 들어 현재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디즈니버전과 그림형제버전과 차이콥스키 오케스트라 음악이 조금씩 나오는 사운드북 버전이 있다. 나는 늘 디즈니의 팬이었지만 디즈니 프린세스 버전은 늘 지루하다)
암튼 이제 아이는 네번째 생일을 넘어섰고 문득문득 이제 아기라 아니라 어린이구나 뭐 그런 생각.